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트렌드 세터 정용진, 세상에 없는 공간을 창조하다
비즈니스 트렌드 세터 정용진, 세상에 없는 공간을 창조하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9.29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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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혁신·도전·경험·소통 키워드로 유통 트렌드 주도
정용진 부회장.뉴시스·인사이트코리아
정용진 부회장.<뉴시스/그래픽=이민자>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신세계그룹은 새로운 유통 업태 발굴과 집중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고객으로부터 기회를 찾고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관행은 떨쳐내고, 시장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도록 창조와 혁신을 주도해야 합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새로운 유통 업체 발굴과 집중적인 투자, 창조와 혁신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그룹의 양 날개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업태 발굴과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자는 의미다.

정 부회장의 이러한 의지는 코로나19 급습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계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거나 기존 매장을 폐점하는 등 축소경영에 나서는 반면,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와 체험형 매장, 호텔 등 다양한 아이템을 기반으로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은 일시적인 것으로 이럴 때일수록 멀리 내다보고 유통업의 새로운 조류(潮流)에 대비해야 한다는 정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정 부회장의 혁신과 도전적 자세는 신세계그룹이 원초적으로 갖고 있는 DNA에서 기인한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외할아버지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뒤 이은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개척자적 사업가 기질을 정 부회장이 물려받아 대형마트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 재계 순위 22위였던 신세계그룹은 올해 11위로 뛰어올랐다. 정 부회장의 새로운 사업을 펼치는 남다른 안목과 열정적 사세 확장 결과라는 게 재계 안팎의 시선이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유통업 신화를 써나가고 있는 정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관통하는 4개의 키워드를 통해 신세계그룹 성장의 내면을 들여다 봤다. 그것은 바로 혁신·도전·경험·소통이다.


신세계그룹·인사이트코리아
<그래픽=이민자>

1968년 9월 19일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난 정용진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다니다 유학을 떠나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국후지쯔 유통사업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신세계백화점 기획조정실 상무와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지냈고, 경영지원실 부회장을 거쳐 신세계와 이마트 대표이사 부회장을 차례로 맡았다.

정 부회장은 해마다 신년사 등을 통해 미래를 위한 화두를 제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고객의 불만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로 중심을 잡아야 하며, 고객 입장에서 충족되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점을 찾아 개선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선 각 사별로 갖춰야 할 근본적인 본연의 경쟁력, ‘MUST-HAVE’ 역량을 확실히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혁신 “이마트는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 5월 '미래형 점포'로 새롭게 선보인 이마트 월계점.신세계그룹
지난 5월 '미래형 점포'로 새롭게 선보인 이마트 월계점.<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주력 사업인 이마트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2019년 10월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출신 강희석 사장을 영입해 이마트의 디지털화와 효율화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2020년 투자금액의 30%를 점포 재단장에 투자하기로 하고 지난 5월 말 이마트 27년간의 유통 노하우를 모아 이마트타운 월계점을 새롭게 선보였다. 리뉴얼을 통해 고객 지향적 상품·가격 제공과 고객이 오래 체류하고 싶은 매장으로 만들면서 ‘고객 관점에서의 이마트’로의 재탄생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이마트 월계점은 10개월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미래형 점포로 새롭게 선보였다. 이 점포의 가장 큰 특징은 이마트의 최대 강점인 ‘그로서리 매장’이다. 일반적인 매장 형식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매장의 특장점을 최대한 살려 체험형·고객맞춤형·정보제공형 매장으로 재탄생했다.

식료품 매장 규모도 넓혔다. 이마트 점포 중 식료품 매장이 비식료품보다 더 넓은 곳은 월계점이 유일하다. 특히 완제품 요리 소비가 늘어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델리 공간을 확대했다. 반찬을 주로 사 먹는 1~2인 가구와 20·30대를 겨냥해 기본과 안주 반찬을 다양하게 판매하는 ‘오색밥상’을 론칭하고, 축산·수산코너에서 고객이 원하는 두께와 모양대로 손질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류점의 경우 상품 진열을 바꾸고 모든 맥주를 냉장 보관할 수 있는 대형 맥주 냉장고 17대를 이마트 최초로 설치했다.

