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업체 대표의 수상한 ‘재산 처분‘…의도적으로 ‘채무 축소‘ 하려 했나
로봇업체 대표의 수상한 ‘재산 처분‘…의도적으로 ‘채무 축소‘ 하려 했나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10.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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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동생 대표 맡은 회사에 부동산·특허권 처분
부채 떠안은 기술보증기금 ‘계약 취소’ 소송에서 승소
부산시 문현동에 위치한 기술보증기금 본부. 뉴시스
부산시 문현동에 위치한 기술보증기금 본부.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유명 로봇제작 업체의 대표가 가족들이 설립한 회사에 재산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책임재산을 이전해 보증사에 대한 채무를 축소하려한 정황이 드러났다.

1990년대 후반 설립돼 산업용 로봇 생산 및 공급 전문업체로 성장해 온 H사의 대표 A씨는 지난해 5월경 창업한지 1개월 밖에 되지 않은 산업용 로봇 생산 전문 업체 K사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시 강서구 소재 3층 건물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해당 건물의 소유권은 K사로 명의이전 됐고, 이후 이 건물은 K사 본사로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그런데 며칠 뒤 A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두 가지 특허에 관한 권리를 K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다음달 말 H사는 그동안 은행으로부터 실행해오던 대출금 수십억원에 대한 이자 지급을 연체하기 시작했다. 당시 H사는 대출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 지급 능력이 없었고, A씨 역시 채무 초과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한 셈이었다.

몇 해 전 H사가 이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채무에 관한 신용보증약정을 선 기술보증기금은 H사가 신용보증사고를 일으키면서 원금 대위 변제 등으로 18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기술보증기금은 이 대위 변제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따라 H사와 A씨에 채권이 생겼지만 이들의 지급 능력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특히 A씨는 신용보증사고가 나기 바로 한 달 전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과 특허권을 처분하면서 특별히 담보로 잡을 수 있는 물적 재산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주목해 볼 부분은 H사와 A씨 그리고 K사 간의 관계였다. 향후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K사의 공동대표인 B씨와 C씨는 각각 A씨의 배우자와 친동생이었다. 심지어 K사는 지난해 5월 강서구로 본사를 옮기기 전까지 본점 주소지가 H사와 같은 곳에 위치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K사는 H사와 A씨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사실상 동일기업에 해당할 소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A씨가 이미 채무 초과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K사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과 특허권을 양도한 것은 채권자인 기술보증기금이 H사와 A씨로부터 추심할 수 있는 책임재산(담보)을 의도적으로 감소시킨 사해행위를 의심하기 충분했다.

기술보증기금은 H사와 A씨 K사를 상대로 법원에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법원은 A씨와 K사 간의 재산 양도 행위가 사해행위이자 K사의 사해행위에 대한 악의의 추정이 인정된다며 양측의 부동산 및 특허권 계약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술보증기금은 법정공방 끝에 A씨에게 권리가 돌아온 부동산과 특허권의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신용보증사고의 대위 변제로 인한 수십억원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게 됐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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