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가치] 세계 최고의 황금발로 ‘2조원+ α’를 쏘다
[손흥민의 가치] 세계 최고의 황금발로 ‘2조원+ α’를 쏘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1.02.01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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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토트넘 소셜 미디어>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2021년에 들어서자마자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가 토트넘 홋스퍼 소속 손흥민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는 것.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보낸 뒤 잉글랜드 첼시로부터 영입한 에당 아자르가 몸 관리 실패 등으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자 손흥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출처는 스페인 매체 돈 발론으로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세계 최대 클럽으로의 이적설이 나올 만큼 손흥민은 축구판의 거물이 됐다. 2019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에 주는 푸스카스상 2020년도 수상이라는 업적을 일군 손흥민은 이번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득점왕에 도전한다. 그의 가치를 현 시점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기록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과 함께 손흥민 선수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그 규모가 1조988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프로축구선수 시장가치 1206억원,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 기여에 따른 대(對)유럽 소비재 수출 증대 효과 3054억원, 생산 유발 효과 6207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959억원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자긍심 고취, 유소년 동기 부여 등 무형의 가치가 7279억원, 광고 매출 효과가 연 180억원으로 판단했다.

손흥민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고 이제 막 전성기에 들어선 만큼 선수로서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지고, 그와 관련된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는 주로 학계와 금융권, 정부기관의 가치 추산 방법을 사용했으나 손흥민이 한국 축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포함하면 2조원이라는 계산은 지나치게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축구선수인 만큼 축구계에 미칠 경제적 가치를 밀도 있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흥민 선수가 2020년 12월 17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더 베스트 피파 풋볼 어워즈 시상식에서 푸스카스상을 수상한 후 화상전화를 통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1992년생 유망주, 몸값 1000억 스포츠 스타가 되다

손흥민은 1992년에 출생한 유망주 가운데 가장 잠재력이 두드러진 한 명으로 떡잎부터 남달랐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함부르크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0-2011 시즌을 앞둔 연습경기에서 재능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직전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첼시의 세계 최정상 센터백 듀오 존 테리와 히카르두 카르발류를 뚫고 골을 넣었다. 시즌 개막 후에는 쾰른과의 리그경기에서 첫 풀타임 선발로 나서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발재간에 이은 골로 구단 역사상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웠다. 당시 서형욱 해설위원의 말처럼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축구통계정보 웹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손흥민은 함부르크에서 72경기에 출전해 20골(리그+유럽대항전)을 만들었다. 만 20세 나이에 두 자리 수 골을 넣을 수 있는 유망주는 극히 드물지만 손흥민은 이를 해냈다. 2013년에는 리그 강호이자 차범근 선수가 활약했던 바이어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옮겨 78경기를 뛰며 24골을 넣었다. 2015년 리그 ‘빅4’로 발돋움한 토트넘으로 3000만 유로(400억원)의 이적료에 옮긴 후 234경기를 소화하면서 84골 42도움(1월 28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리그컵 등 토너먼트 대회를 포함하면 토트넘 소속으로 기록한 골은 100개가 넘는다.

또 다른 축구통계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 손흥민의 잠재 이적료는 현재 9000만 유로(1200억원)로 평가받는다.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최대 가치이며 전 세계적으로 보면 공동 12위에 해당한다. 손흥민의 주 포지션인 왼쪽 윙어 부문만 놓고 비교하면 네이마르(1억2800만 유로·파리SG), 사디오 마네(1억2000만 유로·리버풀), 라힘 스털링(1억1100만 유로·맨체스터시티)에 이는 4위다. 월드클래스가 즐비한 1992년 출생 선수 중에서도 네 번째로 잠재 몸값이 높다.

