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사건, 과속 vs 중앙선 침범 어느 쪽 과실이 더 클까
교통사고 사망사건, 과속 vs 중앙선 침범 어느 쪽 과실이 더 클까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7.13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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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사고 피하기 위한 중앙선 침범 아니었다면 ‘사고의 근본적 원인’ 판단
과속 차량과 중앙선 침범 차량 간 교통사고에서, 중앙선 침범이 2차 사고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과실비율이 잡힐 수 있다. 뉴시스
과속 차량과 중앙선 침범 차량 간 교통사고에서, 중앙선 침범이 2차 사고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과실비율이 잡힐 수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과속 차량과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 간 교통사고에서, 중앙선 침범 행위가 또 다른 사고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돼 과실비율이 산정될 수 있다.

2018년 7월 어느날 아침 7시경, A씨는 자신의 화물차를 몰고 경기도 남양주시 청학리에서 용암리 방면으로 진출하는 편도 1차로를 달리며 우회전 커브길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 이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였는데, A씨의 화물차는 약 80km의 속도로 진행 중이었다.

같은 시간 A씨 차량의 반대차로에서는 B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오고 있었는데, B씨가 향하고 있던 전방 오른편에는 시에서 나온 용역직원들이 도로변 제초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B씨는 이들 제초작업 직원들을 피해 지나가기 위해 중앙선을 넘게 됐는데, 반대편 커브길에서 달려오던 A씨의 화물차와 충돌하고 말았다. 당시 사고로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B씨의 유족은 A씨 화물차량에 대해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D손해보험을 상대로 당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양측은 과실비율 산정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 D손해보험 측은 당시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B씨의 중앙선 침범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가 도로변 제초작업 직원들을 보고 이를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었다고는 하지만, 7월 아침 7시경 주변이 밝아 시야가 확보돼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반대편에서 차량이 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고, 적어도 사고 장소가 커브길이었던만큼 제초작업 직원들을 지나치기 전 잠시 오토바이를 멈추거나 서행한 채 반대편 차량유무를 확인하고 진행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B씨 유족은 A씨 화물차가 커브길에서 나타난 만큼 이를 재빠르게 인지할 수 없었고, A씨 화물차 역시 커브길에서 우회전해 들어오는 상황에서 서행을 했더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시 말해 B씨 오토바이의 중앙선 침범이 아닌, A씨 화물차의 과속에 당시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과속보다 더 큰 책임 주어지는 중앙선 침범

대법원 판례(2006다3295, 2007.5.10.선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중앙선이 설치된 도로를 자기 차선을 따라 운행하는 운전자라면 반대편에서 진행 중인 자동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올 경우까지 예상해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

이 경우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은 자동차가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전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을 들어 과실이 있다고 탓할 수는 없다. 다만 과속 운행이 아니었더라면 중앙선을 침범해 다가오고 있는 상대방 차량을 발견하는 즉시 정차 또는 감속해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사정을 따져 과속운행을 과실로 볼 수 있다.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A씨 화물차가 B씨 오토바이의 중앙선 침범 행위까지 예상하며 운전할 의무는 없고, 설령 A씨가 과속을 했다고 할지라도 그에게 과실이 주어질 수 없다. 하지만 당시 A씨가 B씨 오토바이의 중앙선 침범 사실을 확인해 충돌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과속을 지속했다면 과실이 인정된다는 의미였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당시 A씨 화물차는 우회전 커브 직후 반대편에서 제초작업 직원들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그는 차량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B씨 오토바이와 충돌하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속도를 높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A씨 화물차가 제한속도로 주행하고 제초작업 현장을 발견한 뒤 속도를 줄이거나 주의해 운전했다면 오토바이와의 충돌을 피하거나, 정면충돌은 하지 않아 B씨가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차 운행의 특성상 속도를 갑작스럽게 낮추는 것이 오히려 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령 이 주장이 설득력이 있더라도 우회전 커브를 하기 전부터 제한속도 이상으로 운행하고 있던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B씨 오토바이에도 상당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B씨가 전방에 제초작업 직원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중앙선을 침범하면서까지 이들을 피해갈 것이 아니라, 그들을 향해 경적을 울려 도로에서 벗어나게 한 뒤 자신은 정상 주행을 하는 게 옳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초작업 직원들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사고 당시 경적이 울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당시 B씨의 오토바이가 이들 제초작업 직원들과 충돌 위험이 컸다고 할 수 없었고, B씨가 서행하거나 잠시 멈췄다면 중앙선 침범을 하지 않고 A씨 화물차와의 사고도 피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B씨 오토바이의 중앙선 침범 행위는 사고를 피하기 위한 행위가 아닌, 오히려 사고를 키운 행위로 당시 교통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재판부는 당시 교통사고로 인한 과실을 A씨에게만 돌리는 것은 공평의 이념에 반한다며, 양측의 과실비율을 5 대 5로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사고 차량이 과속을 했더라도, 상대방 사고 차량이 중앙선 침범을 했고 그 행위가 ‘또 다른 사고를 피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면 여기에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kawskhan@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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