이마트 월계점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특징은 식료품 매장을 늘린 대신 비식품 부분을 압축하고, 이 공간에 문화·엔터테인먼트부터 식음·패션 브랜드 등 입점매장을 늘렸다는 점이다. 월계점은 기존 3636㎡ 규모였던 입점매장을 1만3553㎡ 규모로 늘리며, 이마트 매장과 입점매장의 규모를 3 대 7로 맞췄다. 기존 점포들과는 거꾸로 된 비율이다. 기존의 관행을 깨는 정 부회장 다운 역발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THE TOWN MALL’로 불리는 해당 공간에는 복합문화공간과 스포츠 액티비티 키즈카페, 40여 개의 패션·라이프스타일 매장을 함께 조성했다. 특히 F&B를 강화해 매장 수를 당초 12개에서 30개로 늘리며 유명 맛집들을 대거 입점시켰다.

당시 정 부회장은 이마트 월계점을 직접 찾아 “고객이 찾는 신선식품은 이마트에 꼭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이마트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이 있어야 고객이 이마트를 찾는다”며 “월계점 신선식품 매장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이마트 월계점은 지난 5월 오픈 후 지난 8월말까지 매출이 지난 해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온라인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부터 “이마트는 온라인도 잘하는 오프라인 기업이 아닌,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로 온라인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 부회장 뜻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을 그룹의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2014년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 플랫폼으로 처음 선보인 SSG닷컴은 차별화된 상품과 새벽배송·당일배송 등 차별화 된 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정글과도 같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법인 설립 첫 해인 지난해 총매출 2조8732억원을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한 SSG닷컴은 올해 3조6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산업이 확대되면서 매출은 목표치를 초과할 것으로 기대된다.

SSG닷컴은 올해 2분기 총매출 9317억원으로, 전년대비 42% 성장하며 지난 1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4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시장 전체 2분기 성장률인 15%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SSG닷컴 성장의 밑바탕에는 온라인 스토어를 통한 배송 경쟁력,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가 있다. SSG닷컴은 현재 보정과 김포지역에 총 3개의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며 자동화설비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춰 쓱배송과 새벽배송 주문 등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선식품의 직매입을 늘리고 새로운 산지를 개척하는 등 신선식품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 차별화된 상품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도전 “성공에 안주하면 시장에서 도태, 투자와 성장 멈출 수 없다”

일렉트로마트를 방문한 고객이 가전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신세계그룹
일렉트로마트를 방문한 고객이 가전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그룹의 양 날개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업태 발굴과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사업 발굴 과정에서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 부회장은 2012년 신년사에서 “성공에 안주하면 시장에서 도태, 투자와 성장은 멈출 수 없다”고 일찍이 강조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이러한 경영철학은 신세계그룹의 성장 배경에서 엿 볼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이 2000년대 이마트를 앞세워 대형마트 시장을 공략하지 않았다면, 신세계그룹은 여전히 백화점 기업으로남아 성장에 한계를 보였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 부회장의 도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일렉트로마트는 이마트에서 선보인 체험형 가전 전문점으로 2015년 6월 킨텍스점을 시작으로 현재 총 47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단순 가전 판매 공간을 넘어 가전 편집숍을 표방한 체험형 매장으로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렉트로마트의 지속적인 성장 배경에는 끊임없는 MD개선과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일렉트로마트는 드론 체험존·피규어 전문존·3D프린터존 등 차별화 포인트를 갖춰 주목 받았고, 이후 강화된 체험존과 패션·뷰티 남성 편집매장, 스포츠매장을 접목시킨 점포들을 연달아 선보였다.

호텔 사업도 정 부회장이 공을 들이는 분야다. 올해 연말까지 4개 호텔 오픈이 연달아 예정돼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독자 호텔 브랜드인 ‘그랜드 조선’이 부산에서 10월에, 12월엔 제주에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그랜드 조선 부산은 330실 규모로 패밀리 고객을 위해 키즈 전용 플로어와 패밀리형 룸타입 등 키즈 테마 콘텐츠를 강화했고, 조선호텔의 헤리티지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로비와 라운지, 조선호텔의 전통성을 담은 식음업장 등을 통해 차별화를 꾀할 예정이다.

10월 말에는 서울 중구 저동에 비즈니스급 호텔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을 오픈한다. 12월 말에는 판교에 306실 규모의 독자 브랜드 호텔 ‘그래비티 서울 판교-오토그래프 컬렉션’을 선보인다.

