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부동산 과세의 한계
징벌적 부동산 과세의 한계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02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금 폭탄과 대출규제 소급적용 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대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2주 연속 열렸다. 특히 7월 25일 두 번째 집회는 현 정부를 탄생시킨 계기였던 촛불집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부동산 규제정책 반대, 조세저항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6·17 소급적용 반대’ ‘주택임대사업 원안대로 돌려놔라’ 등 구호를 외쳤다.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로 ‘3040 문재인에 속았다’ ‘나라가 니꺼냐’는 항의 문구를 올리는 ‘실검 챌린지’ 운동도 벌였다.

이들은 정부가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가리지 않고 범죄자로 몰아 징벌적 세금을 부과한다고 항변했다. 대출규제를 소급적용해 분양권을 포기하는 등 피해가 커졌고, 임대차 3법 제정으로 집주인 권리를 무시하는 점도 비판했다. 정부를 상대로 집단 위헌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발단은 정부가 6·17 대책을 통해 새로 지정된 조정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까지 축소한 것이었다. 대책 발표 이전에 계약했는데, 중도금과 잔금 대출이 차단됐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당황한 정부가 신규 조정지역의 잔금대출에는 기존 LTV를 적용하는 쪽으로 물러섰다.

지난해보다 크게 불어난 7월분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1주택자들도 가세했다. 올해 재산세가 급증한 것은 과세표준인 공시가격이 올라서다. 사실 대다수 1주택자는 값이 오르길 바라며 집을 산 게 아니다. 애써 집 한 채 마련해 살다보니 올랐을 뿐이다.

더구나 최근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는 규제 일변도인 정부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지난 3년 간 22차례 대책을 쏟아내고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 그 결과 서울지역 중위 아파트 가격이 50% 넘게 오르며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9억원을 넘어섰다.

집 한 채 갖고 있을 뿐인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세 부담이 늘고 종합부동산세까지 내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은퇴해 소득이 없는 1주택자로선 세금 납부를 위해 빚을 내야 할 처지다.

게다가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부동산 과세 3종 세트’를 내놓았다.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뿐만 아니라 거래세인 취득세, 양도소득세까지 전방위로 인상한다. 집값 급등과 투기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정부 대책은 집을 사지도, 팔지도, 보유하지도 말라는 징벌적 과세로 치닫는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못 낸 것은 정책 방향이 틀렸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이 오른 것은 저금리 속 과잉유동성 영향이 큰 만큼 수요를 적절히 억제하면서 수요가 몰리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정책조합이 긴요했다. 하지만 정부는 세금폭탄과 대출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는 데만 몰두했다. 집값 상승은 다주택자 등 투기꾼 탓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맞섰다.

집값 문제는 주택의 수요와 공급 원리로 풀어야지 세금으론 한계가 있다. 도심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고층으로 활성화하면서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자. 역세권 등 교통이 편리한 곳에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충하자. 1주택 실거주자에겐 양도소득세 등 세금간섭을 최소화함으로써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자.

정부가 7월말 23번째 대책으로 마침내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더 이상 시장과 싸우지 말고, 시장 상황을 봐가며 유연성을 발휘하는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집값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