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탈원전 포비아①] 한수원은 '원전 안전' 외치지만 국민은 불안하다
[원자력계 탈원전 포비아①] 한수원은 '원전 안전' 외치지만 국민은 불안하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3.04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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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격납 건물 곳곳에 구멍, 증기발생기서 망치도 나와

지겨운 일이다. 가짜뉴스는 쉽게 생산되고, 이를 검증하는 일은 어렵다. 탈원전 정책을 놓고 펼쳐지는 논박이 그렇다. 하나의 주장이 사회를 배회한다. 원전은 좋고, 탈원전은 나쁘다는 내용이다. 이 주장 안에 팩트가 우겨넣어진다. 물론 맞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실은 진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내 원자력계는 탈원전 포비아(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두려움은 곧 신앙이다. 원전이 좋다는 믿음 아래 이들은 맹목적이고 감정적인 신앙을 설파한다. 그들 스스로 동화한 건지, 한 점 부끄럼이 없다. 비판을 제대로 하려면 신앙을 걷어내야 한다. 누구도 당장 원전의 씨를 말리자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직 그들만 떠들고 있다. 이런 현상 아래 감춰진 보다 진실에 가까운 사실을 살펴봤다.

전남 영광군 홍농읍 한빛원전. 왼쪽부터 6호기, 5호기, 4호기, 3호기.
전남 영광군 홍농읍 한빛원전. 왼쪽부터 6호기, 5호기, 4호기, 3호기.<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국내 원전은 정말 안전할까. 원전 운영과 정비를 담당하고 있는 사업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행보를 보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원자력계에서 ‘우리 원전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격납 건물의 존재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원전 격납 건물에서 발견된 공극(구멍) 개수를 보면 ‘안전’보다 ‘위험’이 먼저 떠오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6일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한해 원전 격납건물 332곳에서 공극이 발견됐다. 2019년보다 37곳 늘어난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추가로 공극이 발견된 곳은 한빛 2호기 3곳, 한빛 4호기 19곳, 한빛 5호기 1곳, 고리 3호기 5곳, 고리 4호기 3곳, 신고리 3호기 2곳, 한울 2호기 1곳, 한울 5호기 2곳, 한울 6호기 1곳 등이다. 2016년 준공해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고리 3호기에서도 49.5cm의 공극이 발견됐다.

원전 관통관에서 다수의 균열 발견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 전문가는 “부실공사 문제는 이미 여러 번 드러났고 다른 부실이 더 있는 지에 대해서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격납 건물의 경우에도 내벽 일부만 안전성을 확인했고 상부나 외벽은 검사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한빛 원전 5호기 공사 과정에서 무자격자가 원자로 헤드 관통관을 부실 용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2020년 4~10월 7개월 동안 진행된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총 84개의 원자로 헤드 관통관 보수·용접 과정에 관통관 2개가 전문 용접 자격이 없는 작업자에 의해 시공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사회에서는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에서 다수의 균열이 발견된 만큼 같은 노형인 한빛 6호기의 균열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 측은 당초 시행하기로 한 원자로 헤드 보수 공사를 취소하고 2025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한빛 5호기 부실 공사 문제가 불거지자 예정대로 작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안전문제 발생으로 정비기간 4281일 연장”

한수원 측은 한빛 6호기가 한빛 5호기보다 1년 더 늦게 운전을 시작한 점, 운전 조건과 환경이 다르다는 점, 이례적으로 초음파 검사까지 한 점을 들어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부실과 무자격자 공사도 확인하지 못한 원전 당국의 말을 믿기 어렵다며 안전성을 걱정하고 있다.

원전 부실시공과 비리 등은 이전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됐다. 국회 산자위 소속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수원의 부실시공으로 발생한 격납 건물 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공극 문제를 점검·보수하기 위해 3년 반 동안 가동이 멈춘 원전 전체 일수를 합하면 4000일 넘는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연료교체·설비점검 등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계획예방정비 외에 추가적으로 불시정지·중간정비·파급정지·계획예방정비 연장으로 인한 전체 원전의 총 정지일수는 4977일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심각한 안전문제 발생으로 정비 기간이 4281일 연장됐다고 지적했다. 불시정지와 중간정비로 인한 정지일수 352일,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경주지진으로 인한 파급정지 일수 306일을 제외하더라도 이례적인 수준으로 긴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중 한수원의 부실시공으로 발생한 격납 건물 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공극 문제의 점검·보수를 위해 지난 3년 반 동안 발생한 14기 원전의 추가적인 정지일수가 3009일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석탄·천연가스 발전에 의한 전력을 입하는데, 원전과 석탄의 정산단가 차이인 20원을 적용한다고 해도 최소 1조4000억원의 추가전력구입비용을 한전이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17년에는 계획예방정비 중인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 안에서 길이 110㎜, 폭 40㎜인 망치 형태의 금속물질과 길이 10.5㎜, 폭 7㎜의 계란형 금속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한수원은 망치 형태의 금속 물질이 발견된 사실을 시인했다. 상업운전을 시작한지 21년 만에 발견된 것으로 당시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원전 폐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는 2018년 4월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2019년 5월 한빛 1호기에서 일어난 열출력 제한치 초과 사태처럼 인재로 인한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원자로 출력이 18%까지 치솟는 등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12시간 가까이 수동정지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제어봉 인출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도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서 이를 눈감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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