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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6-24 19:25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목숨 끊은 성폭행 피해자에게 사망보험금 지급 거절한 보험사들
목숨 끊은 성폭행 피해자에게 사망보험금 지급 거절한 보험사들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9.29 10: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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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사망 전 정신과 진료 기록 있는데도 고의 사망이라며 보험금 지급 의무 없다고 주장
법원 “급격한 심리적 불안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 피해자 손 들어줘
성폭행 피해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를 고의적인 자해로 인한 사망이라며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들이 법원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뉴시스
성폭행 피해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를 고의적인 자해로 인한 사망이라며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들이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성폭행 피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에게, 복수의 보험사들이 ‘정상적으로 의도된 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이라고 주장하며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지난 2017년 5월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근무하던 여군 장교 A 대위가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직속상관이던 B 대령의 성폭행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준강간 혐의로 헌병대에 긴급 체포된 B 대령은 조사에서 A 대위에 대한 성폭행 사실에 대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B대령은 재판에 넘겨졌고, 항소심 끝에 군사법원으로부터 징역 15년, 신상정보공개 5년을 선고 받았다. 상관의 지위와 권한을 악용한 중대 성범죄가 발생했는데도 당시 군은 A 대위의 죽음을 단순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해명해 사건의 원인이 단순 부조리로 마무리 될 뻔했다. 다행히 언론보도를 통해 이 사건이 크게 조명됐고, B 대령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후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A 대위는 생전 4곳의 손해보험사와 보험계약을 체결 중이었고, A 대위의 유족들은 법정상속인으로서 이들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 대위가 목숨을 끊은 방법 등을 봤을 때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만큼 사망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상법 제659조에 따르면, 보험사고가 피보험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생긴 것이라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책임이 면제된다. 하지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쳐 사고가 발생했다면 보험사에게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생긴다. 이들 보험사의 주장은 A 대위가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가능한 맨정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미였다.

A 대위 유족들은 반발했다. 상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입고 있었는데 이런 게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면 과연 어떤 고의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냐는 주장이었다. 결국 A 대위 유족들은 이들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3년 여 간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이 사건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19부(부장판사 이민수)는 최근 판결을 내리며, A 대위 유족들이 청구한 보험금 상당액을 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 결과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A 대위는 B 대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직후 병원에서 외상후스트레스성 장애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특히 병원 기록에 따르면 A 대위는 담당 의사에게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털어놨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A 대위는 주변인들이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우울감과 무력감 등으로 극심한 불안증세를 보였다. 이를 증명하는 기록과 자료들이 제시됐음에도 이들 보험사는 A 대위가 정신상태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의도된 고의적 자해 행위를 해 사망했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A 대위는 자신을 성폭행한 B 대령을 떠올리면서 급격한 심리적 불안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당시 A 대위는 심각한 병적인 정신상태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들 보험사가 A 대위 유족들이 청구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일부 보험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이다. 끔찍한 성폭행 피해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여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피해자가 의도된 자해를 했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세상을 떠난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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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진 2021-06-03 17:50:13
기자님 보험관련 유익한 정보가 많이 있네요 ~ 해당 판례는 검색을 해도 정보가 나오지 않는데
사건번호를 알 수 있는지 조심스레 문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