내년 4월엔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최상급 호텔 브랜드인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럭셔리 컬렉션 호텔’을 오픈한다. 조선 팰리스는 세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상급 독자 브랜드 호텔로 경제·관광·문화 등 산업요소 전반에 걸쳐 최고의 입지인 강남의 심장부, 테헤란로 중심에 있는 만큼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호텔로 만든다는 포부다.

#. 경험 “물건만 파는 공간 아닌, ‘새로운 공간’ 만들어 고객의 시간을 얻어야 한다”

2018년 6월 정용진 부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함께 하남 스타필드를 둘러보고 있다.신세계그룹
2018년 6월 정용진 부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함께 하남 스타필드를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정용진 부회장은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공간이 아닌 고객이 생활의 일부분을 투자해 우리와 함께 하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야한다고 강조해왔다. 대형마트의 경쟁자는 놀이공원이나 야구장이고, 고객의 소비보다는 시간을 얻을 수 있도록 신세계그룹의 사업장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하남에 첫 선보인 교외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가 대표적이다. ‘세상에 없던 쇼핑 테마파크’, 이것이 정 부회장이 겨냥한 핵심 포인트다.

스타필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 포맷이 아닌 새로운 유통 플랫폼으로, 원데이쇼핑·위락·관광·힐링 복합공간으로 고객의 시간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철학이 담긴 공간이다.

스타필드는 오픈 이후 온 가족이 함께 찾아 하루 종일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하남점 기준, 연간 20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수도권의 대표적인 쇼핑·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남점 이후 코엑스몰과 고양에도 스타필드를 추가 오픈했고, 도심형 스타필드인 ‘스타필드 시티’도 위례·부천·명지(부산)에 선보였으며, 스타필드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7년 5월 선보인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의 ‘별마당 도서관’은 코엑스몰 상권과 도서 문화를 바꿔놓은 창조적 아이디어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이 공간을 문화 체험과 휴식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위치한 '별마당 도서관'.신세계그룹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위치한 '별마당 도서관'.<신세계그룹>

코엑스몰 중심인 센트럴플라자 공간에 총 면적 2800㎡, 2개 층으로 만들어진 ‘별마당 도서관’은 13m 높이의 대형 서가와 6만권이 넘는 책을 비롯한 600여 종의 최신잡지 코너, 최신 e-book 시스템까지 갖춰 오픈 초기부터 큰 이슈가 됐다.

책을 읽는 공간 외에도 강연·공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 꼭 방문해야 하는 도심 속 핫 플레이스로 새롭게 떠올랐다.

별마당 도서관은 도서기부의 명소 외에도 다양한 강연과 주말마다 진행되는 클래식 공연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문학계의 거장 고은 시인을 비롯해, 대표적인 힐링 멘토 혜민 스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유홍준 교수, 건축가 승효상, 소설가 김영하, 피아니스트 지용, 영화감독 장항준, 구글X를 지휘하는 모 가댓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문학·영화·음악·인문 등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별마당 도서관에서 시민들과 함께 공감하는 시간을 가진다.

별마당 도서관의 인기에 힘입어 전체 코엑스몰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별마당 도서관이 이슈몰이를 하면서 스타필드 코엑스몰을 찾는 고객이 자연스럽게 늘었고, 코엑스몰에 입점한 음식점과 카페, 옷가게, 상점 등을 찾는 고객 역시 증가하면서 코엑스몰 전체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오는 10월엔 3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스타필드, ‘스타필드 안성’을 오픈한다. 수도권 남부 지역의 스타필드 하남과 서북부 지역의 고양에 이어 경기 남부 지역의 안성까지 오픈하면 스타필드의 수도권 3각 축이 완성되는 셈이다.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사업은 정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야심작이다.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과 경기도·화성시·한국수자원공사는 2019년 7월 30일 화성 국제테마파크 추진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세계그룹은 앞으로 4조5693억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시 송산면 일대 418만㎡ 부지에 2021년 테마파크를 착공해 2026년 부분개장하고 2031년 완전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줄곧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상대로 테마파크를 꼽았던 정 부회장이 테마파크 사업에 직접 뛰어든 셈이다. 그는 화성국제테마파크를 집객효과가 높은 대규모 ‘체류형 쇼핑몰’로 만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 영업환경을 헤쳐 나갈 새 돌파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정 부회장은 2019년 11월 21일 화성 국제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신세계그룹이 지닌 모든 사업역량을 쏟아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며 사업의지를 다졌다.

