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다한 월성 1호기, ‘안전성’ 내팽개치고 ‘경제성’만 따지는 속셈은?
수명 다한 월성 1호기, ‘안전성’ 내팽개치고 ‘경제성’만 따지는 속셈은?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2.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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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술기준도 맞추지 못한 ‘수명 연장’…“안전성 담보 못한 경제성 아무 소용 없어“
원안위 ‘수명 연장’ 결정 위법 판결도 나와…“원안위 적법한 심의·의결 이뤄지지 않았다"
2019년 12월 24일 영구정지된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2019년 12월 24일 영구정지된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를 두고 여야가 뜨겁게 부딪히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원전 이용에 따른 수익과 운영비를 따진 ‘경제성’에 맞춰져 있다. 주로 보수세력이 주도하는 친원전파가 탈원전파를 공격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게 경제성이다.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에 이르게 된 것도 친원전파의 역공에 따라 정치적 사건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원전 안전성과 주민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 안전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은 ‘안전성’을 배제한 경제성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안전성’과 ‘지역 주민 입장’은 소외돼 있고, 수명 연장 과정에서 저질러졌던 ‘불법성’도 묻혔기 때문이다.

월성 원전 1호기 설계수명 만료일은 2012년 11월 20일이었다. 이때부터 가동이 중단된 월성 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심사를 거쳐 2022년까지 연장 운전을 승인하면서 2015년 6월 23일 발전을 재개했다. 2017년 5월 계획예방정비 도중 원자로 건물 부벽에서 콘크리트 결함 등이 새롭게 발견돼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는 2018년 6월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고, 2019년 12월 24일 영구정지됐다.

‘안전성’ 반영 안 된 ‘경제성’ 무의미

서울행정법원은 2017년 2월 월성 1호기 수명을 10년간 연장하도록 한 원안위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수원이 원안위에 수명연장 허가 신청을 하면 원안위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 보고서’ 등 7종의 서류를 심사해 이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원안위는 ‘계통, 구조물, 기기에 대하여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하여 평가’(원자력안전법 시행령 38조 2항) 등을 적용해 판단하게 된다. 신규 원전의 안전 기준에 맞춰 설비를 개선하고 이점을 입증해야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수원은 당시 안전성 평가를 앞두고 원자로 압력관 380개 교체 등 대대적 설비교체에 나섰는데, 재판부는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원자력안전법령이 요구하는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사항 전반에 대한 변경내용 비교표가 제출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계속운전 허가에 수반되는 제반 운영변경 허가사항을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속 과장 전결로 처리하는 등 위원회의 적법한 심의·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997~1999년 준공된 월성 2~4호기에는 적용된 최신 기술기준이 월성 1호기 설비교체 과정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1983년 준공된 월성 1호기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R7 등 최신 기술기준이 적용돼 있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이와 관련해서도 “월성 2호기의 설계기준으로 적용한 적 있는 캐나다의 최신 기술기준을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에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수로 설계 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현재 나와 있는 경제성 평가는 사실상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서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이 R7 수준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정도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 수준이 적어도 월성 2~4호기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원전 규제기관이 1991년 제정한 R7은 월성 1호기 같은 캐나다형 가압중수로 원전을 안전하게 쓰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이다.

월성 1호기는 캐나다의 포인트 레프로(Point Lepreau) 원전과 자주 비교된다. 월성 1호기와 같은 중수로형 원전인데다 2012년 11월부터 계속운전을 하고 있어서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국내의 ‘반핵’ 분위기가 서로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실제 사정은 조금 다르다. 이 대표는 “월성 1호기 설비 교체 비용에 투입된 비용이 5640억원”이라며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한 캐나다 포인트레프로의 경우에는 전 발전소 안전성 검토를 하는 엔지니어링 비용에만 500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포인트레프로의 경우 교체 비용으로 1조2000억원을 예상했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었다”면서 “월성 1호기와 같은 노형 중 하나인 젠틸리 2호기는 검토 과정에서 수명 연장에 4조원 정도가 든다고 판단해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논란에는 지역 주민들의 아픔과 괴로움도 가려져 있다. 경주 양남면에 사는 황분희 월성원전 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70년 넘게 산 우리들은 괜찮지만 손자, 손녀들의 건강이 염려돼 불안하다”며 “주민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제성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3번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는

월성 원전 1호기 계속운전을 두고 경제성을 따져 본 평가는 2009년, 2014년, 2018년 모두 3차례 이뤄졌다. 한수원이 계속 운전의 재무적 경제성을 분석한 2009년 시점 평가가 최초로, 당시 한수원은 계속운전을 통해 604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즉시 중단할 경우 적자 1131억원이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이후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가 재분석한 결과에서는 계속운전시 2546~5060억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전 이용률 80~90%로 계산한 결과였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원전 가동을 즉시 중단할 때는 645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2018년 삼덕회계법인이 진행한 경제성 조사는 계속운전시 편익과 즉시중단시 편익의 차이가 80% 이용률일 때는 1010억원, 60%일 때는 224억원, 40%일 때는 –563억원이라고 판단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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