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명태는 수산물 값 폭등에 죄가 없다
냉동명태는 수산물 값 폭등에 죄가 없다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0.09.01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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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와 광고의 합동 작전 성공 이야기
<픽사베이>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겨우 진정세를 보이는가 싶던 코로나19가 광복절 연휴를 기점으로 다시 악화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확산의 책임을 놓고 여전히 공방이 시끄럽다. 최근 불거진 북한 정권의 이상 동향과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대립 양상 사이에 낀 한반도의 정세 또한 심상치 않다.

이렇듯 국내외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고 어지럽지만 한 가지 변함없는 것이 있다. 바로 계절의 변화다. 더위가 그친다는 절기인 처서가 지나서인지 늦은 밤이나 새벽녘에는 제법 선선한 느낌이다. 그런데 가을이 찾아오고 추석이 가까워지면 생각나는 생선이 있다. 다름 아닌 ‘명태’다.

199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정부는 물가만 오르면 그 원인 제공자의 하나로 대기업을 몰아세우곤 했다. 언론과 국민들 질책의 화살이 정부로 쏟아지기 전, 희생양을 찾았던 것이다. 만만한 것이 대기업이라, 뻔히 아는 일도 연중행사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3월로 기억된다. 어느 날 언론들이 대형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경제기획원(지금의 기획재정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의 결과였다. 내용은 ‘최근 수산물 값이 폭등했는데 그 원인은 재벌그룹 종합상사들이 매점매석한 결과’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보도였다. 더구나 통계수치를 뽑아보니 ㈜대우가 비축 물량이 제일 많아 종합상사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고 했다.

“대기업이 주범”…언론의 집중포화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언론 기사를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최근 명태 값이 두 달 사이에 45.8%나 올랐다. 그런데 ㈜대우 등 종합상사들이 엄청난 물량을 수입해서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있으며 값이 더 오르기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가격안정을 위해 수산물 조기 출하를 독려하고 있으나 폭리 취득을 노려 말을 듣고 있지 않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기사 내용이 사실 그대로라면 정말 국민 입장에서는 “나쁜 놈들”을 넘어 “죽일 놈들”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신문, 방송에서 경제면, 사회면은 물론 사설, 해설 보도를 통해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연일 해당 대기업들을 집중포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대우가 수입한 명태는 냉동명태이며 대부분 러시아산으로 수출용 원자재였다. 즉, 재가공을 해서 수출을 하도록 수입관세가 면제된 상품이었다.

주로 미국, 유럽에 피시 버거(Fish burger)용으로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고 있어 절대로 국내에 판매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일부 내수용 물량도 이미 계약을 체결하고 선수금까지 받은 상태여서 폭리를 거두려고 출하를 늦추고 있다는 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었다.

정확한 팩트를 파악한 ㈜대우 홍보팀에서는 즉각 정통 홍보의 루트를 밟기 시작했다. 즉, 정확한 데이터와 수출계약서 등을 근거로 반론 제기용 보도자료를 만들어 릴리스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광야에서의 외로운 외침이라고 할까, 큰 태풍에 마주한 작은 선풍기에 불과했다. 대부분 무시당했거나, 반영이 되었어도 마치 궁색한 변명인양 제일 끄트머리에 한 두 줄 소개된 정도였다. 정말 한번 대세의 바람이 불면 여론을 돌리기 힘들고, 여론을 만든 장본인인 언론도 이제는 거꾸로 진실은 애써 외면한 체 여론을 따라 가고 있는 것이다.

홍보+광고 총동원 ‘대반격’

왜냐하면 ‘대기업이 매점매석해 물가폭등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되어도 ‘사실은 그게 아니고 수출용 원자재였다, 정부가 잘못 발표했다’는 소위 기사 거리가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출입기자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도 역부족이었다. ‘이게 현실이구나.’ 새롭게 홍보 공부를 한 느낌이었다. 하여튼 워낙 큰 사건, 이슈가 많은 나라인지라 시간이 약이라고 좀 지나자 그 일은 유야무야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봄, 여름이 지나고 민족 명절인 추석을 며칠 앞둔 때라 기억된다. 이번에는 ‘추석 차례에 쓰일 제수용 생선값이 폭등하고 있고 이 또한 수산물을 수입해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대기업이 그 주범’이라는 식의 정부 발표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봄에 겪은 유사한 일이 또 발생한 것이다.

그 당시 잘못된 보도로 인해 종합상사는 물론 그룹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즉각 그룹의 최고경영자에게 보고를 했다. 이후 내려진 지시 사항은 즉각 홍보와 광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능한 빠른 시간에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라는 것이었다.

언론 보도자료는 즉각 배포되었으며, 동시에 다음 날 조간신문 1면에 실릴 광고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보도자료와 거의 유사했고 이제 가장 중요한 헤드라인을 결정할 순간이 왔다. ‘냉동명태는 수출용 원자재이며 더구나 머리와 꽁지가 없는 피시 버거용으로 재가공 되었기 때문에 추석 제수용이 절대 아닙니다’라고 길게 쓸 수가 없어 나온 아이디어가 ‘냉동명태는 아닙니다’였다.

언뜻 보기엔 비논리적인 제목 같지만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켜 열독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지난 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대부분의 언론에서 경제기획원 발표를 비중 있게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홍보와 광고가 모처럼 합동으로 커뮤니케이션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였다. 덕분에 그 해 가을 홍보팀 비용(광고비)이 꽤나 증가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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