#. 소통 43만 팔로워 ‘이마트 아저씨’…소통강화·상생경영으로 반기업 정서 완화

이마트 월계점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카트를 밀고 있다.인스타그램 캡처
이마트 월계점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카트를 밀고 있다.<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와 온라인 플랫폼의 급부상으로 유통 대기업들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소통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은둔 경영’을 고수하는 대다수 기업 수장들과는 달리, 정 부회장은 적극적인 SNS 활동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 계정에 신사업 홍보를 비롯해 취미활동, 맛집 소개, 반려견 등 다양한 주제를 올려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그는 톱스타 못지않은 인플루언서로 통한다. 지난 9월 말 기준, 43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대표 ‘셀럽’ 행보를 펼치고 있는 정 부회장이 멀게 만 느껴지는 기업 오너의 이미지를 벗고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줘 대중을 잠재적 소비자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여느 기업가와 달리 정 부회장의 행보는 늘 활기차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을 돕는 동시에 이를 신세계의 새로운 사업으로 연계하는 전략이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SBS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정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원도 못난이 감자 매입에 대한 협조를 구하자 정 부회장이 이를 흔쾌히 승낙했고, 이후 이마트와 SSG닷컴 등 신세계 유통플랫폼을 통해 완판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23일엔 해남 못난이 왕고구마를 같은 방식으로 완판 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SNS에 못난이 감자와 못난이 왕고구마 등의 사진을 올려 농부들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가 못난이 고구마를 직접 주문해 맛탕을 만드는 사진을 올렸을 땐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맛집 기행’도 젊은층에선 인기 검색어로 꼽힌다. 판교에 거주하는 정 부회장은 ‘판교 장어집’ ‘판교 족발집’ 등 동네 맛집과 서울 시내에 위치한 ‘만두집’ ‘찜닭집’ ‘이자카야’ 등 중저가의 다양한 음식점을 SNS에 소개하고 있다.

평상시 그는 피코크, 노브랜드 등 신세계의 사업 브랜드 등을 주로 언급했으나, 코로나19 이후부터는 골목 맛집 포스팅이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골목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가 소개하는 식당들이 곧바로 북적거리며 ‘핫플레이스’가 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동네 맛집’을 신세계의 신사업에 접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식가인 그가 찾은 맛집들의 메뉴가 이마트의 자체상표 식품으로 개발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것이다. 정 부회장이 SNS에 올리는 사진과 소식의 대부분이 ‘요리’에 기반하고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음식에 관한 그의 관심도가 높고 그와 관련된 새로운 사업 모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 자체 식품 브랜드인 피코크의 경우 출시 전 품평회에 정 부회장이 직접 참여해 모든 제품을 시식하며 재료와 조리법, 맛에 관해 임직원과 의견을 나누는 등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데블스도어도 이러한 사례 중 하나다. 정 부회장은 국내에 커피 전문점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기 전 미국 유학생활 때 접한 스타벅스를 직접 한국에 들여왔고,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수제맥주전문점 데블스도어도 그가 수제맥주 애호가인 데서 사업적 아이디어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엔 경쟁사를 방문한 사진과 경쟁사 제품에 대한 호평을 남기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경쟁사인 호텔롯데 ‘시그니엘 부산’ 개점 당시 방문한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고, 지난 8월엔 롯데마트를 방문해 롯데마트 직원과 찍은 사진과 ‘롯데마트 방문. 많이 배우고 나옴’이라는 글을 함께 남겼다. 롯데몰 김포공항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방문한 기록을 올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다른 회사를 칭찬하는 등 직접적인 메시지를 남긴 적은 처음이어서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이전부터 정용진 부회장은 경쟁사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라이벌이 아닌 함께 가야 할 파트너’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소비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통업을 주력으로 한다. 때문에 정 부회장이 오너 경영인이면서도 SNS 등을 활용한 소통을 활발히 하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업적으로 득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상생경영 모습을 보이며 반기업 정서 완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은 소비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특징”이라며 “오너 경영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정용진 부회장은 SNS 등을 활용한 소통을 활발히 이어가며 충성고객 확보는 물론 신사업을 홍보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는 신세계를 젊은 기업, 창의적인 기업으로 비치게 해서 결과적으로는 비즈니스에 큰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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