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월급쟁이 하느니 유튜버나 해볼까?
회사 월급쟁이 하느니 유튜버나 해볼까?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0.11.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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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유튜브로…취업 힘들어지며 직업관 바뀌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얼마 전 40대 초반의 기업인과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그는 서울의 명문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MBA를 마치고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 올해 초 벤처기업 CEO가 된 인물이다. 그런데 그와 대화 도중 매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요즘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 유튜버로 변신하고 있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대기업에 다니는 것 보다 차라리 인기 유튜브를 만드는 것이 연봉이 많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동석했던 모 인터넷 언론사 편집국장도 한마디 거든다. 지방대를 졸업한 친척 조카가 있는데 코로나 등으로 취업이 점점 힘들어지자 평소 관심 아이템을 가지고 유튜브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대박이 나서 최근에 직원을 두 명이나 채용하는 등 버젓한 유튜브 기업의 사장이 됐다고 한다.

바야흐로 유튜브, 유튜버의 세상이 되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가 무한경쟁의 세계인 이른바 유튜브 월드에 뛰어들고 있다. 콘텐츠는 제한이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음식, 종교, 우주, 군사, 동물, 음악, 미술, 스포츠, 집 꾸미기, 전원 생활 하는 법 등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그 대상이다. 방송의 질이나 정확도는 상관이 없다. 단지 구독자 숫자만 많으면 된다. 고정 구독자가 10만명이 넘으면 광고 수입이 엄청나다고 한다. 그러니 유튜버 광풍이 분 것이다. 코로나의 여파로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혼자서 컴퓨터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동영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이를 만든 유튜버 본인이 화면에 등장한다. 마치 자신이 만든 TV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셈이다. 지금은 케이블 TV 방송 숫자도 많아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아졌지만 과거에는 TV 화면에 본인의 얼굴이 나오기 위해서는 3~4개 지상파 TV 방송국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다음은 그 시절 대기업 홍보실 직원들의 TV 화면 등장과 관련된 에피소드다.

‘쿠웨이트 대책반’

1990년 여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전격 침공하자 미국이 주축이 된 유엔이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7개월 만인 1991년 2월 연합군의 승리로 걸프전이 끝난 때였다. 당시 언론들은 건설, 무역 등 전쟁이 끝난 후 예상되는 각종 복구 사업, 소위 ‘쿠웨이트 특수’에 대해 연일 쓰고 있었다. 당시 쿠웨이트는 건물, 도로, 산업 및 주택시설이 파괴되어 상당한 건설공사 수요가 있었다. 또한 각종 내구재, 생활필수품 등 막대한 물자를 수입해야 할 상황임에는 틀림없었다. 게다가 중동의 석유 부국으로 달러 또한 풍부했으니 언론이 그렇게 예측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규모 건설공사는 연합군 리더인 미국과 유럽국가가 이미 선점했으며 우리나라 몫은 고작 재하청 공사였다. 각종 물자 수입 또한 부유층은 런던이나 파리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으며, 빈민층은 수요는 있으나 구매력이 없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종합상사인 대우에서도 지사 사무실 재가동 및 전쟁 이전 사업의 속개 등에 대한 대책 논의는 있어도, 언론에서 주장하는 ‘쿠웨이트 특수’란 유감스럽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종전을 앞두고 이미 언론기사의 향배가 쿠웨이트 특수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종전이 되자마자 언론들은 저마다 기사를 뒷받침 할 ‘쿠웨이트 특수 현장’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특히 신문의 사진과 TV의 화면은 수출 대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야 할 종합상사의 ‘쿠웨이트 특수 대책반’ 모습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회의실 한 칸을 빌려 급히 만든 것이 소위 ‘쿠웨이트 대책반’이었다.

