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로 기소유예 처분 받았는데…보험계약 해지 통보는 ‘법적 무효’
보험사기로 기소유예 처분 받았는데…보험계약 해지 통보는 ‘법적 무효’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9.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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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소유예 처분만으로는 보험사기가 유죄라고 반드시 단정할 수 없어”
검찰로부터 보험사기로 인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고 해서, 반드시 보험사의 보험계약 해지 통보가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뉴시스
검찰로부터 보험사기로 인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고 해서, 반드시 보험사의 보험계약 해지 통보가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피보험자가 보험사기로 인해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이에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이 피보험자와의 보험계약을 해지하려 했지만, 기소유예 처분만으로는 보험사기로 인한 계약해지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여성 K씨는 2000년대 중반 M손해보험사와 종합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그는 2011년 말부터 2015년 초까지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한 의료원에서 수차례에 걸쳐 입원치료를 받았고, M손보사로부터 입원치료비와 입원일당 등 보험금으로 수천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당시 K씨의 병명과 입원횟수 등에서 수상한 점이 발견돼 수사가 이뤄졌고, 결국 그는 검찰로부터 보험사기로 인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K씨가 당시 통원치료가 가능함에도 병원과 공모해 무리하게 입원했고, 이로 인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령했다고 봤다. K씨는 기소유예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에 벌금을 납부하거나 구속될 일이 없었지만, 보험사기에 대한 범죄행위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인정된 셈이다.

M손보사는 곧바로 K씨에게 약관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K씨가 가입한 M손보사의 보험약관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 피보험자(또는 계약자)가 고의로 손해를 일으킨 경우가 명시돼 있는데, 이러한 일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보험사는 해당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은 사유가 향후 보험사기에 의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이다. K씨도 보험사기로 인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만큼 M손보사의 보험계약 해지 통보는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K씨는 M손보사를 상대로 보험계약 해지를 무효로 한다는 확인청구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K씨는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발생한 질병에 대해 입원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입원치료를 받았던 것 뿐이기 때문에 보험금을 부당하게 편취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만으로 보험약관에 따른 보험계약 해지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 “기소유예 처분만으로 명백한 유죄라고 볼 수 없어”

일반적으로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의 경우, 피보험자(또는 계약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처분 또는 법원의 판결이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통해 K씨에 대한 범죄사실을 인정한 만큼, 뒤늦게 “보험사기가 아니다”라며 이의를 제기하며 보험계약 해지사유가 없다는 K씨의 주장은 법적으로 설득력을 얻기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이 사건 재판에 대한 판결을 내린 법원은 K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M손보사의 보험계약 해지 통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된 K씨의 당시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 등을 종합했을 때, K씨가 입원의 필요성이 전혀 없음에도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허위로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기소유예 처분 사실만으로는 허위로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K씨는 입원 전 의료진과 직접 면담 후 진찰을 받았고, 그 결과 질병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곤란하므로 집중치료를 위한 입원조치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K씨가 담당 의료진에 허위의 증상을 호소하거나 불필요한 입원치료를 요구하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담당 의사가 K씨에 허위·과잉 입원치료를 허락했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K씨의 담당 의사 역시 보험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K씨가 검찰로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보험사기를 통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편취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사례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단지 수사기관이 범죄행위를 인정한 것일 뿐이었다. 피의자가 검찰의 이러한 처분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 향후 법원의 판결을 통해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 또 법원에서도 1심과 항소심, 상고심 결과가 다를 수 있다.

K씨의 사례처럼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고 해서 범죄사실이 무조건 유죄가 됐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보험금 지급 및 보험계약 해지를 둘러싼 보험사와의 분쟁에 대해 법원은 기소유예 처분과는 별도로 사실 관계를 따져보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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