이 같은 높은 시장 가치는 손흥민의 준수한 양발 감각, 최정상급의 오프더볼(공 없는 움직임) 능력, 슈팅 대비 높은 득점율, 레버쿠젠 시절 익힌 여러 포지션 경험, 강력하고 정교한 슈팅 기술, 낮은 부상 리스크 등이 반영됐다. 특히 토트넘 첫 시즌(2015-2016)을 제외하면 2012-2013 시즌부터 놓치지 않고 있는 리그 두 자리 수 득점 행진,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따른 병역 문제 해결, 2018-2019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기여, 2019년 번리전 70m 드리블 원더골로 쟁취한 ‘2020 푸스카스상’, 이번 2020-2021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득점왕 경쟁 등이 손흥민의 몸값을 폭등시킨 주요 이벤트다.

비시장 가치는 아직도 ‘저평가’

2020년 독일 분데스리가 신흥강호 RB 라이프치히로 이적했던 황희찬이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웨스트햄으로 임대이적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현지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웨스트햄 소식을 전하는 해머스 뉴스는 “황희찬은 젊고 힘있는 선수를 원하는 모예스 감독의 영입 철학에 부합한다”면서 “토트넘의 스타 손흥민에 대한 웨스트햄의 대답”이라고 평했다. 손흥민에 대한 현지 평가가 워낙 긍정적인 덕분에 대표팀 한솥밥을 먹는 황희찬에 대한 기대치까지 덩달아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대표팀 선수 역시 손흥민 ‘버프’(주변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려준다는 게임용어)를 받고 있다. 중국 베이징 궈안에서 뛰고 있는 센터백 김민재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토트넘 이적설이 거론되고 있다. 김민재는 빠르고 기술이 좋은 데다 대표팀 경력이 많은 한국산 특급유망주이나 아직 유럽 중소리그를 거치지 않은 아시아리거에 불과하다. 유럽에서 검증된 선수가 아님에도 빅클럽 이적설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손흥민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한국선수들은 각자의 능력을 바탕으로 유럽무대에서 뛰거나 러브콜을 받고 있다”면서 “손흥민이 팀 동료들과 불협화음 없이 잘 어울리고 프로선수로서 감독 지시를 100% 이상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유럽축구 관계자의 한국선수에 대한 평가도 높아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이 견인하는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단일 순시청자 수가 3억~4억 명에 이르는데, 이는 월드컵 결승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손흥민은 토트넘을 2018-2019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리는데 기여했다.

특히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맨체스터 시티와의 8강전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1차전 1골, 2차전 2골을 넣으며 팀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비록 결승전에서 프리미어리그 선두권인 리버풀을 만나 패했지만 손흥민은 경기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토트넘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보통 국내 중계진과 달리 해외 중계진은 선수들을 소개할 때 이름 다음으로 국적을 많이 언급한다. 손흥민이 활약할 때마다 이름 앞에 ‘코리언(Korean)’ ‘코리언 윙어’ ‘코리언 포워드’ ‘코리안 캡틴’이라는 표현이 붙는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손흥민의 활약에 따라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도 깊어졌다. 손흥민이 2020년 해병대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때 영국매체는 이 소식을 다루면서 한국의 병역의무 등에 대한 정보를 자국에 소개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인도에서도 손흥민의 인기는 대단하다. 아마존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아마존프라임에서 방영된 토트넘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모 아니면 도)’이 인도에서 인기리에 시청되자 인도 언론 더힌두(the Hindu)는 손흥민과 영상통화로 다큐 관련 인터뷰를 진행해 기사까지 게재했다.

이와 함께 손흥민은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깼다는 점에서 많은 아시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유럽 빅클럽에서 핵심으로 활약한 선수는 차범근 이외에 드물다. 박지성도 최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었지만 늘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가려져 있었다. 손흥민은 데뷔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고 늘 팀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다가 아시아인은 유럽에서 근면하나 ‘너드(Nerd·범생이)’하다는 이미지로 통하는데, 손흥민은 이러한 편견도 깼다. 심판 판정에 불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팀 동료가 패스를 주지 않거나 다툼을 걸어올 때 피하지 않고 맞선다. 지난해 에버튼과의 리그 경기에서 팀 주장 위고 요리스와 언쟁한 일은 현지에서 프로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시아 팬들에게는 통쾌함을 안겨줬다는 분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손흥민으로 인해 늘어날 대유럽 수출 규모만 고려했다. 오히려 신남방에서 손흥민의 덕을 볼 기업들이 더 많을 수 있다.

