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은행, 정부 승인 요청도 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 발표했다
[단독] 기업은행, 정부 승인 요청도 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 발표했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9.04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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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방안 발표
2년 6개월 지난 지금까지 주무부처인 기재부에 정규직 증원 승인 요청 안 해
기업은행 본점.뉴시스
기업은행 본점.<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IBK기업은행이 무기계약직(준정규직) 3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했으나 2년 6개월여간 정부에 승인 요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기업은행은 ‘비정규직 제로’ ‘완전한 정규직 전환’ 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으나 <인사이트코리아>가 공공기관의 정규직 증원을 승인하는 기획재정부에 확인한 결과 기업은행은 아직까지 해당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기업은행은 2018년 3월경 무기계약직의 처우개선 방안을 공표하고 현재 시행 중이나, 은행 내부에선 ‘일만 정규직과 동일하게 늘어나고 연봉은 계약직 때보다 줄었다’는 사례가 언급되며 비판론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무기계약직의 처우개선이 실질적으로 불가했던 근본 배경은 정부로부터 정규직 정원과 예산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데, 기업은행이 무리하게 ‘보여주기식 정규직 전환’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8년 3월 23일 기업은행은 ‘직원 모두가 차별 없이 일하는 근무 환경 구축을 위해 처우개선을 실시한다’는 명목하에 준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한다고 밝혔다. 당시 기업은행은 직급을 신설하거나 별도의 선발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해서 온전한 정규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은행은 승진을 비롯해 급여·담당 직무 등 인사제도 관련 모든 부문에서 정규직과 동일하게 운영한다며, 처우개선 된 무기계약직 직원과 기존 정규직 신입 직원 간 차별 제거를 위해 정규직 ‘6급’ 제도를 폐지하고 전 직원에게 동일한 1~5급 체계를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기업은행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발표하자 다수의 매체가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기업은행이 신속한 절차를 통해 정규직 전환 작업이 추진됐다며 사측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는 내용을 집중조명하기도 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더니 업무는 추가되고, 연봉은 오히려 내렸다" 

그러나 <인사이트코리아>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정규직 6급을 없애는 대신 5급 내에 하위 호봉(6~10호)을 신설, 6급 직급에 해당하는 수당을 적용했다.

담당 직무는 늘었다. 예컨대 무기계약직 창구텔러의 경우, 기존엔 수신업무만 담당했으나 해당 지침이 시행되면서부터는 여신·외환 업무까지 맡게 됐다.

무기계약직 A씨는 “일은 늘고 수입은 줄었다”는 입장이다. A씨는 정규직 업무에 대한 연수를 받고 현재 여신·외환 업무까지 추가로 하고 있으나, 무기계약직일 때보다 연봉은 줄었다는 것이다.

계약직 입사 당시, A씨는 군복무 기간을 별도 인정받아 동일 직군 여성 직원과 2호봉의 차이가 있었으나 2018년 3월 일괄 전환 과정에서 군복무 경력이 3분의 1 정도로 줄면서 연봉이 사실상 하락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무기계약직은 애초부터 정년 보장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정규직 전환을 원한적도 없지만, 회사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말하면서 동등한 정규직 전환을 해주는 척 광고하며 동의를 구했다”며 “그런데 이런 불공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는 별도의 설문조사나 의견 수렴도 없이 따르라고만 공표했다. 돈을 기존대로 적게 주는 거면 일도 기존 업무만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무기계약직 남자 직원들은 원래 정규직 남자 직원과 5호봉(경력 5년) 차이였는데, 이번 전환을 통해서 군복무 기간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7년 차이가 됐다”며 “대부분의 계약직들은 이런 불공정한 전환 원한 적도 없는데, 회사만 축하한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무기계약직 B씨는 “6급 없앤다면서 돈은 6급에 준해서 주고, 일은 기존 정규직만큼 시킨다는 것은 말장난”이라며 “동일한 인사체계를 쓴다고 해놓곤, 기존정규직 최말단이 5급11호봉인데 그보다도 훨씬 낮고 기존엔 없던 5급 6~10호봉 만들어놓고 똑같아졌다고 하는 것은 회사가 사기 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재부 "정규직 증원·예산 승인 요청 들어온 것 없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기업은행 내부에선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행은 아직 정부로부터 무기계약직 3300여명에 대한 정원 및 예산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이 정규직을 증원하려면 기획재정부에 사전 보고 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기업은행이 무기계약직 정규직 증원과 예산 등에 대한 승인을 기재부에 요청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업은행의 무기계약직 대상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증원·예산 승인에 대해 협의요청은 들어온 것이 없는 상태”라며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건은 일단 노·사·전 협의회에서 합의가 되면 주무부처(금융위원회)에서 재협의를 하게 되고, 그 단계가 다 끝나면 기재부에 정원 반영에 대해 연락을 한다. 그런데 아직 기재부에 연락이 온 적도 없고 승인은 당연히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무리한 정규직 전환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정규직 승인을 받지 못한데다 예산도 받지 못해 실질적 처우개선이 되지 않았는데, 해당 사실을 인지하는 직원들도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무기계약직 C씨는 “회사는 완전한 정규직 전환을 이뤘다고 대내외적으로 홍보하더니,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정부 승인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다.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을 알고 있는 직원도 거의 없다”며 “일만 늘어나고 처우개선은 되지 않는 눈가리고 아웅식 일괄전환에 힘없는 계약직만 죽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합리한 전환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면 정규직들은 ‘그래도 너희가 이런 기회 아니면 어떻게 과장급 이상 승진을 하겠나’라고 비꼬는데, 무기계약직에 입사 지원을 할 때부터 우리가 정규직과 동일한 고공승진을 원했을 것 같나. 해당 직무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한 후 내가 원해서 지원을 한 것”이라며 “고용안정이 보장된 무기계약직이었는데, 정규직 전환을 해준답시고 결국 일만 늘어난 셈이다. 그렇게 정규직을 시켜주고 싶으면, 기존 행원들과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만 바꿔줘도 되는 것을 왜 이렇게 우겨넣기 식으로 강행하는 지 납득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사이트코리아>는 기업은행과 금융위원회에 2주 이상 수차례 질의했으나 양측 모두 답변이 없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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