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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6:14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1% 부족한 마무리가 99% 노력 날려 버린다
1% 부족한 마무리가 99% 노력 날려 버린다
  • 이원섭 IMS Korea 대표 컨설턴트
  • 승인 2020.09.0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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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의 언어와 오‧탈자 소동

옛날 회사 시절, 보고서를 작성할 때 내용에 신경을 너무 쓴 나머지 오‧탈자를 모르고 제출했다가 상사에게 혼났던 기억 정도는 누구나 있었으리라. 형식이 뭐 중요해? 내용이 중요하지? 하며 그 오탈자가 뭐 대수라고…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다. 또 사업을 하면서는 제안서를 접수하고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오탈자가 나서 일을 망쳤던 경험도 있었다. 모두 1% 하찮은(?) 마무리 때문에 99%의 노력을 날려 버린 것이다. 형식이 내용을 좌우한다는 말을 몸소 뼈저리게 경험한 것들이었다.

개인도 이러한 데 수많은 독자가 있는 미디어에서 오탈자를 낸다면 어떨까? 개인도 저리 심한 타격을 받았는데 독자의 신뢰를 먹고 사는 기사에 오탈자가 있다면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소한 오탈자는 가벼이 넘겨주기를 바라지만 그마저도 독자들은 냉철하다.    

지난 광복절 연휴에 국무회의에서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확정한 후,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던 ‘4흘’이라는 괴상망칙한 기사는 오탈자의 범위를 벗어나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듯하다.

8월 15일 광복절이 토요일이라서 ‘관공서 임시공휴일 지정 안’에 따라 8월 17일을 대체 휴일로 지정해 3일간 휴일이 되었고 언론사가 ‘사흘 연휴’라고 기사를 냈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들이 온라인 상에서 “3일 연휴인데 왜 사흘인가”라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논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글쓴이는 이 사실을 보면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실검 1위는 무엇이고 논쟁을 하는 것은 또 뭐냐?

4흘은 3일인가요, 4일인가요? 

‘사흘’을 ‘4일’이라니? 헷갈릴 수도, 모를 수도 없는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를 모른다는 말인가? 그래서 관련 내용들을 찾아보다가 이번에는 더 충격을 받았다. 이미 언론사들이 그렇게 가르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사진에서처럼 언론사에서 이런 기사를 그동안 많이 내보냈던 사실이 있었으니 일부 네티즌의 탓만이 아니라는 사실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4흘’이라는 도깨비같은 단어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나를 알아 보니 언론사다. 이러니 언론사의 이런 기사를 보았던 일부 네티즌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개봉 4흘 만에 누적 관객 수 143만 돌파!”라는 제목을 사용한 기사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이라는 내용으로 3일을 뜻하는 ‘사흘’을 ‘4흘’로 표기한 것이다.

모 신문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개통 취소는 4%, 교환 국내 이용자는 4흘만에 무려…”라고 적어 놓고 다음 문장에는 “국내 이용자가 사흘 만에 1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두 가지 표현으로 쓴 것이다.

기자들이 ‘사흘’을 모르는 세대인가? 그렇다면 게이트키퍼(gate keeper, 기사가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기 전에 미디어 기관 내부의 각 부문에서 취사선택하고 검열하는 기능, 또는 그러한 직책의 사람)인 데스크들도 이런 단어를 모르는 세대라는 말인가? 이런 기사를 쓰는 언론사의 자질과 수준을 의심하게 한다. 해당 언론사의 신뢰도는 하루 아침에 곤두박질함은 말 할 나위가 없다.

해당 내용을 찾아 보면서 이런 내용도 있었다.  

“제 목 : 2틀, 4흘, 10흘 왜 이렇게 쓰는 건가요?
맞춤법 | 조회수 : 1,562 작성일 : 2018-10-01 09:46:45

몇 년 전에 누가 2틀이라고 쓴 거 보고 황당하다 했는데 요새는 2틀, 4흘, 10흘 심심치 않게 보이네요.
이렇게 쓰시는 분들은 이게 정말 맞는 맞춤법이라고 생각하고 쓰시는 건지 궁금해요.
4흘은 3일인가요, 4일인가요?
틀린 맞춤법 꾹 참고 넘어가는 편인데 이건 좀 심하다 싶어요.”