손흥민(뒷줄 왼쪽 네 번째) 선수가 2019년 6월 비시즌 기간 중 강원도 춘천 손축구아카데미를 찾아 유소년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손축구아카데미>

‘손축구아카데미’ 미래결실은 미반영

현재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손흥민의 가치가 하나 더 있다. 손흥민과 그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운영하는 ‘손축구아카데미’다. 거금을 부동산에 묻어놓고 호위호식 하느니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는 아버지의 뜻이 반영된 일이다. 손흥민은 이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럽에서 한국으로 A매치 경기를 하러 올 때도 바쁜 스케줄을 쪼개 광고를 촬영했다는 후문이다.

손축구아카데미는 손흥민의 고향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7만㎡ 규모의 유소년 축구인재 양성기관으로, 손흥민과 가족들이 170억원을 투자해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축구장 2면과 클럽하우스가 들어선 모습은 여느 프로축구 유스팀 수준이다. 손흥민 기념관과 축구 대안학교가 들어설 예정이기도 하다.

손웅정씨는 아카데미의 총감독을 맡으면서 손흥민을 직접 지도하고 육성했던 노하우를 전수한다. 손흥민의 친형이자 축구선수 출신 손흥윤 코치도 함께 유소년을 길러내고 있다. 이곳 출신 유소년 중 해외에 진출한 사례는 2016년 함부르크에 연고지를 둔 독일 2부리그 장크트파울리로 나간 이승원이다. 손웅정 총감독은 향후 10~20년 안에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축구아카데미는 손흥민이 프로축구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때쯤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 선수 은퇴 이후 축구행정가, 지도자, 해설자 등 다양한 진로 중 어느 방향을 택할지 알 수 없으나 한국 축구의 국제적 입지 확대에 공헌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손흥민은 유럽 축구 무대에서도 친화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를 거치면서 스타급 선수들과 교분을 나눴고 소속팀 토트넘은 각국의 주장과 부주장급 선수가 즐비하다. 맨체스터 시티 간판스타이자 벨기에의 부주장 케빈 더브라위너와 친밀하고, 토트넘 주장인 위고 요리스는 프랑스 국가대표팀 주장이며, 환상의 파트너인 해리 케인은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이다. 은퇴 후 국제축구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스타급 선수들이 손흥민의 네트워크 안에 있다. 이는 후배 선수들의 선진축구시장 진입을 돕는데 유리한 인프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독일 프로축구의 용병계 전설로 통하는 차범근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차범근은 당대 세계최고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 308경기에 나와 98골을 넣고 유럽대항전인 유에파컵에서 두 차례 우승컵을 들었다. 동시대 스타인 루디 푈러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친분을 다졌고, 이 같은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선수들의 독일 진출을 직간접적으로 돕기도 했다.

또, 차범근은 은퇴후 유소년 축구교육기관인 ‘차범근축구교실’을 열어 선진적인 유럽 유소년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꿈나무들을 양성했다. 이곳을 거쳐 훗날 유럽으로 진출하고 대한민국 축구를 견인한 인물들이 박지성과 기성용이다.
손흥민의 경제적 가치는 이제부터 급격히 불어날 예정이다. 정부와 연구기관이 그의 경제적 가치를 2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감가상각이라는 개념까지 끌어와 계산을 했으나 애당초 무리한 시도였다. 손흥민은 축구인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 아울러 손흥민이 만들어낼 축구산업의 가치로 평가하는 게 맞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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