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된 인사말에 서명만 한 연하장은 쓰레기통에 던져진다
인쇄된 인사말에 서명만 한 연하장은 쓰레기통에 던져진다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2.0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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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보내는 연하장, 정성 담겨야 의미 있어

명절이 되면 지인들과 인사를 주고받는다. 예전에는 해가 바뀔 때마다 지인이나 고객에게 보낼 연하장이나 카드를 고르는 것이 일이었다.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이 서점과 문방구 등에 가득 찼고, 받는 사람에게 적합한 카드를 고르느라 많은 공을 들였다. 연하장이나 카드에 인사말을 정성껏 적고 우편으로 보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수고가 필요했기 때문에 보낼 사람을 엄선했고, 내용도 정성 들여 적었다.

정성을 들이지 않은 연하장이나 카드는 받는 사람에게 성가신 물건이다. 우체국에서는 연하장을 쓰고 보내는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기 위해 대신해 인쇄된 인사말에 주소만 적으면 바로 보낼 수 있는 엽서를 팔기도 했다.

비즈니스 상대에 대해서는 인쇄된 인사말에 서명만 하거나 그 시간도 아깝다고 여기면 연하장이나 카드에 보내는 사람의 이름과 서명을 넣어 인쇄하기도 했다. 가끔 이런 연하장을 받으면 ‘이런 연하장을 왜 보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회사로서는 고객에게 보내는 연하장이나 카드를 고객에게 보이는 관심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고객은 이런 연하장을 쓰레기로 취급해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휴대폰이 발달하면서 연하장이나 카드는 휴대폰 메시지로 대체되었다. 휴대폰 초창기에는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순조로운 출발, 좋은 결실을 기원합니다’와 같은 단순한 형식의 인사말이 오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글자로만 만들어진 인사말에 특수문자로 만들어진 이모티콘이 더해지면서 인사말의 디자인이 달라졌다.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순조로운 출발, 좋은 결실을 기원합니다’와 같은 단순한 인사말이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순조로운 출발, 좋은 결실을 기원합니다♧’와 같이 디자인이 가미된 인사말로 바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 메시지는 다양하게 진화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멋진 메시지가 담긴 그림이다. 휴대폰 기술의 발달로 문자뿐 아니라 그림이나 사진을 상대방에게 쉽게 보낼 수 있게 되면서 문자 대신 그림이나 사진에 명절 인사를 넣어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늘었다.

그림이나 사진에 인사말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인사말에 적절한 글을 작성하거나 인터넷이나 책에서 찾아야 한다. 이렇게 선택한 글을 사진이나 그림에 담으면 종이 연하장이나 카드 못지않은 멋진 전자연하장이 되었다. 또한 전자연하장을 만들기 어렵거나 바쁜 사람을 위해 전자연하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도 생겨나는 등 전자연하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다.

전자연하장 ‘재활용’

전자연하장을 보내는 사람은 받은 사람이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 될 수 있으면 받은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을 전자연하장을 사거나 만들어 보내고 싶다. 이런 사람을 위해 전자연하장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업이 생겨났다.

종이 연하장처럼 전문업체에서 만든 전자연하장과 일반인이 만든 전자연하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문업체에서 만든 전자연하장은 일반인이 만든 전자연하장보다 디자인과 문구가 세련되고 지적인 경우가 많다. 전문업체에서 만든 전자연하장을 사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하고, 세련된 전자연하장을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나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처럼 전자연하장에는 어떤 형태로든 보내는 사람의 돈, 시간이나 노력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멋진 전자연하장을 보내려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 종이 연하장이나 카드를 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받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적어야 했지만, 전자연하장은 보내는 데 별다른 수고가 필요 없다. 전자연하장에 ‘○○○님께’라는 글을 넣으면 보내는 사람 수만큼 전자연하장을 다르게 만들어야 하므로 이런 노력조차 귀찮아 하는 사람도 있다.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대상이 직장 상사나 동료와 같은 비즈니스 관계라면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려는 노력보다는 ‘나도 보냈다는 생색내기’에 목적이 있다면 전자연하장에 정성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이 보낸 전자연하장을 복사해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전자연하장 재활용이다.

형식적인 인사는 받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마음이 담긴 인사는 감동을 주지만 그렇지 못한 인사는 받는 사람의 마음에 전달되지 않는다. 식당에서 성의 없이 건네는 ‘어서 오세요’ 혹은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에 감동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장에서 실수한 사람이 동료에게 사과하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이 그 사람이 진정으로 사과하는지 말로만 사과하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상대의 속마음이 말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정성이 담긴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나 직장에 처음 출근했을 때 혹은 취미 모임에 참석했을 때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말을 걸기가 어려워 혼자 어색하게 서 있던 경험은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이때 누군가가 다가와 “처음 오셨어요?”라고 대화를 시작하면 그 사람에게 호의를 느끼게 된다.

이처럼 상사나 동료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고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쌓여야 비로소 상대방도 자신을 향한 닫힌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이다.

