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불법 다단계 권유한 은행 직원 해고 이후 벌어진 일은?
고객에 불법 다단계 권유한 은행 직원 해고 이후 벌어진 일은?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7.15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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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노동위 "해고는 부당하다" 판단...행정소송서는 정 반대 판결
정부가 비위행위에 연루된 근로자의 해고구제에 다소 편중된 판단을 내리면서 회사와 다른 근로자들의 피해 호소와 볼멘소리가 상당하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뉴시스
은행에서 비위행위를 저지른 직원을 회사가 해고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가 구제 결정을 내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은행에서 비위행위를 저지른 직원을 회사가 해고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가 구제 결정을 내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계 C은행은 2017년 11월경, 20여년 간 근무한 대출상당 직원 B씨를 해고했다. C은행은 자체 조사 결과 B씨는 당시 사기 논란이 컸던 다단계 업체 K사에 가입했고, 고객들에게 대출 상담을 할 때 K사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등 부정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C은행 내규상 소속 직원이 업무시간에 사측 승인 없이 회사가 취급하지 않는 금융상품의 투자나 가입을 고객 등에 권유할 수 없다. 또 직원이 사기성 논란이 일고 있던 다단계 회사에 가입해 투자를 하고 있었다면 이는 회사의 대외적 신용과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어 역시 취업규칙 위반에 해당한다. 

C은행은 B씨의 동료직원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그를 해고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해 2018년 초 지방노동위원회에 사측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B씨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되지만, 해고 조치는 과중하며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B씨는 K사가 불법 다단계 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또 자신이 K사에 개인적으로 투자를 했고, 이것이 사업 활동에 해당하지 않아 사측의 사전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B씨는 고객‧지인들과 일상 대화를 나누는 도중,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이 수익을 얻고 있는 K사 투자에 대해 개인적으로 말을 건넸을 뿐 적극적으로 투자 권유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자신의 행위가 회사의 윤리강령과 내규 등에 위배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 조치는 과중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회사측이 조사한 결과는 B씨의 주장과는 달랐다. 실제로 회사 내부 조사에서 B씨의 지인과 고객들은 B씨가 4~5년 만에 연락해 C은행 강남영업부에 방문하라고 했고, 차를 마시며 먼저 K사 투자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드러났다.

B씨의 지인은 C은행 조사에서 “당시 B씨가 K사 투자를 통해 5000만원 정도를 벌었다고 자랑했는데, 직접 스마트폰에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주며 가입 방법이 나와있는 게시물을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당시 B씨는 적극적으로 K사 투자를 권유했을 가능성이 크다.

100만원 투자하면 월 30~40% 수익 발생? 

또 당시 B씨의 고객이 C은행 조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B씨는 "스마트폰으로 매일 하루 한 시간 광고만 보면, 투자 원금에 복리가 적용되며, 현재가 투자 적기다”며 “100만원을 투자하면 월 30~40% 수익이 가능하며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추천해줬는데 모두 고마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당시 B씨는 이 고객에 K사 투자에 관한 광고책자까지 건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해고는 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C은행은 난감해 하고 있다. 은행 업계 관계자는 “B씨에 대한 C은행의 해고 조치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입을 권유한 금융상품이 사기나 다단계 여부를 떠나 회사의 금융상품과 관련 없는 상품에 투자권유를 한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야 한다. 만약 근로자가 비위행위로 인해 징역형을 살게 되거나, 대내외적으로 성추행‧성폭행 등 악질 행위를 일으킨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해당한다.

C은행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B씨의 해고 구제 심판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kawskhan@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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