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업무상배임, 2017년 법원은 인정 안했다
이재용 부회장 업무상배임, 2017년 법원은 인정 안했다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9.02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 재판부 “경영권 승계 일환 인정…업무상배임은 아니다” 판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검찰이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업무상배임 혐의 내용이 과거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이 있어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지난 1일 삼성그룹 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등에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에 있어 지난 2015년 4~5월경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합병의 사업적 타당성과 합병시점‧합병비율의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등의 충실‧선관의무에 위배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전단적(專斷的) 결정에 따라 합병을 실행함으로써,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이 회사 기업가치가 반영된 적정한 합병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오로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회사의 경영 판단 및 삼성물산 주주들에 대한 이익 고려는 없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검찰은 삼성 측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 결정을 위해 당시 주가 추이에 따라 합병 시기를 결정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 시너지 검토도 없이 합병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검찰의 기소 내용 중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한 부분은 지난 2017년 초부터 진행돼 온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뇌물공여, 횡령 혐의 등)에서 공소사실에도 적시됐고, 이를 두고 특검과 삼성 간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인 바 있다.

법원이 이러한 업무상배임 혐의 관련 쟁점에 대해 삼성 측 주장이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10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16부를 통해 내려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 판결 내용에도 명시돼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국정농단 형사 사건 1심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한 후, 해당 형사 판결 내용을 반영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의 일환이었으며 합병 과정에서 미래전략실이 관여했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다만 현재 검찰이 파악한 대로 당시 합병이 주주들의 이익 보호에 반(反)했다거나, 사업적 타당성(시너지 효과)과 합병시점‧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이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것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 할 수 없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추진 당시 세계적인 유가하락과 더불어 해외건설 사업부문에 대한 우려 그리고 전반적 상품가격 하락으로 인해 삼성물산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2015년 1분기 삼성물산은 어닝쇼크(Earning Shock)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삼성물산 입장에서 전보다 침체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레저‧패션‧식음료‧바이오분야 등에서 강점 또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할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뿐만이 아닌 회사의 경영 위기를 탈출하고 합병으로 인한 다양한 시너지 창출 등도 목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이 공시된 직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상당히 올랐고 계열사 이익에도 기여하는 등 시장에서 합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다수 있었던 만큼, 합병이 주주들에게는 손해만 주고 오로지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할지라도, 경영상의 합목적성을 무시할 수 없어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며 “특정인의 기업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은 목적이 부당해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무리한 합병으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업무상배임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였다.  

특검 공소사실과 다른 바 없는 검찰 기소 내용

검찰 측의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한 기소 내용 중 ‘합병의 사업적 타당성과 합병시점‧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등의 충실‧선관의무에 위배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그동안 삼성 측은 2015년 5월 26일 구 삼성물산 이사들이 임시이사회를 열고 합병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심의했고, 당시 삼성물산의 수익성 정체와 성장 지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경영상 판단으로 합병 찬성이 결의됐다고 해명해왔다.

합병 무효 소송 재판부 역시 “이사회 결의에 위법 사항이 없었다”며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삼성물산 측은 합병 발표와 동시에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라 합병의 목적, 형태, 합병비율 그리고 산출근거 등이 자세히 기재된 주요사항 보고서를 공시했다. 그렇다면 주주들이 해당 공시내용을 통해 합병 찬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위법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업무상배임 혐의를 둘러싼 3년 전 특검의 조사 결과와 이번 검찰의 조사 결과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앞선 재판에서 법원은 해당 혐의 내용이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등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 이번 기소 내용에 새롭게 반영됐다. 향후 검찰이 어떻게 혐의 입증에 나설지, 이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