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의 ‘105층 랜드마크 꿈’ 물거품 되나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의 ‘105층 랜드마크 꿈’ 물거품 되나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1.02.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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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C 부지 매입 10조5500억원 직접 베팅…‘100년 내다본 글로벌 컨트롤타워’ 기대
현대차 ‘50층 설계변경설’ 무성…정의선 회장, 아버지 숙원사업 외면할까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GBC 조감도. 현대차그룹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GBC 조감도.<현대차그룹>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설계를 변경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4년 현대차그룹이 GBC 부지를 매입할 당시 정몽구 회장(현 명예회장)이 직접 나서 감정평가액의 3배에 달하는 10조5500억원을 입찰금액으로 제시할 만큼 GBC 건립은 그에게 의미가 크다. 하지만 최근 설계변경설이 언론에 보도되고, 현대차는 시인도 부정도 안 하는 상황이라서 정의선 회장이 과연 아버지의 필생의 꿈을 '변경'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와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옛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에 기존 105층 초고층 빌딩을 중심으로 숙박·업무시설 1개 동, 전시·컨벤션·공연장 등 총 5개 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수정해 50층 건물 3개 동으로 설계를 변경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GBC 부지 매입 당시 실무진이 제시한 입찰가액 4조4000억원~5조1000억원을 거절하고 직접 10조5500억원으로 정했다고 한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큰 그림은 그룹의 얼굴을 ‘울산공장’에서 ‘GBC’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명예회장은 GBC를 ‘100년 앞을 내다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 규정했다. 흩어져 있는 계열사들을 한데 모아 효율성을 높이고 모든 사업의 중심으로서 명실상부한 현대차그룹의 간판으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양재동 사옥은 전체를 연구개발센터로 활용해 전기차 등 미래차 연구개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위대한 기업가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서 자신도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 작품을 남기고 싶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세 경영자가 아닌 독자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기업가로 인정받길 원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GBC 건립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105층 마천루를 서울 한복판에 세워 자신과 현대자동차의 위용을 뽐내고 싶어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차, "설계변경 확인해줄 수 없다" 반복

현대차그룹은 2016년 GBC 개발계획과 디자인을 공개하면서 GBC를 ‘대한민국의 상징적 미래 랜드마크’로 규정했다. 105층 건물은 랜드마크의 핵심으로 간주됐다.

정 명예회장에게는 ▲자동차업계 글로벌 ‘톱5’ 진입 ▲일관제철소 건립 ▲현대건설 인수를 통한 현대가 적통성 확보 ▲백년대계를 수립할 최적지 확보 등 4대 숙원사업이 있었다. 앞의 세 가지는 이뤄졌고 GBC가 마지막 퍼즐이다.

현대차그룹은 GBC 부지 매입 이후 6년여 만인 2019년 11월 서울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현대차가 GBC 신축사업 심의를 접수한 지 9개월만으로 공군과의 협의를 마치고 최종 허가가 나왔다. 지난해 5월 서울시로부터 착공허가를 받음으로써 GBC 건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착공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이 지연되면서 GBC 공사는 부지 터파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GBC 설계변경설은 지난해 말부터 일부 언론과 자동차 업계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에서 국방부에 설계변경 의사를 밝혔다거나 그룹 내 기존 GBC 사업추진단에 대한 특별감사가 진행됐다는 등 설계변경을 기정사실화 할만 한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또 현대차가 강남구청을 방문해 설계변경에 대해 설명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와 강남구청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현대차는 설계변경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언론보도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는 상황이다. GBC 부지를 관할하는 강남구청은 원안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현대차의 GBC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강조한 것처럼 ‘새로운 100년의 상징’이 돼야 한다”며 정의선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 ‘상징성’보다 ‘실리’ 선택 가능성 커

강남구청은 GBC를 중심으로 영동대로 복합개발과 잠실 마이스(MICE) 단지가 융합된 서울시 역점개발사업인 국제교류복합지구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125만명의 일자리 창출과 268조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105층 건물이 가지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는 게 강남구의 판단이다.

GBC 건립이 미적거리는 동안 정의선 회장은 빠르게 현대차 그룹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친환경차, 자율주행기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미래사업 투자를 대폭 늘렸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그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미래차 분야에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GBC 설계변경은 정의선 회장이 ‘실리’를 중시한 선택이라는 시각이다. GBC 건립에 약 3조7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50층 건물 3개동으로 설계를 변경할 경우 2조원의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땅을 구입할 때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는, 지금와서 105층을 50층으로 낮추는 것은 서울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오는 3월 현대모비스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회장이 아버지의 ‘4대 숙원사업' 중 마지막 남은 꿈을 이뤄줄지, 아니면 꺾을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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