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New Leaders] 온라인 유통혁명 ‘샛별배송’ 주인공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2021 New Leaders] 온라인 유통혁명 ‘샛별배송’ 주인공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1.01.01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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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안 쓰는 농부 마음으로 싱싱한 ‘맛’ 배달한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마켓컬리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마켓컬리>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최근 국내 소비 트렌드를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는 ‘편리미엄’이다. ‘편리함’과 ‘프리미엄(Premium)’을 합성한 ‘편리미엄’은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상품 혹은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현상을 뜻한다. 편리미엄 세대를 사로잡은 대표적인 유통 서비스 앱 ‘마켓컬리’의 성장이 눈부시다. 마켓컬리는 밤 11시까지 주문한 식자재와 생활용품을 다음날 새벽 문 앞에 배송해주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2015년 업계 최초로 도입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고품질의 건강한 식재료를 새벽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인기 포인트다. 이를 기반으로 마켓컬리는 2020년 기준 신선식품 배송업계 1위를 기록한데 이어 매출은 5년 만에 100배 이상 성장했다.

연평균 4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던 마켓컬리는 2019년 기준 매출 4200억원을 돌파하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양 고성장 기업 2020’에서 500개 기업 중 11위를 차지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를 2021년을 빛낼 ‘뉴 리더’로 선정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마켓컬리는 더욱 바빠졌다. 외출을 자제하고 온라인을 통해 장보는 수요가 늘면서 최근엔 하루 평균 3만~4만 건에 달하는 주문량을, 많게는 5만 건을 넘길 때도 있다.

마켓컬리는 ▲국내 최초 7일 새벽배송 서비스 도입 ▲매주 열리는 상품위원회에서 70여가지 이상 기준으로 상품 검토 ▲국내 최초 100% 직매입 도입 ▲풀콜드체인 서비스 등을 기반으로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유통에 새벽배송이라는 특징을 더한 마켓컬리의 핵심 전략을 두고, 서비스를 처음 출시할 당시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코로나19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2020년에도 마켓컬리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마켓컬리의 성장 비결에 대해선 업계 내부에서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롯데그룹은 2020년 말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 유통사업 경쟁업체인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를 초청해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롯데 CEO 포럼에서 동종업계 대표가 강연자로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유통공룡’ 롯데가 김슬아 대표를 초청한 까닭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유통혁신을 이루고 있는 마켓컬리의 경영철학과 조직문화, 강점을 학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중심 유통업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진행된 특별 대담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됐으며,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와 각 사업부(BU) 부문장 등 임원 150여명이 시청했다. 롯데 임원들은 김 대표에게 마켓컬리의 배송과 포장, 마케팅, 차별성, 사업전략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실시간 채팅 질문을 통해 ‘직원·고객과 공유하고 있는 마켓컬리의 비전’을 물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전 국민이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며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은 모든 서비스가 가져야 할 최고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배송 패러다임 바꾼 골든타임 24시간 ‘샛별배송’

<그래픽=이민자>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세계적 금융투자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슬아 대표는 마지막 직장이었던 골드만삭스에서 수억원의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그 때가 20대였다. 그 곳에서 승진을 하던 날, 그는 훌훌 털고 회사를 그만뒀다. 당초 모르는 것을 많이 배우기 위해 금융회사에 취업했던 김 대표는 ‘승진을 하면 어떤 일을 하느냐’고 상사에게 물었고, ‘1년 동안은 똑같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대답을 듣곤 배울 것이 없겠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김 대표는 퇴사 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부터 시작했다. 결론은 ‘미식’이었다. 그는 휴가를 갈 때도 가고 싶은 레스토랑에 따라 행선지를 정했다. 이를테면, 맛있게 먹을 곳이 어디인지를 찾아본 후 여행지를 고르는 식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다. 두 분 모두 의사인 부모님 대신 외할머니가 김 대표와 그의 동생을 돌봐줬는데, 경북 안동 출신인 외할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으셨다. 아침부터 12첩 반상으로 차려 먹다 보니 늘 싱싱한 고기와 생선, 과일을 종류별로 풍족하게 맛볼 수 있었다.

<그래픽=이민자>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본가인 부산을 떠나 서울 생활을 하다 보니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잘 먹는 것’이 힘들었다. 제대로 챙겨 먹질 못해 몸까지 안 좋아져 음식 전반에 관심이 더욱 많아졌다. 김 대표는 ‘다른 일로 돈을 벌어도 평생 이 문제로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음식업계에 직접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마켓컬리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 곧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믿는 김 대표와 구성원들의 뜻이 모여 시작됐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마켓컬리를 하게 됐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이것이 ‘덕업일치(자기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취미의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의 문을 열면서 온라인 업계 최초로 식품 전용 냉장·냉동 창고를 구축했다. 각 품목별로 최적의 보관 온도를 유지하며, 상품의 패키징 역시 냉장·냉동 창고에서 이루어진다. 마지막까지 신선함을 유지 할 수 있도록 냉장·냉동 차량을 통해 신선하게 고객의 집 앞까지 배달하니 말 그대로 ‘신선식품’이 문 앞에 도착하는 셈이다.

배송도 획기적이다. ‘시간의 비약적인 단축’으로 축약되는 ‘샛별배송’은 밤 11시 전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전에 문 앞으로 배송되는 신개념 배송이다. 마켓컬리는 고객이 가장 신선한 상품만 받아볼 수 있도록 친환경 상추부터 완도산 바다 전복까지 당일 수확한 채소류와 수산물을 18시간 내 소비자 집 앞까지 배송했다.

