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한국을 떠난다면
삼성이 한국을 떠난다면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21.02.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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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직후 ‘옥중 특별회견문’이란 괴문서가 SNS를 통해 퍼졌다. 1200자 남짓 분량의 ‘특별회견문’은 금새 가짜로 판명났다. 그럼에도 제법 그럴듯한 글 솜씨의 가짜 문서는 짧은 시간에 돌고 돌아 증권가에서 화제가 됐다.

괴문서엔 ‘적법 절차에 따라 삼성 본사를 제 3국으로 옮기겠다’는 메가톤급 뉴스가 담겨 있다. ‘마음껏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친기업 나라로 가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 삼성 주식 투자자뿐만 아니라 세계가 깜짝 놀랄 내용이다.

삼성 본사 이전 이슈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불거졌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총수 의지만으로는 실행될 수 없다. 주총에서 주주들의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이 탈출하는 걸 정부가 가만 놔둘 리도 없다. 정부는 국민연금 등 삼성의 주요 주주를 통해 총수를 갈아치우고, 은행을 압박해 채권회수에 나설 수 있다.

툭하면 삼성 해외 이전설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우선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갖는 상징성과 비중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직원은 30여만명으로 애플·구글 등 세계 톱클래스 기업들과 맞짱을 떠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 중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는 362개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투자액은 총 63조2000억원이다. 이중 삼성전자가 22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다. 한국기업공헌평가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국가경제 공헌은 166점으로 압도적인 1위다. 삼성전자가 2019년 벌어들인 외화는 134조5000억원으로 2위인 한국전력공사(39조원)의 3배가 넘는다.

수치만 봐도 ‘삼성 없는 한국경제’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 재계에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이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자본시장 메카인 미국 뉴욕에 터를 잡는 게 낫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장사하는 다국적 시대에 사법 리스크가 큰 한국에 있어야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 엑소더스’는 반(反)기업 정서가 심해지거나 경직된 노사문화가 부각됐을 때 튀어나오곤 했다. 해외 이전 카드는 특히 주가에 민감한 헤지펀드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단골 메뉴다.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불필요한 대가를 지불하느라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게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여론재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 부회장이 옥중 메시지에서 강조했듯이 삼성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 국민은 삼성이라는 초일류 기업을 보유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정치권과 사정당국은 한건주의로 마녀사냥식 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건 아닌지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의 해외 이전론이 주기적으로 나오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 환경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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