그러나 사진과 화면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입구에 매직펜 글씨로 큼지막하게 ‘쿠웨이트 특수 대책반’이라는 종이 팻말이 붙여 있는 회의실에서 중동지역 지도를 펼쳐 놓고 열심히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사람들은 중동 담당 직원이 아닌 바로 홍보실 직원들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홍보실 직원들의 가족, 친지, 친구들은 “야, 너 어제 TV에서 봤다. 언제 부서를 옮겼니?” “너 출세했더라 TV에도 나오고” 등등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고 쑥스러웠던 직원들은 그냥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고 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그 당시 나라 전체가 금연 바람이 거세게 불 때였다. 직장에서도 금연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으며,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사무빌딩이 실시하고 있지만 금연 빌딩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일 때로 기억된다. 어느 날 늦은 오후 어느 TV방송사 사회부 기자로부터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왔다. 경제부가 아니라 사건, 사고를 담당하는 사회부에서 전화가 와 순간 긴장을 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TV 출연한 홍보맨

“직장 금연 운동에 대해 취재를 하고 있다. 금연을 하는 직장인들 인터뷰는 쉽게 성사되었는데, 금연을 반대하는 즉, 흡연권을 주장하는 직장인들 인터뷰 섭외가 어렵다. 그러하니 대우에서 한번 도와 달라. 마감 시간이 다가와서 그러니 섭외 OK 전화를 기다리지 않고 지금 서울역 앞 대우빌딩으로 출발하겠다.”

여의도에서 출발하니 20~30분 내로 도착하겠단 얘기다. 경험상 이러한 경우는 오전에 취재를 간 회사에서 금연 및 흡연 직원들의 인터뷰를 모두 끝마쳤어야 하는데 흡연 쪽은 실패를 한 것 같다. 그래서 여의도에서 비교적 가까운 이곳으로 오겠다는 얘기일 것이다.

해서 직원들을 통해 섭외지시를 했고 필자도 평소 인터뷰 응대에 잘 대해주던 부서에 전화를 했지만, TV 화면에 공개적으로 얼굴을 들이대며 흡연권 주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섭외하기는 어려웠다. 더구나 그 짧은 시간에. “자 그럼 어떡해야 하나. 우리도 섭외가 어렵다고 얘기할까. 여기까지 달려 온 기자에게. 그것도 마감시간에 쫓겨 마지막 희망을 갖고 올 기자에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사회부 쪽에 연락해 도움을 구하는 일도 있는데. 그래! 한번 도와주자.”

결심을 하고 나서 취지를 설명한 후 담배를 피우는 홍보실 남자직원들 중에서 제비를 뽑았다. 영예(?)의 당첨자는 몇 달 전에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다. 그 직원은 “까짓것 한번 해보죠 뭐.” 하며 인터뷰를 했는데 취재 기자나 촬영 기자 모두 대만족 할 정도로 단번에 끝냈고 TV 취재팀은 연신 협조에 고맙다고 하면서 급히 방송국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기자가 돌아간 후 칭찬을 듣고 있던 신입사원은 돌연 근심 어린 얼굴로 말한다. 오늘 일찍 퇴근해 부모님을 모시고 외식을 해야겠다고. 몇 달 전 담배를 끊은 것으로 아시는 부친께서 만일 TV 저녁 뉴스를 보시면 엄청 혼난다고 하면서….

그날 저녁 뉴스는 예정대로 방영되었다. 그 직원의 흡연권 주장 인터뷰도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나왔다. 다행히(?) 기자와의 사전 약속대로 회사 이름과 성명은 빠졌다.

후일담이지만 그 직원은 새삼 방송의 위력을 느꼈다고 한다. 한동안 TV에서 너를 본 것 같다는 친지의 전화가 집으로 걸려왔고, 그때마다 펄쩍 뛰며 용모가 비슷한 사람일 것이라고 둘러댔다고 한다.

이밖에도 홍보실 직원이 TV 출연을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특정 기업 취재가 아닌 일반 직장인 관련 뉴스 등이 나오면 방송국에서는 흔히 보관돼 있는 자료화면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보통 TV에서 자료 화면용 촬영을 부탁해 오면 홍보실이 촬영대상이 되곤 하는데, 직원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동안 반복되는 자료화면에 의해 자주 방송출연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참 전 퇴직한 홍보실 직원이 아직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장면도 나오고, 가을인데도 아직 반팔 와이셔츠를 입고 있다든지 아니면 바뀌기 전의 예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여직원이 TV 뉴스에 출연하는 일도 흔했다. TV를 보며 때때로 혼자서 쓴웃음을 짓게 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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