김 대표는 신선식품은 생산한 직후가 가장 맛있다는 상식을 사업화로 이끌었다. 그는 신선도를 지키려면 유통과정을 최소화해야 하고, 생산 직후 골든타임을 24시간으로 봤다. 이 시간을 맞추려면 새벽 시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새벽배송을 도입했을 때 ‘성공할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지만 상품의 질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

현재 샛별배송 가능 지역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일부에 불과하지만 하루 주문량은 3만~4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마켓컬리 회원수는 580만명에 이른다.

상품위원회 통과해야 마켓컬리 입점

‘새벽배송’이라는 새로운 시장도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새벽배송 시장은 마켓컬리가 2015년 처음 도입한 이후 5년간 약 200배 확대돼 연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대기업 경쟁자들도 점차 늘어나 현재 10여개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마켓컬리는 점유율 40%를 유지하며 업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켓컬리의 진정한 강점은 배송이 아닌 상품 기획에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품기획자(MD)들은 산지를 방문해 상품 생산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 판매 후보에 올린다. 매주 열리는 상품위원회에서는 MD뿐 아니라 마케팅, 고객서비스(CS) 부문 직원들이 함께 상품 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 위원회를 거쳐야만 홈페이지에 상품을 올릴 수 있다. 상품 출시까지 최소 수개월에서 1년가량 걸리기도 한다. 상품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매일 검수팀이 상품 질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판매를 포기한다.

좋은 재료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 산지를 찾아다니는 열정으로 ‘진짜 맛’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뚝심과 고집으로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판매 활로를 찾아주겠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마켓컬리 상품위원회 직원들이 제품을 살피고 있다.마켓컬리
마켓컬리 상품위원회 직원들이 제품을 살피고 있다.<마켓컬리>

마켓컬리에 신규 입점하는 모든 상품은 ‘상품위원회’라는 내부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마켓컬리 만의 기준에 맞춘 원재료와 성분, 제조시설, 인증서류 확인뿐만 아니라 위원회 당일에는 팀원들의 눈과 입을 통한 혹독한 평가를 통과해야 입점 자격이 주어진다.

상품위원회에는 김 대표도 참석해 70여 가지 기준으로 담당 MD들과 함께 모든 상품을 직접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통과율은 평균 10%대 미만이다. 김 대표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던 주에는 신규 상품 입점을 아예 진행하지 않았을 정도로 엄격하게 상품을 선별한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에서 파는 모든 상품을 먹어 보고, 산지도 직접 찾아간다. 양계장과 과수 농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좋은 소금을 찾기 위해 먹은 걸 다 게워내며 신안 앞바다를 헤맨 일도 있다.

그는 한국의 유통은 고객에게 더 좋은 물건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모든 물건을 다 갖다놓고 파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좋은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이러한 번거로움을 마켓컬리가 책임지고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우유 하나, 식빵 하나를 출시하려고 해도 꼼꼼하게 따지는 게 우리만의 방식이고 모든 MD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다. 지금까지 마켓컬리에 소개된 상품 중에서 팀원들이 직접 먹어 보지 않은, 만족하지 않은 상품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유통생태계 선순환, 모두를 위한 최선의 가격 제시

김 대표가 직접 산지를 찾아 나서는 이유는 ‘신선식품 유통 생태계’에서 보다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마켓컬리는 모든 신선식품을 직접 매입한다. 여러 요인을 고려한 소비자 구매패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판매 수량을 예측하고, 이에 해당하는 만큼을 생산자로부터 직접 매입해 판매한다.

도매상을 거치며 떠안는 생산자들의 재고 부담 등을 줄여주고, 현금 지급을 더 빨리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소비자는 고품질의 신선한 상품을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마켓컬리 전용 상품도 전체 품목 중 30% 정도를 차지한다. 다른 곳에서 생산하고 라벨만 갈아치우는 식의 자체상표(PB) 상품이 아니라, 각 소규모 업체가 마켓컬리 채널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그들의 이름으로 판매한다. 마켓컬리에 상품을 공급하는 농가와 제조사 대부분은 연 매출 100억원 미만이라서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마켓컬리의 주요 공급사들의 연평균 매입액은 162% 증가했다. 이는 업계 평균 성장률인 3% 대비 압도적인 수치다. 단기적인 이익이 아닌 장기적으로 생산자·소비자·유통자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김 대표의 의지라는 설명이다.

그는 스타트업 CEO 특유의 성장전략을 기반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일단 초반은 외형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적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도 내실을 유지하면서 몸집을 키우면 흑자전환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 경영에 대한 책임감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 중이다. 몸집이 커질수록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그 품질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또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만을 보고 가는 것은 옳은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사업 첫날의 마켓컬리를 영원한 경쟁자로 삼으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목표다. 단기성과를 내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매일매일 조금씩 꼼수 안 쓰고 무언가를 해내는 농부들처럼, 그 성실함에서 오는 결실에서 배우려고 한다.”


김슬아 대표

1983 부산 출생

2007 미국 웰즐리대 정치학과 졸업

2007 골드만삭스 홍콩지사

2010 맥킨지앤드컴퍼니 홍콩지사

2012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홀딩스

2013 베인앤드컴퍼니 한국지사

2015 (주)컬리(마켓컬리) 설립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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