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최형우’ 모아놓는다고 프로야구 우승하나
‘9명의 최형우’ 모아놓는다고 프로야구 우승하나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9.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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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인재 영입, 의도한 성과 내려면...
현재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최형우(사진) 선수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기아와 100억원의 FA계약을 체결, 첫해 기아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뉴시스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최형우(사진) 선수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기아와 100억원의 FA계약을 체결, 첫해 기아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살이를 각박하게 만들고 있다. 많은 기업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직원 수를 줄이거나 급여나 비용을 줄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직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 ‘똑똑한 사람 몇 사람만 더 있으면 어려움을 빨리 극복할 수 있을 텐데…’라는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는 상사들이 늘어난다. 아마도 경영자나 리더는 자신이 원하는 조직의 성과를 내기 위해 똑똑한 조직원을 갈망하고 있을 것이다.

리더가 인재에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조직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똑똑한 인재를 갈망할 것이다. 일반 조직뿐 아니라 야구나 축구와 같은 경기단체의 감독도 인재에 대한 욕심은 늘 있다. 프로 구단의 경우 감독이 새로 선임되면 감독의 취임 선물로 자유계약(FA) 선수를 영입하는 예도 있다. 이렇게 우수 선수를 영입하면 그 팀의 성적 향상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늘어나 팬들로부터 비난보다는 응원을 받을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고, 구단이 팀 성적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경우를 보자. 인재 영입으로 목표를 달성한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 기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최형우 선수다. 최형우 선수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기아와 10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 당시 100억원이라는 계약금 총액에 대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계약 첫해 최형우 선수가 기아의 우승에 큰 도움이 되면서 FA 계약이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직의 리더는 기아처럼 FA 선수를 영입해 우승을 차지하는 사례를 보면서 능력 있는 인재가 성과를 좌우한다고 믿기 쉽다. 프로 구단에서 FA 선수의 영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듯이 기업에서는 경력직원을 스카우트해 성과를 내려고 한다. 하지만 리더의 바람처럼 외부 인재를 영입해 성과를 내기가 야구의 경우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까지 모 중견 그룹에서는 유명 그룹의 임원이나 간부를 중점적으로 스카우트해 갔지만, 그 인재들을 통해 원하는 성과를 얻었다는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조직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야구 다르고 축구 다르듯

만약 리더가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리더는 우수한 인력을 영입하더라도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야구는 시즌 중에도 구단끼리 선수를 트레이드한다. A팀의 선수가 트레이드 당일 B팀의 선수로 경기에 출전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야구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선수의 역할이 다른 종목에 비해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경기 중 다른 선수의 도움이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기 때문이다. 투수가 타자에게 공을 던질 때 감독이나 선수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마음속으로 하는 응원 정도이지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선수의 경기력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투수의 능력뿐이다. 수비수가 수비할 때나 공격수가 공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이유로 야구 선수는 팀을 옮기더라도 경기에 적응하기가 수월하다.

야구와 달리 축구는 경기 중 동료 선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해 12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손흥민 선수가 70m 정도를 단독으로 드리블해 골을 넣은 적이 있는데 이 골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골로 선정되었다. 축구에서 이런 골은 몇 년에 한 번 볼 수 있을 정도로 드문 경우이고 대부분의 골은 선수들끼리의 패스를 통해 만들어진다. 동료가 공격할 때 빈틈을 노려 패스를 받거나 활발한 활동으로 상대 수비수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면 공격수는 공격하기가 수월해지고, 골을 넣을 확률도 높아진다. 수비수가 수비할 때도 동료의 도움이 없으면 상대편의 공격을 막기가 쉽지않기 때문에 동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처럼 축구는 야구와 달리 경기 중 동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처럼 같은 구기 종목이지만 동료의 영향력은 종목에 따라 달라진다.

운동 종목에 따라 동료의 영향력에서 차이가 있는 것처럼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A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 홍길동(41세, 가명)이 있다. B사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홍길동에게 접촉해 이직 의사를 물었다. 이직 제안을 받은 홍길동이 나에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줄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 아마도 많은 사람이 B사에서 제시한 연봉과 직급이 A사보다 높다면 좋은 기회이니 자신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회사를 옮기겠다고 말할 가능성이 크다.

이 조언이 제대로 된 조언이 되기 위해서는 홍길동이 B사에서 A사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홍길동이 B사에서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C사에 재직하는 이순진(37세, 가명)이 회사를 옮길 생각이 있다면 근무 환경과 조직 속성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순진이 D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C사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순진이 C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본인의 능력과 노력뿐이었다면 D사에서도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순진이 C사에서 훌륭한 동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 이순진이 D사로 출근한 다음 C사에서와 같은 합이 맞는 동료를 만난다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D사의 기대에 미치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D사에서는 이순진의 영입이 실패한 스카우트로 끝나게 되고, 이순진은 C사를 떠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순진이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C사에서 자신의 업무가 야구와 축구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를 냉정하게 평가한 다음 D사에서 원하는 업무가 자신의 평가 결과와 일치한다면 이직해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이직을 포기해야 한다.

