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우상호·안철수·나경원·오세훈, ‘부동산 표심’ 누가 앞서가나
박영선·우상호·안철수·나경원·오세훈, ‘부동산 표심’ 누가 앞서가나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02.17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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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의 서울시장 예비후보 부동산 공약 집중 점검
지자체장 권한 넘어서고 예산 마련 어려운 내던지기식 공약 많아
(왼쪽부터) 박영선‧우상호‧안철수‧나경원‧오세훈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두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 간 부동산 정책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 시민의 가장 큰 관심사가 부동산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서는 ‘남매’로 불릴 만큼 사이좋던 박영선‧우상호 예비후보가 정비사업 이슈를 놓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현재 여당과 야당 모두 단일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각 예비후보들은 이슈 선점에 골몰하고 있다. 정당별 예비후보들이 준비한 부동산 공약과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박영선의 도시 지하화, 21분 콤팩트 시티 가능성은?

박 예비후보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5년간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밖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과 21분 콤팩트 시티가 주된 부동산 공약이다.

먼저 토지임대부 방식은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이를 적용하면 3.3㎡(1평)당 10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예비후보 주장이다.

박 예비후보는 토지임대부 방식을 활용한 주택을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 해 지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 부지로 30년 이상 된 공공임대주택 단지, 물재생센터, 용산정비창 등도 언급했다.

부동산전문가는 금싸라기 땅인 용산정비창 기지를 상업용지가 아닌 일반 주거지로 바꾸는 것은 사업성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져 적합치 않다고 평가했다.

‘한남대교에서 양재까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도 현실성이 다소 낮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역시 사업비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미국 보스턴의 대심도 지하 터널 ‘빅 디그(Big Dig)’를 연상시킨다. 빅 디그 프로젝트는 공사비가 예상보다 5배 많은 146억 달러(약 16조8000억원)가 소요돼 미국 동부 부자도시 보스턴도 사업비 마련에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이 사업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숙원사업이자 지난해 대한건설협회(협회)가 코로나19발 위기 극복 SOC 사업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협회는 민자사업으로 진행하면 예상 사업비는 3조3000억원에 경제적 효과 4조8500억원으로 추정했다. 다만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편익/비용비율(B/C)을 추정한 결과 1.11로 경제성을 말하기에 다소 애매한 수치다.

통상 B/C가 1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나 불과 0.11로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서울시 도시안전건설위원회 동부간선도로 민자사업 추진 동의안(강남구 청담동~성북구 석관동)에서도 B/C가 1.01로 미미해 종합결과에서 ‘총사업비 등 각종 비용 절감이나 편익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향후 10년 재정전망 자료에 따르면 한국 국가채무 규모는 2022년 1000조원을 넘어서고 2030년에는 2058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2년 52%에서 2030년 75.5%로 급증할 전망이다.

박 예비후보 공약은 공공사업 구상안이기 때문에 나라 살림이 어려워 후보자가 서울시장에 당선돼도 첫 삽을 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1분 콤팩트 시티는 인구 1000만명인 서울을 인구 50만명 기준 21개 다핵(多核) 구조로 재편하는 방안이다. 시범사업지로는 서울 여의도를 꼽았는데, 의사당대로를 지하화해 그 위에 공원과 스마트팜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 국토연구원 세계도시정보에 따르면 ‘OECD국가 제1도시 인구밀도’(1㎢당) 1위는 서울‧인천(1만6700명)이고 파리(3550명)는 12위였다. 파리에서 이와 유사한 ‘15분 시티’라는 다핵구조 도시 재편 방안이 진행 중이나 이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에서는 적합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공희 국민대 건축학과 교수는 “박 예비후보의 부동산 공약에는 새로운 것이 없고 공공 지출 부담이 너무 크다”며 “21분 콤팩트 시티의 경우 유럽에서도 일부 지역서만 시도되는 것으로 인구밀도를 따져봤을 때 우리 도시 환경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우상호, 철도부지 활용해 집 짓는다고?

우 예비후보는 ▲공공주택 16만호 공급 ▲신혼 부부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확대 ▲전월세 상한제 전면 시행 ▲35층 층고제한 유연 적용 등을 주요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이 중 실현 가능성 있는 것은 시에서 지원금을 내어줄 수 있는 신혼 부부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확대다. 2009년 2월 국토계획법 개정으로 도시기본계획 승인권한이 중앙정부서 지자체로 이양돼 층고제한 유연 적용도 가능하다.

공공주택 16만호 공급 내용으로 우 예비후보는 10년을 살 수 있는 임대주택, 20년 전세주택, 30년 살 수 있는 자가주택 등을 손꼽았다. 문제는 부지다. 강변과 철길 위에 공공주택을 짖는다고 했으나 철도는 철도청에서 관리하는 국유지로 지방자치단체장(지자체장)이 함부로 손댈 수 있는 땅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서울 가좌동‧오류동 행복주택이나 지난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노량진역 일대 주택공급 계획 모두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현재도 부작용이 심각한 ‘전월세상한제 전면 시행’ 입장을 밝혀 경쟁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전월세상한제 자체도 지자체장이 임의로 결정할 수는 없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철도 부지 활용이나 전월세상한제 등은 모두 지자체장 권한 범위를 넘어선 일”이라며 “층수제한은 서울시에서 임의로 협의할 수 있겠지만 강변북로에 고층 건물을 짓는다는 것 자체도 한강 조망권 문제로 시민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서울시장 예비후보 부동산 공약.

