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대출’ 된다고 홍보하더니…이젠 고기능ATM 무용론 ‘솔솔’
‘무인대출’ 된다고 홍보하더니…이젠 고기능ATM 무용론 ‘솔솔’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0.11.20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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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타깃층 장년·노년층이지만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기 어려워
KB국민은행의 고기능ATM인 ‘STM(Smart Teller Machine)’를 이용해 신분증 인증 및 통장 발급을 진행하고 있다.<박지훈>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장·노년층에게 디지털 금융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등장한 ‘고기능ATM’이 무용론(無用論)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장년층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모바일뱅킹에 익숙해지면서 고기능ATM 이용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지방 노년층은 이 같은 기기를 경험하기도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고기능ATM을 운영하는 은행 영업점 수는 228곳(10월 기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102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우리(44곳), 신한(22곳), NH농협(19곳), DGB대구(16곳), BNK부산(12곳), IBK기업(7개), 하나(6곳) 순이다. 이들 영업점에 설치된 고기능ATM은 동일 점포에 복수 운영되고 있어 총 247대로 파악된다.

고기능ATM이란 입출금·이체 등 단순 업무뿐만 아니라 통장·카드 발급, 대출(일부) 등 창구업무의 80% 가량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다. 2017년 78대에 불과했던 고기능ATM 수는 2018년 133대, 2019년 9월 기준 224대로 매년 2배 가까이 확대됐다.

하지만 올해 고기능ATM은 지난해 9월보다 겨우 23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장·노년층에게 모바일보다 쉬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고, 영업점을 대체하기 위해 고기능ATM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최근 움직임은 이와 크게 달랐다.

코로나19, 장년층 모바일뱅킹 늘어

올해 고기능ATM 확대 부진은 코로나19 탓이다. 장년층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화를 계기로 모바일뱅킹에 눈을 뜨면서 고연령층을 위한 고기능ATM 확대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6월말 국내은행의 모바일뱅킹 등록고객 수(중복 포함)는 1억282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다.

올해 6월말 모바일뱅킹을 통한 이체금액과 대출신청액은 55조621억, 23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8%, 21.3% 증가했다. 등록고객 수보다 이체 및 대출신청 금액이 더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모바일뱅킹의 편의성과 다양성이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그동안 모바일뱅킹에 어두웠던 60대 이상의 이용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전국 성인 남녀 2650명을 대상으로 2019년 10월28일부터 12월4일까지 진행한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 서비스 이용행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대의 모바일뱅킹 이용 비중은 전체의 32.2%로 전년 대비 13.5%포인트 확대됐다. 70대 비중도 2018년 6.3%에서 8.9%로 늘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올해 고기능ATM 확대 부진에 대해 “지난해 60대와 70대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80.3%, 37.8%에 이르렀고, 코로나19 사태가 이들의 모바일뱅킹 학습의 계기로 작용했다”며 “은행들도 장노년층이 모바일뱅킹에 눈을 뜨게 되자 설치비용이 비싼 고기능ATM을 적극적으로 보급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기능ATM 수도권 집중…번짓수 잘못 찾았다

당초 은행권 고기능ATM은 영업점 감축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측면도 있었다. 곧 폐점을 앞두고 있는 영업점에 설치해 내방객들에게 이용방법을 익히도록 해야 바람직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우량 영업점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 영업점은 건실한 기업이 위치한 오피스 지역, 연중 활발한 상권, 고액자산가 밀집거주지역에 위치한다. 이 같은 점포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대체로 디지털에 익숙하다. 고기능ATM보다 모바일뱅킹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계층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와 계층이 다수 거주한 지역에서는 고기능ATM을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권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역시의 고기능ATM 보유 점포는 214곳(93.9%)인데 반해, 이외 지역의 경우 14곳(6.1%)에 불과하다.

인구 334만명의 경남에 설치된 점포는 6곳, 강원 3곳과 경북 2곳이다. 전북·전남·제주는 각각 1곳뿐이다. 국민은행, 지역영업이 강한 농협·대구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수도권·광역시 외에 고기능ATM을 두고 있지 않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기능ATM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가진 한 은행이 운영하지 않으려 했지만 금융당국 눈치, 타행 분위기에 따라 마지못해 설치하게 됐다”며 “그렇다보니 지방이 아닌 서울에 보여주기식으로 설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내은행 고기능ATM의 시기별 현황. 올해(초록색)는 이전보다 설치대수가 유독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 은행연합회·그래픽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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