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세번째 통큰 결단, '반도체 왕국' 건설 한발 더 다가서다
최태원의 세번째 통큰 결단, '반도체 왕국' 건설 한발 더 다가서다
  • 이경원 기자
  • 승인 2020.10.20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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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 인수 10조원 베팅
빅딜 성사로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 올라서
최태원 SK그룹 회장.<SK>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 반도체 시장 석권을 위해 통 큰 베팅에 나섰다. SK그룹 주력인 SK하이닉스가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단행하기로 하면서 최 회장의 반도체 승부수를 세계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0일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 종합 기업 인텔(Intel)의 낸드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텔의 낸드 SSD, 낸드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大连)팹 등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이 인수 대상이다. 인수 총액은 90억 달러(약 10조2483억원)로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2021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규제 승인을 받으면 SK하이닉스는 우선 70억 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SSD 사업과 중국 다롄팹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3월 나머지 20억 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IP, R&D 인력, 다롄팹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인수할 예정이다. 인텔은 계약에 따라 최종 거래 종결 시점까지 다롄팹 메모리 생산 시설에서 낸드 웨이퍼를 생산하며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IP를 보유한다.

이번 빅딜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회사 명운을 건 도박일 수 있다. 2018년 도시바(현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에 4조원 가까이를 썼는데, 이번에는 10조원 넘게 투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인 8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금액이다. 최태원 회장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세력 재편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빅딜을 두고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결단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최 회장의 반도체 뚝심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여러차례 입증됐다.

최태원 회장의 첫 번째 결단은 2012년 불황에 시달리던 반도체 전문 기업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으로 입증됐다. 당시 그룹 대다수 경영진이 만류했음에도 최 회장은 하이닉스를 인수해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때 최 회장의 베팅이 없었다면 지금의 SK그룹은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SK그룹 편입 전 시총 10위권 밖이었던 SK하이닉스는 2020년 기준 60조원 규모로 시총 2위로 올라섰다. 반도체 사업은 SK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8년 최 회장은 낸드 원천기술을 지닌 일본 도시바를 인수하며 두 번째 결단을 내렸다. 잘 나가는 D램에 비해 낸드 사업이 뒤쳐진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최 회장은 도시바 인수를 위해 경영진을 직접 만나는 등 적극 힘을 보탰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하며 반도체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에 나선 것은 낸드 사업 강화를 위한 최 회장의 세 번째 결단으로,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 인수 시, 낸드 시장 2위 도약

세계 반도체 시장 현황.<그래픽=이민자>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전체 매출액에서 D램과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0%, 20% 가량으로 D램 의존도가 높다.

D램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낸드 사업은 후발주자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35.9%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키옥시아(19%), 웨스턴디지털(13.8%), 마이크론(11.1%), SK하이닉스(9.9%), 인텔(9.5%) 순이다.

이번 빅딜이 성사될 경우,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0%를 넘어서면서 낸드 시장 2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선도 기업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낸드 SSD 기술력과 QLC(Quadruple Level Cell) 낸드플래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 낸드 사업의 2020년 상반기 매출액은 약 28억 달러(약 3조원), 영업이익은 6억 달러(약 6800억원)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솔루션 기술과 생산 능력을 접목해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3D 낸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 입장에선 최대 약점으로 거론되어 왔던 SSD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어정쩡한 4~5위에서 확실한 2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빅딜에 대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니즈와 인텔의 니즈가 잘 맞아 떨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텔의 메모리 사업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메모리보다는 본연의 CPU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텔이 메모리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이유는 지속적 손실과 미중 무역 분쟁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인텔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석권하고 있는 낸드 사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Optane에 집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나은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인텔은 이번 거래를 통해 얻게 되는 재원을 제품 경쟁력 강화와 AI, 5G 네트워킹,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입할 실탄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두 회사는 성장 중인 메모리 기반의 반도체 생태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CEO는 “낸드플래시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 오던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서로의 강점을 살려 SK하이닉스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 대응, 낸드 분야에서도 D램 못지 않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구조를 최적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밥 스완(Bob Swan) 인텔 CEO는 “인텔이 쌓아온 낸드 메모리 사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SK하이닉스와의 결합을 통해 메모리 생태계를 성장시켜 고객, 파트너, 구성원 등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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