연봉이 높다고 우수할까

D사의 인사 담당자도 경력직원을 채용할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경력직원이 필요한 부서의 속성이 야구와 축구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를 확인해야 한다. 부서의 속성이 야구에 가깝다면 경력 사원의 능력을 즉시 활용할 수 있겠지만, 축구에 가깝다면 함께 일할 부서원과의 관계가 형성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축구와 비슷한 조직에서 상사나 동료가 경력직원에게 부서에 적응할 시간이나 도움을 주지 않고 즉시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압박한다면 이순진은 D사에 입사한 것을 후회하게 되고, D사의 직원들도 ‘경력직원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면서 외부 인재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연봉이 높은 인재가 우수하다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의 경우를 보자.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는 그만큼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석할 수 있고, 연봉을 많이 지급하는 팀은 우수한 성적의 선수가 많으므로 연봉이 적은 팀보다 성적이 당연히 높아야 한다. 2020년 구단에 등록된 모든 선수 평균 연봉을 보면 E 구단이 1억 원으로 10위이고, F 구단이 1억6000만원으로 1위로 나타났다. 모든 선수가 아닌 1군에 등록된 선수들의 연봉만을 비교하면 E 구단은 1억6000만원 정도로 10위이고, F 구단이 2억9000만원으로 E 구단의 2배 정도를 지급하면서 1위를 기록했다. 작년도 성적을 보면 E 구단이 6위, F 구단이 10위로 연봉 총액과 팀 성적은 비례하지 않다. 물론 F 구단의 경우 몸값이 높은 특정 선수 몇 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이런 결과를 나왔다고 볼 수 있지만, 연봉과 성과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9-20 미국 프로농구(NBA) 정규시즌 뉴욕 닉스와 덴버 너겟스의 경기 중 관중석의 닉스 팬들이 종이봉투를 뒤집어 쓰고 성적이 좋지 않은 닉스를 야유하고 있다.뉴시스
2019-20 미국 프로농구(NBA) 정규시즌 뉴욕 닉스와 덴버 너겟스의 경기 중 관중석의 닉스 팬들이 종이봉투를 뒤집어 쓰고 성적이 좋지 않은 닉스를 야유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프로농구 NBA의 뉴욕 닉스의 사례도 비슷한 결과를 보인 사례다. 2003년 뉴욕 닉스에 부임한 토마스 감독은 왕년의 농구 스타로 당시 세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닉스를 더욱 강화할 방법을 찾았다. 농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 팀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 토마스 감독은 포지션별 득점력이 가장 우수한 선수들로 구성하면 당연히 승리가 많아질 것으로 생각했고, 구단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을 스카우트해 NBA에서 최강의 득점 평균을 가진 팀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뉴욕 닉스는 이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4시즌 내리 패전율이 66%에 이를 정도로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로 구성된 팀이 이토록 고전하게 된 이유는 선수 개개인이 다른 선수가 득점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보다는 자신의 득점 올리기에 혈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례를 통해 우수한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고 최상의 결과를 만들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셋째, 기존 인력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야구는 축구보다는 영향의 정도가 미약하지만, 다른 선수의 말이나 행동으로부터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다. 구단에서 자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를 영입한다는 소문이 돈다고 하자. 일부 선수는 이를 악물고 더 열심히 훈련에 참여해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선수도 있겠지만, ‘구단에서 내가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구나’라고 판단해 스스로 좌절할 수도 있다. 주변에서도 구단의 결정과 이 선수가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제든지 내쳐질 수 있구나’라고 불안감을 안고 경기장에 임하게 될 것이다.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연습이나 경기를 하면 선수의 집중력은 떨어진다. 이런 상태에서는 선수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가 어려워 경기력이 저하되기에 외부 선수를 데려와야 하는 명분을 만들어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내부 인력 육성에도 힘 써야

사람은 본능적으로 비교열위에 놓이는 것을 싫어한다. 조직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자기보다 직급이나 권한이 높은 사람이 온다고 하면 불편한 느낌부터 먼저 든다. 특히 서로 잘 아는 사이라면 불편함은 금방 사라지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불편함은 상대에 대한 경계심으로 변한다. 심하면 상대를 향한 공격도 주저하지 않게 된다. 같은 조직에서 생활하던 사람까지도 불편하게 생각하는데 외부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가 온다면 어떤 태도를 보이겠는가? 드라마나 소설의 주인공처럼 탁월한 능력이나 카리스마를 뽐내면서 한순간에 조직을 휘어잡는 경우는 현실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조직에서 모든 업무를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면 관계없지만, 동료들과 함께해야 한다면 아무리 우수한 인재도 동료들의 도움이 없으면 조직에 뿌리내릴 수 없다. 외부 인재의 영입을 통해 기존 조직원의 긴장감을 높이거나 미래를 위해 우수 인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이라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오히려 조직원이 경영진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어 조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부정적인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영입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한 다음 조직원들을 설득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외부 인재에 눈을 돌리기 전에 내부 인력에 대한 능력을 재발견하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 구단에서는 주기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기회를 주기 위해 드래프트를 통해 다른 팀에서 활약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때 다른 팀으로 간 선수가 과거와는 다른 실력을 발휘해 팬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례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나 조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외부 인력 채용 대신 내부 인력의 능력을 재발견하면 외부 인력 채용에 따른 추가 비용도 줄이고, 기존 인력의 사기도 높일 수 있다. 이것이 외부 인재에 눈을 돌리기 전에 내부 인재를 발견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조직원의 능력은 회사의 경쟁력에 비례한다. 경영진은 경쟁력 인재의 확보를 위해 외부 인력의 영입보다 내부 인력의 능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비용도 절감과 조직 적응에서 훨씬 효과적이다. 내부 인력의 육성 노력 없이 외부 인재의 필요성만 주장한다면 그 조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조직원의 능력을 발견하고 지속적인 격려를 통해 조직원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할 때 비로소 조직이 발전하고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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