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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6-25 19:52 (토) 기사제보 구독신청
“스스로 목숨 끊었다”며 사망보험금 지급 거부한 보험사에 승소하는 방법
“스스로 목숨 끊었다”며 사망보험금 지급 거부한 보험사에 승소하는 방법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3.0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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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피보험자 고의 교통사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하지 않아
법원 “사고 직전 급제동, 스스로 목숨 끊으려 했다고 볼 수 없어”
보험사가 운전자(피보험자)의 ‘졸음운전 가능성’을 명확히 반박 못하면, 고의 사고 입증이 어려워 사망보험금 지급을 피할 수 없다. 뉴시스
보험사가 운전자(피보험자)의 ‘졸음운전 가능성’을 명확히 반박 못하면 고의 사고 입증이 어려워 사망보험금 지급을 피할 수 없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차량 운전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보험자가 사고 직전 가속페달을 작동해 급격히 속도를 올렸다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보험사의 주장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험사는 공학박사에 의뢰해 운전자가 스스로 사고를 일으켰다는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했지만, 재판부는 이 분석보고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7월 어느날 밤 12시경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편도 4차선 도로에서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가던 중, 시속 145㎞ 속력으로 직진해 도로 옆 콘크리트 옹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안타깝게도 이날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생전에 손해보험사 K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해당 계약에는 우연한 외래 사고로 상해 사망을 당했을 경우 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특약이 담겨 있었다. 이에 A씨 유족은 그의 사망을 수습한 뒤 K사에 사망 보험금을 청구했다. A씨가 운전 중 불의의 교통사고 상해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K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의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험금 지급 면책 사항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보험약관상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쳐 생긴 상해 및 사망이라면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한다.  

A씨 유족은 K사의 주장에 반발해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A씨가 사고 당시 일시적 졸음운전으로 좌회전 또는 우회전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전면의 콘크리트 옹벽을 들이받았을 뿐,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이달 초 법원은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K사의 주장과는 달리 A씨가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을 목적으로 교통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보험사 “사고 직전 제동등 점등, 운전자 전방 주시하며 운전”

당초 이 사건 재판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K사가 제시한 증거들이 신빙성이 있었기 때문에 K사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K사는 외부 공학박사가 당시 사고를 공학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A씨의 사고가 고의성이 짙다는 의견과 함께 여러 근거가 기재돼 있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사고 후 A씨 차량의 운전석 안전벨트는 프리텐셔너가 작동해 차체에 고정돼 있었다. 프리텐셔너는 차량 충돌 시 안전벨트를 자동으로 되감아 탑승자를 좌석에 고정시키는 장치인 만큼, 사고 당시 A씨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또 보고서는 사고 직전 제동등이 점등된 것은 당시 A씨가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그렇다면 그가 앞에 콘크리트 옹벽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A씨가 전방을 주시한 채 조향핸들과 가속페달을 조작하면서 운전을 하고 있었고, 그때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증가시키며 시속 145㎞ 속도로 콘크리트 옹벽과 충돌한 만큼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것이 명백하다는 설명이었다. 

법원 “조향핸들‧가속페달 조작했다고 졸음운전 가능성 없는 것 아냐”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유의미한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A씨 차량의 사고기록장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고발생 전 운전자의 안전띠 착용 여부와 조향핸들 각도 등의 데이터는 저장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K사가 의뢰한 공학박사는 사고로 부서진 A씨 승용차의 내부 상태만을 보고 판단해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사고 직후가 아닌 A씨가 병원으로 호송된 후의 상태였던 만큼 운전석 안전벨트가 차체에 고정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사고 직전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것이 의도적 사고를 일으켰다는 합리적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졸음운전 중인 운전자라도 약 10초간 가속페달을 균일한 정도로 밟아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시각이 밤 12시가 넘은 만큼, 운전자의 일시적 졸음운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고지점을 약 100m 남겨 놓고 도로상 경사가 있었는데, A씨 차량이 경사로에 오르자마자 경고음이 있었고 그때 차량 핸들 조향이 흔들려 바로 급제동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A씨가 일시적으로 졸음운전을 하다가 시고지점 전 졸음에서 깨어나 급박한 상황을 인지하고 핸들 조향을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작동해 생긴 속도의 변화량만으로 운전자의 차량 제어 상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심지어 A씨는 사고 직전 급제동한 사실도 있는 만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보험금을 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면 사망 직전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계약을 맺거나 경제력에 비해 과도하게 보험에 가입한 행적이 있어야 하지만 모두 A씨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과속 또는 가속페달을 작동해 속도를 올렸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며 졸음운전 가능성을 일축해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려는 보험사의 주장을 반박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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