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시대에 거는 기대
이재용·정의선 시대에 거는 기대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20.11.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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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계의 거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남긴 족적은 세계 경제사에 선명하게 기록될 것이다. 그는 단순한 기업인이 아니라 남다른 통찰력으로 인류의 삶에 기여한 사상가였다. 대한민국을 디지털 시대로 전환한 혁신가였다.

이 회장의 타계로 우리나라 최대 기업집단 삼성그룹은 본격적으로 이재용 시대를 맞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2014년부터 총수 역할을 해왔다. 앞서 현대 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했다. 삼성에서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도 ‘정주영-정몽구-정의선’ 체제로 이어진 것이다. 이로써 대한민국 재계순위 1·2위 기업에서 3세 시대가 열렸다.

삼성과 현대는 우리 산업의 양대 산맥이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 현대를 창업한 정주영 선대회장은 거친 황야에서 거대기업을 일군 신화적 인물이다. 걸출한 두 기업가는 경쟁관계이면서 서로 다른 분야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병철 창업주는 전자로 대표되는 경박단소(輕薄短小), 정주영 창업주는 자동차·중공업을 중심으로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에 역점을 두었다. 대한민국 휴대폰·반도체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현대차가 세계 곳곳을 누비는 것은 이런 선각자들의 혜안 덕분이다.

두 사람이 천착한 산업 분야만큼이나 기업문화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삼성의 경영 철학은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말에 함축적으로 녹아 있다. 이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혁신을 의미한다.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삼성은 혁신정신을 통해 세계가 인정하는 초일류기업이 됐다.

정주영 창업주의 “이봐, 해봤어?” 어록은 현대차의 뚝심경영을 상징한다. 현대차는 불도저 정신을 앞세워 짧은 기간에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로 올라섰다. 자동차 선진국들이 ‘포니’를 마차 수준이라고 비웃을 때 독기를 품고 품질을 끌어올린 결과 지금은 세계적 명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경영철학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지금까지 경영행보를 봤을 때 이들이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띈다.

이재용 부회장은 준법경영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뉴 삼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는 “과거의 유산을 모두 안고 가겠다”며 무노조·세습경영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했다. 대한민국 오너 경영 체제의 대전환을 알리는 결단이다.

정의선 회장은 창업주 때부터 이어져 온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단숨에 바꿔 놨다. 현대차는 직원 옷차림부터 근무환경까지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가장 리버럴한 조직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정 회장은 4대그룹 총수를 만나 ‘배터리 동맹’을 이끌어내는 등 소통과 실사구시(實事求是) 행보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우리는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이 오너가(家) 후손이어서가 아니라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갖춰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길 바란다. 정경유착과 같은 구시대의 잔재는 떨쳐내고,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누구에게도 짐을 떠넘길 수 없는 두 사람만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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