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vs 메디톡스 '보톡스 전쟁' 4년, 마지막 퍼즐은?
대웅제약 vs 메디톡스 '보톡스 전쟁' 4년, 마지막 퍼즐은?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0.08.11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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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 예비판결에 극명한 시각차...최종 승패 예측 어려워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ITC 예비판결을 두고 서로 상반된 해석과 주장을 내놓고 있어 향후 최종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ITC 예비판결을 두고 서로 상반된 해석과 주장을 내놓고 있어 향후 최종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2016년 시작된 일명 ‘보톡스 전쟁’이라고 불리는 대웅제약의 ‘나보타’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균주 출처 공방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판결이 났음에도 계속 가열되고 있다.

하나의 판결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과 주장을 내놓고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지난 5년 동안 이러한 상황이 지속됐다. 이번 예비판결은 최종은 아니지만 일단 판단이 내려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싸움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대체로 언급을 피하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ITC 예비판결에 대해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는 만큼 판결문의 정확성이나 공정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6일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나보타에 대해 10년 수입금지 명령을 권고했다. 구속력은 없지만 현실화하면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미국 시장에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나보타는 미국 시장에서만 한 해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도용 사실로 인해 현재 브라질·캐나다·대만 등 글로벌 판매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핵심 쟁점인 균주 동일성 큰 시각차...과학적 근거는?

대웅제약은 예비판결에 대해 “메디톡스의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한 ‘추론’만으로 대웅제약의 균주 절취를 판정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곧바로 오판의 근거들을 수집해 오류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이의신청서를 지난 7월 20일 ITC에 제출했다.

예비판결 이후 한 달이 지난 6일 ITC는 비율유지 사항을 제외한 28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예비판결문 전문을 공개했다. 메디톡스는 이를 분석해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ITC는 과학적 증거와 사실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음을 명백히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도 물러서지 않았다. “예비판결문은 두 균주 공정의 실질적인 차이와 유전자 분석의 한계 등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 결과”라고 반박 했다. 하나의 판결문을 두고 전혀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공개된 예비판결문은 쟁점별로 메디톡스, 대웅제약, ITC 소속 변호사 등이 했던 주장과 이에 대한 행정판사의 판단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양측의 주장을 모두 들어보고 이에 대해 행정판사가 판단하는 형식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균주의 동일성 여부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행정판사는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는 특징적인 DNA 지문인 SNP(단일염기다형성: 유전적 변화 또는 변이)를 6개나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대웅제약의 균주는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얻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메디톡스 측 DNA 전문가인 폴 카임(Paul Keim) 박사는 두 회사 균주 DNA를 분석한 결과 다른 모든 보툴리눔 균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6개의 SNP를 공유한다고 주장했다. 370만 개의 염기로 구성된 균주의 DNA 염기서열 중 정확하게 동일한 6개 위치에서 다른 보툴리눔 균주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SNP가 독립적으로 발생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카임 박사는 또 양 사의 균주는 약 370만개의 염기 중에 불과 최대 13개의 염기에서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행정판사는 균주를 토양에서 분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메디톡스의 균주와 메디톡스 균주의 기원인 Hall A hyper 균주는 모두 실험실에서 개발됐는데 지극히 유사한 대웅제약의 균주가 토양에서 자연적으로 분리·동정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해석의 차이, 어디서 오나

대웅제약은 유전자 분석으로는 균주 도용을 입증하기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통도 분석은 상대적인 유전적 거리에 기초한 것일 뿐, 특정 균주에 있는 돌연변이가 전 세계에서 그것에만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임 박사가 밝혀냈다고 주장한 탄저균 사건조차, 미국 NRC(National Research Center)는 1000개 이상의 샘플을 전 세계 연구소에서 직접 확보했음에도 균주 간의 관계 입증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는 게 대웅제약 측 설명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에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균주 외에는 어떤 균주도 직접 확보해 비교한 바 없다”며 “더구나 메디톡스는 양 균주의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이 상이한 이유와 표현형의 차이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웅제약의 주장 중 흥미로운 것은 ITC가 미국의 국익을 우선해 내린 판단이라는 것이다. 사실 ITC는 명칭 그대로 무역에 관한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과학적·법률적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웅제약의 주장처럼 미국의 국익을 먼저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소송에서 메디톡스는 미국 기업 앨러간과 손잡았다. 앨러간은 보톡스의 원조 기업으로 미국 내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메디톡스의 ‘이노톡스’에 대한 판매권을 갖고 있다. 지난해 5월 나보타가 미국에서 판매를 개시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점도 앨러간으로서는 반가운 일은 아니다.

ITC는 오는 11월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메디톡스는 최종 판결도 예비판결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결과가 뒤집힌 사례도 거의 없다는 게 메디톡스 측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철저히 준비해 이의신청도 완료한 만큼 최종 판결에서 승소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비공개된 정보도 많고 대웅제약의 이의신청서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ITC의 최종 판결을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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