[원자력계 탈원전 포비아②] 원자력계 가짜뉴스 잔혹사, 맹목적 신앙 ‘기승전탈원전’
[원자력계 탈원전 포비아②] 원자력계 가짜뉴스 잔혹사, 맹목적 신앙 ‘기승전탈원전’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3.0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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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팩트체크’ 지겨운 탈원전 공방…친원전 학자들 ‘모든 게 탈원전 탓’

지겨운 일이다. 가짜뉴스는 쉽게 생산되고, 이를 검증하는 일은 어렵다. 탈원전 정책을 놓고 펼쳐지는 논박이 그렇다. 하나의 주장이 사회를 배회한다. 원전은 좋고, 탈원전은 나쁘다는 내용이다. 이 주장 안에 팩트가 우겨넣어진다. 물론 맞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실은 진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내 원자력계는 탈원전 포비아(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두려움은 곧 신앙이다. 원전이 좋다는 믿음 아래 이들은 맹목적이고 감정적인 신앙을 설파한다. 그들 스스로 동화한 건지, 한 점 부끄럼이 없다. 비판을 제대로 하려면 신앙을 걷어내야 한다. 누구도 당장 원전의 씨를 말리자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직 그들만 떠들고 있다. 이런 현상 아래 감춰진 보다 진실에 가까운 사실을 살펴봤다.

박성중 의원 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원전 수사 물타기와 조직적 가짜뉴스 퍼트리기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성중 의원 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원전 수사 물타기와 조직적 가짜뉴스 퍼트리기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기승전 탈원전 탓.”

국내 원전론자들이 탈원전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모든 사고의 끝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있다. 이들은 강원 산불, 미세먼지, 심지어 라돈 침대 사태마저도 탈원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싸고, 안전하며, 완벽한 에너지원.”

반면,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는 찬양 일색이다. 원전론자들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원전을 늘리는 일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원전 기술력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상반된 두 개의 인식은 맹목적이고 감정적이다. 모든 문제에서 ‘탈원전 탓’을 하려면 적어도 원자력발전용량만큼은 획기적으로 줄었어야 한다. 지난 2020년 발표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발전용량은 신한울 1·2호기가 준공되는 2024년 26기(26.1GW)로 정점을 찍는다. 이를 오는 2034년까지 17기(19.4GW)로 줄인다는 게 목표다.

‘기승전 탈원전’ 맹목적 믿음

이들의 ‘탈원전 탓’은 팩트체크로 금세 벗겨진다. 그러나 이미 따옴표를 타고 나간 발언은 사라지지 않고 힘을 발휘한다. 이들의 주장은 자료를 일부만 채택하거나, 인과 관계를 비약적으로 전개한 결과이지만 검증 없이 전파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정용기 전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은 지난 2019년 4월 강원 산불과 관련해 “대통령이 주도하는 탈원전 정책과 태양광 정책으로 인해 화재 재앙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당시 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내놓은 근거는 한전의 배전설비 유지 보수 예산이다. 2017년 1조 8621억원이던 배전설비 유지 보수 예산이 2018년 1조 4418억원으로 줄어들어 정비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한전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집행실적을 앞뒤로 몇 년 만 늘려 살펴보면 가짜뉴스라는 게 명백히 드러난다. 한전은 2015~2017년 3년 동안 수명이 20~30년 정도인 설비 교체 보강을 집중적으로 시행한다. 이 예산이 3년 동안 평균 1조5295억원에 달했다. 2014년 8258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운 수치다.

설비 교체 보강 예산은 투자가 이행되면 효과가 15~20년 동안 지속된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배전설비에 대한 안전점검·순시 등에 소요되는 점검수선 예산은 오히려 2014년 2282억원에서 2018년 2948억원으로 매년 증액됐다.

미세먼지 증가가 탈원전 탓이라는 발언 역시 코로나19 위기가 닥치기 전인 2019년 3월 나경원 당시 한국당 원내 대표의 발언에서 나왔다.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줄이고 원전 가동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정반대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 지적이다. 원전 개수 자체는 2024년 26기로 정점을 찍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폐쇄했으나 설비 노후화로 인한 고장 등으로 이미 이전부터 원전 운영률이 높지 않았다. 탈원전으로 석탄·LNG 발전이 늘어 미세먼지가 늘었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집계한 2014~2018년 발전원별 미세먼지 배출량을 보면 석탄발전소 미세먼지 배출량은 2014년 3만4814톤, 2016년 3만679톤, 2018년(잠정) 2만2869톤으로 감소했다. 석탄발전소 설비용량 증가에도 탈황 설비 등 환경설비 투자가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삼중수소 논란서 나온 말말말…‘학자적 양심’ 어디로

이런 주장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저명한 교수들의 발언도 소개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라돈 침대 사태가 ‘탈원전 탓’이라고 주장했다. 라돈 침대로 논란을 빚은 대진침대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라돈 침대 논란이 허무하게 끝났다는 내용이다.

정 교수의 분석은 탈원전을 지상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정권 아래서 원안위가 라돈 침대 방사선 피폭량을 과도하게(침대에 코를 박고 24시간 잠을 잤을 때를 기준) 측정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원안위는 정 교수의 기고문에 대해 이례적으로 반박자료를 냈다. 원안위는 침대에 코를 박고 24시간 동안 잠을 잤을 때를 기준으로 잰 것이 아니라 ‘박형진 등, 한국인의 수면시간과 수면자세’라는 한국생활과학회 학술대회 논문집을 참조해 안전기준 초과 여부를 평가했다고 밝혔다. 엎드린 자세와 옆으로 누운 자세, 바로 누운 자세, 호흡기와 침대의 거리 5~10㎝ 등이 고려됐다.

