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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화가 조향숙‥.영원과 융합 그 직관의 기호
화가 조향숙‥.영원과 융합 그 직관의 기호
  • 권동철 미술전문위원
  • 승인 2020.12.1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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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Find Lost Time-Happy memories, 40×30㎝, gold leaf on wood cut, 2020
To Find Lost Time-Happy memories, 40×30㎝, gold leaf on wood cut, 2020

“기억은 우리 실존의 무수한 현상을 모아 단일한 전체로 만든다.…기억의 결합력과 통합력이 없다면, 우리 의식은 우리가 산 시간을 초로 따졌을 때만큼이나 많은 조각들로 부서질 것이다.”<에발트 헤링(Ewald Hering), 기억의 비밀-에릭 켄델, 래리 스콰이어 지음, 전대호 옮김, 해나무刊>

눈(雪)이 쌓인 가녀린 가지에서 느껴오는 적막과 외로움, 나목(裸木)들 사이 비춰지는 파란 강물의 안온한 흐름, 붉은 황혼이 드리운 저녁 무렵 안식(安息)을 향해 날개를 활짝 편 한 마리 새…. 순수기억이 찰나의 마음행로에 스치는가.

피아니스트 호로위츠(Horowitz)가 노년에 연주한 초월성의 슈베르트 즉흥곡 3번(Schubert–Impromptu No.3)’이 무아(無我)의 선율에 고스란히 담겨 가슴 깊숙한 울림에 귀 기울이게 한다.

 

To Find Lost Time-Happy memories, 40×30㎝, gold leaf on wood cut, 2020
To Find Lost Time-Happy memories, 40×30㎝, gold leaf on wood cut, 2020

달빛을 사랑할 때 마음의 떨림인가. 뽀얀 속살처럼 비치는 나뭇가지사이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네. 허공엔 나무를 닮은 새 한 마리. ‘나’를 향해 다가오는 저 새를 받아들이는 마음이여!

조향숙 작가는 이렇게 풀이했다. “이 작품을 시작할 때, 하얗게 눈이 쌓인 우리 집 창밖풍경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 들어있는 것 중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들었던 깜깜한 달빛에 비치는 귀신이야기도 있다. 긴 그림자가 바람이 불면 흔들리며 정말 덮칠 것만 같았던, 그러한 자연의 외경(畏敬)을 표현하고 싶었다.”

 

To Find Lost Time-Happy memories, 40×30㎝, gold leaf on wood cut, 2020
To Find Lost Time-Happy memories, 40×30㎝, gold leaf on wood cut, 2020

◇소멸과 행복의 의미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키고 거기서 뻗어나가는 나무의 성정(性情)은 ‘나’를 과거와 현재의 동시간적으로 공존하게 만든다. 인간은 기억에 의존해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듯 작가는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한 무언가를 통해 지나간 한 순간을 떠올리며 흘러가버린 삶과 시간을 판화라는 조형기호로 작업해 낸다.

부연하면, ‘비의도적 기억(memoire involontaire)’이 현재에 소환(召喚)되어 동시간성을 갖고 작용할 때의 시·공간표현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To Find Lost Time)’연작이 그것이다.

회화 등의 장르가 집적(集積)으로 이미지가 형성된다면 목판화는 편편한 판 위에서 정해진 시간과 절대의 면(面) 속에서 칼질을 해가며 형태를 찾아가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독창적조형어법인 목판화를 통해 반복적 수행성과 몸의 촉각성을 체득해 나간다. “나의 작업은 비움으로서 찾아가는 것이다. 그럼으로 드러나는 형상은 소멸(消滅)하면서 획득된 산물이다. 비움으로써 행복해지는 의미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To Find Lost Time-Happy memories, 40×30㎝, gold leaf on wood cut, 2020
To Find Lost Time-Happy memories, 40×30㎝, gold leaf on wood cut, 2020

◇참 나 그리고 삶의 균형

봄이 가고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과 변해가는 자연의 산….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 했던가. 다시 태어나고 순환하며 그리고 또 다시 생성되는 것이 만상(萬象)의 섭리가 아니던가. 지나간 시간들처럼 자연의 대순환 위에 서 있는 저 나무아래에 아련한 기억처럼 낙엽이 뒹군다.

현재는 과거의 지속. 조향숙 작가(趙香淑,A South Korea Painter JO HYANG SOOK)의 목판화(wood-cut)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연작은 현재와 과거의 동시간성을 갖는 불가시(不可視)의 실재(實在)시간 속에서 ‘참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미래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삶 그 가능성의 깊은 의미를 저 화폭에서 만나 볼 수 있지 않을까.

 

권동철 미술전문위원,미술칼럼니스트
권동철 미술전문위원,미술칼럼니스트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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