이 글에 달린 댓글은 이러했다. 맨 마지막 댓글이 압권이다. 그래도 제대로 알고 있는 네티즌들도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언론사의 오탈자를 글쓴이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수많은 독자들은 과정이 아닌 결과로 보고 앞에 언급한 것처럼 모르는 사람들은 그대로 수용하고 따라 한다. 언론사 스스로가 매체 신뢰도도 떨어뜨리는 처사이다. 언론사의 오탈자로 실제 신문이 폐간된 사례도 있었다. 요즘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충북 최초 일간신문이었던 ‘국민일보’는 여러 번의 잘못된 기사를 내보내 1953년 결국 폐간을 당한다.

첫 오보는 1952년 5월 29일 ‘김성수 부통령 사표제출’을 ‘이 대통령 사표제출’로 보도한 것이다. 당시 자유당 이승만 정권이 어떤 정권인가? 국민일보 해당 기자는 물론이고 간부들까지 기관(?)에 불려 다니며 고초를 겪었다. 이것은 약과로 다음 해에는 대형 사고를 터트린다. 그 유명한 ‘견통령(犬統領)’ 대사건이다.

1953년 5월 20일자 신문에 ‘대통령(大統領)’을 ‘견통령(犬統領)’으로 활자화 해 인쇄함으로써 편집국장이 전격 구속된다. 지금 신문인쇄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인쇄를 하지만 당시에는 일일이 활자(납으로 만들어 진 글자)를 조합해 인쇄를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그 글자가 매우 작았다. 더군다나 인쇄글자와는 반대로 조판을 해야 했으니 클 ‘대(大)’와 개 ‘견(犬)’자가 헷갈리기 십상이었다. 조판공들이 대(大)·통(統)·령(領)을  ‘견통령(犬統領)’으로 오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형식이 내용을 좌우한다

이런 대형 사고를 치고 나서 국민일보는 또 다시 잘못을 한다. 1953년 11월 28일자에 ‘한·일(韓日)회담’을 ‘일·한 회담’이라고 기사를 내 보낸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다 아는데 일본을 앞에 표현했으니 더 이상 용서받지 못할 실수를 한 것이다. 1년 6개월간 3차례 연속 실수로 결국 국민일보는 폐간을 맞이했다. 지금 세대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당시 정권하에서는 오탈자 때문에 언론사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알고 있는 글쓴이가 ‘4흘’ 표기 기사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라고 한다.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로서 개인용 컴퓨터, 휴대전화, 인터넷, MP3와 같이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해 일상처럼 디지털기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세대다.

글쓴이와 같은 아날로그 세대와는 다르게 커피숍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휴대폰 통화를 하면서 컴퓨터 자판을 입력하는 멀티태스킹 신인류라 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마치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가요 가사의 반이 외국어로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대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이 정말 적합하다.

디지털 이민자들은 언어를 구사함에 있어서도 마치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잘한다. 부럽기도 하다. 랜선으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도 아주 익숙하다. 이들은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산다. 그러니 ‘사흘’이던 ‘4흘’이던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태어나서부터 성장하고 접하는 환경의 차이가 두뇌구조까지 다르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청난 양의 정보 세상에서 적응하기 위해 멀티 태스킹, 멀티 프로세스가 당연하다. 그러니 단어에 집착하기보다는 그들의 문자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와 인스턴트 메신저 등을 통해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때에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주고 받는다. 그래서 그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청중(Audience)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의견을 주고받는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다.

남들과 다르게 튀려 하고 실제로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소위 남들과 같은 평범은 거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신조어가 그것이고 이모티콘이 그것이다. 일도 놀이처럼 하고 놀이를 일처럼 한다는 말이 진실이다.

이들에게는 “A picture paints a thousand words”라는 말이 맞다. 이들은 상호 소통에 있어 소통 양식의 중요성을 어떻게 보면 본질보다도 더 앞세운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저 이모티콘처럼 이미지 하나로 자신의 뜻을 전달한다. 말도 길게 안한다. 외계언어 같은 홋글자로 표현하고 소통한다. 인스타그램, 틱톡, 핀터레스트 같은 이미지 위주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위주의 SNS를 대체해 가고 있는 추세도 이와 다르지 않다.

비주얼에 익숙한 세대가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4흘‘이라는 현상을 그 시작에 불과하다. 아날로그 시대에 소통 언어였던 ’이성적 문자‘ 중심의 구 시대에서 ’감성적 이미지‘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은 이미 이미지이다.

세계적 전문가들은 모두 한국을 ‘드림 소사이어티’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지목하고 있다. ‘4흘’ 사고를 너무 비판적으로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말자. 이미 시대는 설명형 문자보다 간단하고 명료한 이미지 언어가 소통 수단으로 달려가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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