안철수, 주택 76만호 어디에 짓나

안 예비후보 부동산 공약은 5년간 76만호 공급 계획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공공과 민간을 적절히 조합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청년임대주택 10만호 공급 ▲3040, 5060세대 40만호 주택공급(개발제한구역 토지 개발) ▲초과이익환수제 적용되는 재건축 사업 용적률 상향 ▲1주택자 취득‧재산세 인하 ▲계약 갱신 시 임대인 혜택 등이 있다.

76만호 공급은 2‧4대책에서 나온 역세권‧준공업지역 개발과 서울시내에서 활용 가능한 가용부지, 용도를 다하지 못하는 개발제한구역 부지,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 각종 유휴 부지를 활용해 공급하겠다고 언급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국토부 2‧4대책 지적사항과 같이 후보지 언급이 없어 사업의 명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증가되는 용적률 일정부분을 5060세대에게 우선 분양하는 정책은 청약제도를 고쳐야해 지자체장 권한 밖의 일이다.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는 재건축 사업의 용적률 상향도 난관이 예상된다. 용적률 상향을 위해서는 토지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는 국토부와 상의해야 하는 일이어서다.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데 야당 예비후보의 힘만으로는 합의를 끌어내기 힘들 수 있다는 평가다. 원만히 합의가 진행된다고 해도 해당하는 사례가 적어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주택자 취득‧재산세 인하는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계약 갱신 시 임대인 혜택은 서울시에서 예비비를 편성하면 가능할 전망이다.

김인만부동산연구소 김인만 소장은 “서울에 빈땅이 없는 가운데 30만호가량인 강남아파트 2~3배에 이르는 76만호를 5년 내 공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과거 사례를 볼 때 7~8년 주기로 집값이 꼭짓점에 오고 지금이 그 정점에 가깝다.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해도 과잉공급으로 (집값이 너무 떨어져) 문제”라고 꼬집었다.

젊은 부부에 대출이자 1억1700만원 면제해준다는 나경원

나경원 예비후보는 안 예비후보와 비슷한 물량을 10년에 걸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정비사업 원스톱 심의 ▲재산세‧종부세 감면, 양도세 중과 대상 축소 ▲상암동에 100층 랜드마크 건설 등을 들고 나왔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일단 재개발‧재건축 공급을 민간 주도로 진행하겠다는 방향성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률적 층수 제한을 완화하거나 해제하고 정비사업을 원스톱 심의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한 부분도 긍정적이다.

반면 재산세나 종부세‧양도세 등 지자체장 권한 밖의 일을 공약으로 내세운 부분은 ‘과잉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나 후보는 서울에서 결혼‧출산을 한 부부에게 대출 이자를 최대 1억1700만원까지 면제해주겠다는 공약도 내세워 같은 당 의원에게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나 예비후보가 공약한 70만가구는 민간 40만가구, 공공임대 20만가구, 청년‧신혼부부 10만가구 등이다. 이 중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이 토지임대부 등을 활용한 3.3㎡당 1000만원 수준의 반값 아파트로 박영선 예비후보와 공약이 일부 겹친다.

상암동 100층 랜드마크 건설 등에서는 지역 활성화와 서울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주거지 중심인 서북권 주민들의 숙원 사업으로 시민 호응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조합원 각자 정비사업으로 인한 기대감이 다르기 때문에 층수제한 등 규제를 푼다고 70만호 공급을 장담하긴 힘들다”면서도 “상암이나 수색 등이 활성화 되면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몰리며 소비기 이뤄질 것이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세훈의 민간 위주 사업, 중앙정부와 마찰 우려

오 예비후보는 5년간 36만호 공급을 내걸었다. 세부 내용은 ▲재개발‧재건축 정상화(18만5000호) ▲장기전세주택 업그레이드 ‘상생주택’(7만호) ▲‘모아주택’ 도입(3만호)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 계승 추진(7만5000호) 등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용적률과 층수 규제 완화와 민간주도 사업 활성화 등은 같은 당 나경원 예비후보와 동일하다. 민간 중심 정비사업 진행은 오 예비후보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그간 서울시는 일부 재개발‧재건축의 도시계획위원회에 심의를 보류함으로써 정비계획에 차질을 빚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완화 된다면 이 부분에서 사업 추진의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오 예비후보만의 공약은 공공사업과 부딪힐 우려가 있다. 이번에 오 예비후보가 새롭게 선보인 ‘상생주택’은 도심에 방치된 민간 토지를 활용해 공공물량을 확보하고 민간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민간토지임차형 공공주택 제도다. ‘모아주택’ 제도는 환경이 좋지 않은 주택단지 내 소규모 필지 소유자가 공동개발을 할 수 있도록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소형재건축사업이다.

오 예비후보 공약의 기본 전제인 ‘민간’ 위주로 사업으로 진행하면 자연히 공공사업이 소외될 것으로 우려된다. 중앙정부와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사업성을 따져 조합원들이 기존 공공사업을 접고 민간사업으로 갈아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 진행 자체가 막힐 가능성도 적지않다.

국가법령보다 30~100% 낮은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이나 청년 월세 지원 확대도 서울시장 권한으로 가능하다. 또 ‘DMC 랜드마크 조성사업’을 재추진 한다면 지역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면 가구수는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조합이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 정비 사업에 접근할 텐데 공공이 소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전체적으로 1년 3개월여에 불과한 잔여 임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연임을 염두에 둔 5년 이상 계획이 많다.

이들의 공약에 대해 숫자만 강조하고 지자체장 권한을 벗어난 보여주기식 과잉 공약을 했다는 전문가 비판도 이어졌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수치로 말 할 때는 명확한 자료가 필요하다”며 “시민들에게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지 서울시장이 되어도 해결할 수 없는 내던지기식 공약을 남발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나 강변북로에 주거지 조성 등은 억지스러운 공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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