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슈 vs 세무당국, 부가세 29억원 영세율 적용 놓고 격돌
한국로슈 vs 세무당국, 부가세 29억원 영세율 적용 놓고 격돌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7.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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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회사와 임상시험 용역 계약,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해당 여부 두고 법정공방
한국로슈가 외국 회사 간 임상시험의 용역대금에 대한 부가차지세 영세율 적용을 두고 세무당국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로슈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로슈가 외국 회사 간 임상시험의 용역대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을 두고 세무당국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뉴시스/로슈 홈페이지>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한국로슈가 외국 회사와의 임상시험 용역대금에 대한 30억원대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을 두고 세무당국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 판결은 국내 의약품 회사와 외국 회사 간 임상시험 계약 용역대금에 대한 부가가치세법상 영세율 적용에 선례를 남기게 될 전망이다.

사건은 한국로슈가 2012년경부터 2016년까지 스위스 소재 A사와 임상시험 계약을 맺고, 여기서 발생한 용역대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문제에서 비롯됐다.

한국로슈는 A사로부터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연구비와 의약품비, 임상시험비, 관리‧간접비 등을 용역대가로 지급받았다.

당시 한국로슈는 용역대금을 본래 A사에게 지급하기로 돼 있던 외화매입 채무와 상계하는 방식으로 지급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한국로슈가 A사에게 갚을 예정이었던 외화 채무를 이 용역대금으로 갚는다는 의미였다.

한국로슈는 임상시험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법상 영세율 적용 대상으로 보고, 총 거래대가를 과세표준으로 해서 영세율을 적용한 뒤 부가세를 신고‧납부했다. 

부가가치세법상 영세율은 재화를 외국으로 수출하거나 용역을 국외에서 공급하는 경우 적용된다. 영세율이 적용되면 공급하는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해서는 세율이 0%가 돼 납부할 부가세가 없어진다.

2017년 5월부터 11월까지 세무당국은 한국로슈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한국로슈가 A사에 임상시험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외화로 수취한 거래는 부가세법상 영세율 적용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세무당국은 당시 한국로슈가 A사로부터 지급받은 용역대금에 대해 영세율 적용을 배제한 채 부가세를 경정‧고지했다. 한국로슈는 즉각 조세심판원에 해당 처분에 대한 심판을 청구했지만, 2015년 2월 개정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이전에 공급한 용역에 대해서는 영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일부 청구를 기각했다.

그 결과 한국로슈는 29억원 넘는 부가세를 납부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부가가치세법상 영세율 적용은 재화와 용역의 공급이 반드시 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재화나 용역을 국내에서 공급할지라도 외화를 획득하는 것으로 보아 영세율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로슈는 A사와 체결한 임상시험 계약이 의학‧약학 연구개발 활동 등 과학기술 전문 업무를 제공하는 용역으로, 설령 개정 전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으로 판단할지라도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 해당해 영세율 적용 대상인 외화 획득 용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세무당국은 한국로슈와 A사 간 임상시험 용역이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이 아닌 ‘보건업’에 해당해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 전에는 영세율 적용대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법원 1심은 세무당국 손 들어줘

양측 의견이 맞선 가운데 한국로슈는 세무당국을 상대로 29억원 상당의 부가세 부과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 법원은 세무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로슈와 A사 간 임상시험 용역이 보건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개정 전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은 다른 사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지식을 축적하거나 새로운 응용 부문에 적용하기 위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한국로슈와 A사 간 임상시험 용역은 사람을 상대로 의약품 등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일 뿐, 지식을 축적하거나 새로운 응용 부문에 적용하기 위한 전문‧과학‧기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계약상 두 회사는 임상시험 수행을 위한 서비스를 각각 제공하고 받게 되는데, 한국로슈는 A사라는 해외 의뢰자로부터 임무를 위임받은 임상시험수탁기관으로 임상시험 실시 결과를 A사에 제공했을 뿐, 이는 ‘다른 사업체를 위해’ 전문‧과학‧기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한국로슈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 후 영세율 적용 대상에 보건업이 추가됐는데, 이는 병원 등 의료기관의 임상시험실시 용역에 관한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 한국로슈는 자사와 A사 간 용역은 의료기관이 아닌 의약품 제조‧판매업을 주 목적으로 하는 회사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개정 전 시행령에서 정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 해당해 영세율 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소재 의약품 회사와 외국 회사 간 임상시험 계약의 용역대금에 대한 부가가치세법상 영세율 적용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사건 항소심 판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awskhan@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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