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재난 농민 시름 덜고 ‘포스트 코로나’ 준비한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재난 농민 시름 덜고 ‘포스트 코로나’ 준비한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0.10.05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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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중심 농산물 유통체계, 첨단 정보기술 도입해 혁신 준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이성희 농협중앙회장.<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여름 내내 계속된 폭우로 한우 1161마리, 돼지 3759마리, 가금류 약 52만 마리가 폐사했다. 농작물 피해 면적은 3만4175헥타르(Ha)로 서울 면적(6만 헥타르)의 절반이 넘는 규모였다.

농민들은 올해 유난히 잦은 태풍에다 강풍 피해까지 겹쳐 낙과 수습과 판매처 확보에 애를 먹을 수 있었다. 코로나발(發) 경기침체에 추석물가 상승으로 소비마저 줄어들까 전전긍긍했다.

비대면 쇼핑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일상화되는 가운데 온라인 시장은 디지털에 어두운 농민들에게 언감생심이었다.

이렇게 올해 여름 도시자영업자만큼 어려웠던 농민들은 농협의 지원이 물심양면으로 이뤄지면서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이성희(왼쪽 세 번째) 회장이 9월 10일 경북 사과농가에서 이철우(가운데) 경북도지사와 태풍피해 복구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농협>

피해현장 ‘방방곳곳’ 찾아 고충 경청

지난 2월 사령탑이 이성희 중앙회장으로 바뀐 농협은 감염병과 자연재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비대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디지털 혁신에 몰두하며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올해 여름 폭우 피해는 그야말로 전방위에서 발생했다. 장대비가 충남에서 충북으로, 충북에서 경기, 경기에서 경남으로 옮겨 다니며 수재민을 유발하고 농작물을 훼손했다.

물을 무서워하는 돼지는 쉴 새 없이 헤엄치다 힘이 빠져 익사했고, 헤엄을 잘하는 소도 비가 그친 후 정신적 충격이나 감염으로 폐사했다. 뉴스는 옥상에 올라간 소들이 목숨을 건졌다고 보도했지만 대부분 며칠 뒤 죽었다는 사실은 애써 알려주지 않았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참혹한 폭우 피해 현장 곳곳을 찾아가며 농업인을 위로했다. 8월 3일 경기 이천과 충북 충주, 6일 충남 천안과 아산, 7일 경기 안성, 12일 경기 연천, 14일 전북 순창과 무주, 충남 금산 등을 방문해 복구 지원을 바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 회장은 장마가 끝난 9월 태풍이 연이어 오자 피해가 큰 영남지역을 찾아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면담하고 복구대책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성희호(號)의 농협은 적극적인 사후 대응에 앞서 조속한 대비에 나섰다. 집중호우가 우리보다 먼저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하자, 농협 재해대책상황실은 7월초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했다.

또한 농협은 농업인들에게 호우경보 등 유형별 대비사항과 행동요령을 전파하고 주요 기상상황을 공유했다. 농작물·시설물 안전점검 등 사전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원예작물 수급관리 등도 실시했다.

“농·축협 무이자자금 지원 5배 늘려라”

농협의 금융사업을 맡는 농협금융지주는 피해 농업인의 재기를 위해 금융 및 비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핵심 자회사 NH농협은행은 피해 기업과 농업인에게 신규 대출을 지원했다. 기업자금은 최대 5억원, 가계자금은 최대 1억원을 내줬다. 대출금리는 1.6%포인트까지 우대하고 이자납입도 12개월간 유예했다. 카드 청구 대금 유예를 신청하면 최대 6개월을 인정했다.

기존 대출자도 채권보전조건을 충족하면 심사결과와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영업점 전결로 이자납입, 할부상환금 납입이 최대 12개월 유예됐다.

34개 지역 3000여명의 농협은행 임직원들은 8월중 피해지역 일손 돕기에 나서 빠른 복구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일손이 부족해 떨어진 과일을 수습하기 어려웠던 원예농가에 큰 힘이 됐다.

NH농협손해보험은 피해접수 농지에 대한 신속한 현장조사를 진행해 조속한 지원이 이뤄지게끔 움직였다. 손해평가가 완료되면 보험금을 즉시 지급했다.

NH농협생명보험은 피해 농업인 대상으로 보험료 납입유예, 부활연체이자 면제 혜택을 줬다. 대출이자와 할부상환금 납입유예도 잊지 않았다. 비금융 지원도 실시했다. 이재민이 발생하면 행정기관과의 협조로 교육원 등 숙박가능 시설을 대피시설로 제공했다.

특히 지역 농·축협에 대한 무이자자금 지원은 평년 1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5000억원으로 5배 늘었다. 이 회장이 비상시국임을 파악하고 예산을 긴급 편성한 것이다.

이 회장은 8월초 “농·축협에 대한 무이자자금 지원을 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피해 농가엔 무이자대출로 농가당 1000만원을 지원하겠다”며 “이외에도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농협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겸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회장이 7월 1일 ICAO 화상회의에서 세계농업의 혁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농협>

농가 판로 넓히고 ‘포스트 코로나’도 대비

피해 농가와 법인을 위한 금융지원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위축된 판로 확보에도 도움이 간절했다. 이 역할은 농협경제지주가 맡았다.

경제지주 자회사인 NH농협무역은 8월 25일 호우피해가 큰 전곡농협, 김화농협, 천안배원예농협 등 수출농협의 적극적인 수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충남 당진시와 함께 수출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수출 품목을 늘리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하나로유통은 8월 13부터 23일까지 하나로마트 2300여곳과 연계한 ‘호우피해 농산물 팔아주기’ 행사를 열어 농가 돕기에 나섰다.

추석을 앞둔 9월에는 사과와 배, 홍삼, 한우 등 선물세트를 최대 37% 할인한 기획전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선호 추세에 맞춰 온라인 구매 편의성을 높이고 상품군도 다양하게 구성했다.

경제지주는 호우와 태풍 등으로 흑명나방, 먹노린재 등 병충해 증가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상품력 유지를 위해 농가 방제료를 긴급 지원했다. 보유 중인 무인헬기, 멀티콥터, 광역살포기 등 700여개도 적극 활용했다. 축산가를 위한 살균과 영양제, 농가에 제공할 농약 등 24만3000개를 50% 할인 공급했다.

침수된 지역의 농기계를 대상으로 긴급수리를 실시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농기계에 대해서는 엔진오일 무상교체를 진행했다.

이 회장은 대형 재해 경험과 코로나19를 계기로 농협의 숙원인 ‘유통 혁신’을 가속했다. 그는 7월 경제지주 실무급 직원들과의 도시락 미팅에서 “유통과 금융에서 온라인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농협도 이런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9월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화상토론회에서는 “한국 농협은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온라인 중심의 농산물 유통체계를 구축하고 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의 첨단 정보기술을 도입해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 채널인 농협몰과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는 비대면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농협몰에 농민마켓을 만들어 농민과 농·축협이 온라인 판매에 쉽게 나설 수 있도록 하고, 하나로마트를 기반으로 한 온·오프라인 융합 옴니마켓 구현으로 물류와 배송에 혁신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폭우 지원 국면에서 본인의 대중적 지명도와 농협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였다. 그는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6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12개 온라인 채널에서 집계한 폭우 지원 관련 수장 관심도 조사에서 5위를 차지했다. 이 회장보다 앞선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 재벌 총수였다.

이제 폭우와 태풍 피해 복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다. 출마와 당선 당시 이성희 회장이 공약한 ‘디지털 농협’이 차츰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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