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연구 주도한 ‘특허 발명자’, 퇴직하고 나니 ‘단순 관리자’?
신약 연구 주도한 ‘특허 발명자’, 퇴직하고 나니 ‘단순 관리자’?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9.09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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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쏘시오홀딩스 전 연구기획관리실장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
회사 측 “관리자 역할만 수행” 주장에 법원 “특허발명에 실질적으로 기여”
동아에스티 본사. 뉴시스
동아에스티 본사.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가 위장질환 치료제 ‘모티리톤정’을 개발하는데 기여한 전 연구기획관리실장이 직무발명보상금을 요구하자 그를 단순한 관리자였을 뿐 발명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8월 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62부(부장판사 염호준)는 과거 동아쏘시오홀딩스 연구기획관리실장을 맡았던 A씨가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를 상대로 제기한 10억원대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A씨의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1990년대 초 동아쏘시오홀딩스(옛 동아제약)에 입사해 연구원과 연구소장을 역임하고, 동아에스티에서 임원급인 연구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하다 몇 년 전 퇴사했다.

그는 재직 당시인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천연물을 이용한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물질 개발 연구를 총괄했다. 이 기간에 수건의 제품 특허를 내 권리를 회사측에 승계했다. 동아제약은 A씨의 특허발명에 기초해 위장질환 치료제 모티리톤정을 개발했고, 2011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당시 동아제약은 모티리톤정을 천연물질을 이용해 만든 기능성 위장질환 치료제로 소개하며 주목을 받았고, 같은 해 12월부터 국내 시판에 들어갔다. 지금은 동아에스티에서 이 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A씨는 모티리톤정 개발 연구를 총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특허발명을 구체적으로 착상하고, 연구방향 설정, 실험방법 선택, 연구원들에 지시, 실험결과 분석 등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해당 제품 특허발명의 유일한 발명자라는 입장이다. 

A씨는 모티리톤정의 매출 및 예상 매출액이 수천억원에 달하지만, 회사로부터 특별공로 시상금만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특허개발에 따른 정당한 보상액을 지급해야 한다며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3년 인적분할을 통해 동아제약이 보유하고 있던 지식재산권 등을 동아에스티에 전부 이전했기 때문에 A씨가 주장하는 특허발명에 대한 직무발명보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A씨가 주장하는 특허개발은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이뤄진 것으로, A씨는 단지 그 결과물을 보고받고 연구원들을 관리‧감독하는 관리자 역할만 수행했을 뿐 직접적으로 실험을 수행한 적이 없어 발명자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설령 A씨의 특허발명을 인정한다 해도 정당한 보상금액은 8000여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재직 시 특별공로보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했으니 더 이상의 보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법원 “연구방향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험방법 제시”

이 사건 재판부는 A씨가 당시 해당 특허발명을 위한 프로젝트 오너로서 연구방향을 설정하고, 연구원들이 실시할 구체적인 실험방법을 제시‧지시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A씨는 실험결과를 연구원들과 함께 분석하면서 향후 연구방향을 조언‧지도하는 등 특허발명과 관련된 기술적 사상의 창작행위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의 법정 진술이 이를 뒷받침 해줬다. A씨가 단순한 관리자였다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당시 연구원들이 법정에 나와 증언한 것이다.

한 연구원은 증인으로 출석해 “(A씨가) 항상 실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로데이터(raw data)까지 보고 가셨다”고 증언했다. 다른 연구원은 “프로젝트 연구를 시작할 때 (A씨를 제외한) 연구원들이 저를 포함해 다 연구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급이었다”고 진술했다. 이 외에도 당시 연구실험에 있어 중요한 결정은 A씨가 도맡았고, 다른 연구원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이행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A씨가 특허발명의 발명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가 청구한 직무발명보상금을 동아에스티만이 아닌 동아쏘시오홀딩스 역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추정된 지난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모티리톤정의 순 매출액은 1976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2012년부터 2030년까지 순 매출액을 산정한다면 3263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재직 당시 3000만원이 안 되는 특허발명에 대한 특별공로상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다수의 기업들이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을 둘러싸고 퇴직자들과 법적분쟁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직원이 재직 당시 발명해 회사 측에 위임한 특허와 기술 등에 대해 향후 가치를 판단한 뒤 퇴직금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동아쏘시오홀딩스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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