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협박용 카드 ‘무역확장법 232조’ 바이든도 사용할까
트럼프의 협박용 카드 ‘무역확장법 232조’ 바이든도 사용할까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0.11.0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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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우선주의 바이든,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카드
정의선 현대차 회장 2018년 남북정상회담 포기하고 미국행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고 새 주인으로 백악관에 입성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25%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체로 누가 당선되든 232조 발동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개별적인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는 올해 9월까지 미국에 차량 총 25만291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하면 북미 지역 총 판매량은 31만5721대다. 세부 지역별 판매량을 보면 두 번째로 많이 판매한 서유럽(9만8206대)과 미국 판매량의 차이는 세 배 가까이 된다. 지난해 현대차의 지역별 판매 비중은 미국과 중국이 16%, 서유럽과 인도가 12% 순으로 나타났다. 기아차의 경우, 미국을 포함한 북미 판매 비중이 27%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다.

트럼프는 취임 후 보호무역 정책을 펴며 우방 국가라도 미국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국은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부품에 대해 2.5% 관세를 물고 있다. 다행히 아직 232조가 적용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 정부와 현대차그룹의 물밑 작업이 있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8년 9월 이제 막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직후 미국을 방문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돼 다른 기업 총수들은 경제사절단으로 방북 준비를 하고 있었던 때였다. 정 회장의 미국행은 “‘역사적인 순간’보다는 ‘기업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정 회장은 미국에서 월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미 행정부와 의회 고위인사들을 만나 ‘25% 관세 폭탄’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누가 되든 232조 발효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232조는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카드라는 의견도 있다.

자유무역주의 바이든도 ‘232조 카드’ 쓸까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5월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최종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시간을 끄는 사이 미국 통상법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최종 결정 시한이 지났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232조에 따른 자동차 관세부과 권한이 사실상 만료됐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 시한을 두 차례 연기한 바 있으며 2차 마감 시한 때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자동정책협의회(AAPC)는 232조에 따른 관세부과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매트 브런트 AAPC 회장은 지난 10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가진 영상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232조 적용 가능성은 거의 없을 전망”이라며 “특히 올해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는 경우 관세 부과 가능성 자체가 사라질 것이며 트럼프 재선 시에도 현 행정부가 232조를 EU 등의 시장개방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세부과 조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한국은행 ‘미 대선이 주요 글로벌 이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이 당선되면 우방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고 다자간 체제 복원을 통해 글로벌 무역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의 관점에서 보자면 232조 카드를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5일 ‘2021년 미국 신정부 출범과 한국에의 시사점 좌담회’를 열고 “누가 당선되든 외교통상 분야에서 자국 우선주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기아차와 국내 자동차산업을 위협할 232조 카드는 아직 살아있다는 얘기도 된다.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해 20여개 기업 총수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국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직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노골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투자를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바이든도 자국 우선주의라는 측면에서 국익을 챙기기 위해서 압박용으로 ‘232조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물론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한국에 더 유리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일 ‘경제주평’에서 바이든 당선 시 한국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1~0.4%p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언제든 232조와 같은 카드로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만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232조에 대응할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내 자동차산업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회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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