검찰의 불기소가 라돈 침대 논란을 허무하게 끝냈다는 발언은 놀라움 그 자체다. 원안위는 생활방사선법에 따라 안전기준(1mSv/y)을 위반한 라돈 침대를 수거 명령하는 행정조치를 실시했다. 원안위는 국제기준을 바탕으로 정한 안전기준으로 인체 유해성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기준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는 ‘침대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는 팩트에서 시행된 타당한 수거 조치다.

원안위가 조사한 매트리스 7종의 연간 피폭 방사선량은 최대 9.35mSv까지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1차 때 속 커버만 조사했던 걸 2차에서 안쪽 스펀지까지 확장하면서 기준치 미달이라던 조사 결과가 뒤바뀌었다. 이를 정 교수는 탈원전 탓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를 봐도 정 교수가 이를 두고 ‘허무하다’는 느낌을 어떻게 받았는지 궁금할 정도다. 검찰은 “라돈이 폐암 유발 물질인 사실은 인정되나, 폐암 이외 다른 질병(갑상선암, 피부질환 등)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없는 상태”라며 “폐암이 라돈 흡입만으로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닌 만큼, 라돈 방출 침대 사용만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적었다.

라돈 침대가 폐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폐암 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 결과를 두고 환경단체가 반발 성명을 냈음(정 교수는 시민운동가가 침묵했다고 했다)은 물론이다.

월성 원전 삼중수소 누출 의혹에서 나온 친원전 학자의 말도 논란을 빚었다. 그중 하나가 바나나와 멸치에도 삼중수소가 존재한다는 식의 주장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지난 1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성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의 삼중수소 피폭량은 1년에 바나나 6개나 멸치 1g을 먹는 수준”이라고 썼다. 바나나와 멸치에 든 칼륨에서 삼중수소처럼 베타선(방사능)이 방출되는데, 이를 삼중수소의 피폭량과 비교했다.

이는 삼중수소의 양을 단순히 방사선량과 비교하는 데서 나온 적절치 못한 비유다. 삼중수소가 대사 과정을 통해 DNA 등 몸 속 조직과 결합돼 체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가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 문제 대응 전문가-시민사회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가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 문제 대응 전문가-시민사회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1월 에너지전환포럼 주최 토론회에서 “삼중수소는 유기물과 결합하기 때문에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다”며 “물리적 에너지인 방사능을 생물학적 에너지로 단순 환산하는 것은 기계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 교수는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 들어와서 (몸의 구성성분으로) 결합해 1년 내지는 훨씬 오래 남는 반면, 바나나에 들어있는 (자연 방사성물질인) 칼륨은 결합하는 성질이 아니어서 (우리 몸에) 들어오자마자 배출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양의 원전 삼중수소가 자연으로 배출돼 순환하는 과정에 식물 광합성 등을 통해 유기물이 되고 인간이나 동물이 이를 섭취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원전 학자들이 인용한 바나나 등가선량(BED, Banana equivalent dose)은 자연 식품 내에 매우 낮은 수준의 자연 방사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용도로 원자력계에서 인용하는 수치다. 공식 채택된 선량 측정 기준은 아니다.

이준택 전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은 어떤 이론이 있으면 이념을 떠나 우주적으로 법칙이 맞아야 한다”며 “하지만 공학은 정치·사회적인 부분이 들어갈 때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위험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익이 크다면 주판알을 튕길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준치 이하와 방사능 허용범위라는 것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난 5~6년 후에 만들어졌다”며 “기준치 이하라는 말이 의미가 없는 게 저선량이라도 오랫동안 피폭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쿠시마에 사람 살아도 아무 문제없다?

원전은 국내에서 중요한 에너지원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1978년 고리 1호기 원전을 시작으로 2021년 모두 23개 원전이 운전 중이다.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 결정됐고,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결정이 2019년 12월 24일에 일어났다. 원전이 에너지원별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30% 정도다.

시민환경단체의 한 운동가는 “국가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은 늘 중심에 있었고, 원전학자들을 사회적으로 대접하는 분위기도 존재했다”며 “원전학자들이 ‘탈원전’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거부감도 일정 부분 이해가 가기는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의 ‘기승전 탈원전’ 방식은 또 다른 정쟁을 낳는 피곤한 일일 뿐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인과관계를 건너뛴 문제 제기에 대해 일일이 팩트체크 하는 일도 번거롭다.

지난 2월 22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1kg당 5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NHK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정한 식품의 허용 한도(1㎏당 100㏃)의 5배이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의 자체 기준(㎏당 50㏃)의 10배에 달한다. 해당 어류는 후쿠시마현 신치마치 해안에서 약 8.8㎞ 떨어진 수심 24m 어장에서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바나나 등가선량을 인용하며 월성 원전 삼중수소 누출이 문제없다고 한 정용훈 교수는 2017년 국회 토론회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후쿠시마엔 사람이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과학은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미 세 번의 큰 사고를 겪은 원자력계가 원전이 ‘안전’하다고 단정 짓는 모습이 오히려 더 불안하다. 이 ‘단정적 태도’를 과학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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