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이 지배한 한 해
‘전대미문’이 지배한 한 해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01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해 11월 말이면 가장 많이 쓰이고 영향력 있는 ‘올해의 단어’를 선정해온 영국 옥스퍼드사전이 올해엔 단어 선정을 포기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게 ‘전례 없는(unprecedented) 올해의 단어들’ 보고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계속 새로운 단어가 탄생하고 많이 쓰여 어느 하나를 콕 집어내기 어려워서였다고 한다.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가 지배했다.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가 세계적으로 유행(pandemic)하자 국경이 봉쇄됐고(lockdown),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조치에따라 집콕(stay-at-home)하거나 재택근무(working from home)를 해야 했다. 소비가 급감하며 경제가 고꾸라졌고, 일시해고(furlough)가 급증하며 실업률이 치솟았다.

전례 없는 일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현상에 국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선 ‘전례 없는’보다 비슷한 뜻의 ‘전대미문(前代未聞)’이 더 자주 쓰였다. 정치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를 거론할 때 동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4월 국무회의에선 “전방위적으로 밀려오는 전대미문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한 각오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내각에 특단의 고용대책과 기업 살리기 대책을 주문했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위기와 충격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정치권의 협치나 정부의 맞춤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달갑지 않은 전대미문의 일과 현상이 도처에서 나타났다. 숱한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전대미문의 폭등세를 보였다.

사실상 전대미문에 가까운 59년 만의 한 해 4차례 추경예산이 편성되며 전대미문의 막대한 적자국채가 발행됐다. 초저출산이 심화하며 월간 출생아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현상이 지속돼 2020년은 전대미문의 인구 자연감소 원년으로 기록되게 생겼다.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국민 대리인들이 모인 국회와 정부가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할 텐데 현실은 딴판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빚어진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다가 전대미문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치로 치달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브레이크 없는 충돌은 민생·경제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집값 폭등, ‘추·윤 충돌’ 등 전대미문의 정치·사회적 혼돈 상황에서도 경제가 버텨내는 것은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하며 바지런히 수출하고, 소상공인들과 가계가 방역에 적극 협조하는 덕분이다.

영국 옥스퍼드사전이 해마다 그해의 단어를 꼽는다면, 한국에선 교수신문이 정치사회 상황을 빗댄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지난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의 공명지조(共命之鳥)였다. 자기만 살려고 드는 이기적 사회와 당리당략에 함몰된 정치권에 대한 질타였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뭘까.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다가오는 새해도 전대미문이 횡행하게 방치하지 말자. 예측 가능하도록, 긍정적 변화를 이끌도록 미리 대비하자. 12월 한 달 잘 준비해야 2021년, 소띠 해를 당황하지 않고 맞을 수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