관심은 관계 형성의 시작이다. 서점에 인간관계와 관련이 있는 책은 널려 있다. 리더십이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이 있는 모든 책의 중심은 인간관계 형성 방법에 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조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이 하는 말에 온전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같은 말을 듣더라도 상대방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들으면 상대방이 말하는 말의 속뜻까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글자 그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동료가 “힘들어요”라고 말할 때 ‘정말 힘들구나’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저런 말을 하는구나’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두 가지 해석의 차이는 평소 상대방에게 준 관심의 차이와 같을 수 있다. 이처럼 평소에 상대방에게 갖는 관심은 관계 형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명절에 보내는 연하장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의 하나다. 연하장을 통해 이번 설을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간직했던 감사의 인사를 아낌없이 전하는 기회로 만들자.뉴시스
명절에 보내는 연하장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의 하나다. 연하장을 통해 이번 설을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간직했던 감사의 인사를 아낌없이 전하는 기회로 만들자. <뉴시스>

<논어>에 ‘자신이 바라지 않는 일은 남에게 행하지 말라’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은 살아가면서 가족뿐 아니라 관계를 맺어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으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받은 선물을 풀 것이다.

하지만 그 선물이 다른 사람을 위해 산 물건이라는 것을 알면 감동은 사라지고 서운한 마음과 함께 심한 경우 화가 나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마음은 선물을 주는 사람이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운함은 더욱 커진다. 전자연하장도 마찬가지다.

전자연하장을 받는 사람이 메시지를 확인할 때 그 메시지에 아무런 정성이 담기지 않은, 말 그대로 형식적인 인사말을 읽게 되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받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자신도 그런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마음을 담아야 상대를 움직인다

많은 직장인이 상사나 동료,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한 경우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 악화로 인해 어렵게 선택한 직장마저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중에는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바뀌면 나도 바뀌겠다’라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내가 변화되기 전에 상대가 변하는 일은 없다.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상사나 동료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속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상대방에게 호의를 갖고 있으면 말투는 부드러워지고 몸은 상대방을 향해 가까이 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말투는 퉁명스러워지고 될 수 있으면 상대방과 멀리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와 호객하는 사람을 대할 때와의 차이를 떠올리면 된다. 부하가 상사와 대화할 때 불편한 감정이 있으면 상사는 부하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서 심리적·물리적 거리는 멀어진다. 부하는 상사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나를 싫어하는 것이 틀림없다’라고 자신의 착각을 진실인 양 확신한다.

상사도 부하가 자신을 꺼린다고 착각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두꺼운 벽이 생긴다. 그러므로 지금보다 더 나은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향해 자신이 먼저 호의를 가질 필요가 있다.

친밀한 관계를 원하거나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더 큰 노력과 정성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엄격한 수직 문화에서는 부하는 상사를 편하게 대하기 어렵다. 상사 또한 부하와 편안하게 대화하는 것이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상사와 부하는 서로서로 불편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용기를 내 상대방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이 시작되면 상사와 부하 사이에 놓여 있던 벽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상사나 동료 혹은 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고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도움을 받자마자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면 인사를 하기가 더 그럴 것이다. 명절 인사는 평소 서먹했던 상사나 동료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을 적절한 기회일 수 있다.

명절에 보내는 전자연하장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의 하나다. 전자연하장을 통해 이번 설을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간직했던 감사의 인사를 아낌없이 전하는 기회로 만들자.

전자연하장을 받는 사람은 전자연하장에 담긴 보내는 사람의 정성과 관심을 느끼게 된다. 전자연하장을 보내는 사람도 전자연하장 재활용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보내는 메시지에 정성이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전자연하장을 자신과 거리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재활용하지만, 자신의 부모나 친척, 혹은 은사에게는 가능한 정성이 담긴 전자연하장을 보내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전자연하장은 관계를 더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가장 쉬운 사례가 앞에서 설명한 전자연하장 재활용이다. 직장에서 업무를 하면서 동료 사이에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상사는 부하가 작성한 보고서의 미흡한 부분이나 태도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경우가 잦다. 이 과정에서 부하는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상사는 부하의 상처 크기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상사로부터 상처를 받은 부하는 상사에게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하고, 심한 경우 상사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부하는 명절이 되면 상사를 향한 마음이 닫힌 상태에서 의무감으로 전자연하장으로 인사한다. 이런 형식적인 전자연하장을 받는 사람은 전자연하장의 디자인이나 문구가 화려하더라도 그 전자연하장을 보내는 사람의 온기가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챈다. 이런 식으로 보내는 메시지는 차라리 보내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의미로 지나칠 정도의 인사말도 받는 사람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적합한 인사말은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에게 준 도움’ 혹은 ‘평소 상대방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 등을 차분하게 적으면 된다. 글을 적기 위해 먼저 받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정리될 것이다. 이런 기억 중 하나를 정리해 보낸다면 받는 사람도 감동할 것이다.

같은 직장에 다닌다고 신뢰 관계가 저절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관심을 얻기 위해 했던 노력을 떠올려보자. 아마도 친밀한 관계는 더 큰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번 설 명절을 맞이해 평소 마음이 쓰였던 상사나 동료에게 마음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다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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