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기소’ 권고, 검찰은 존중해야
이재용 ‘불기소’ 권고, 검찰은 존중해야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20.07.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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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수사중단·불기소’를 검찰 수사팀에 권고했다. 이 사건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이 부회장이 불법행위에 간여 했는지, 그 과정에서 자본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18개월 동안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임직원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100명 넘는 임직원을 430여 차례 조사하고 50번 넘게 압수수색했다. 긴 시간 광범위한 수사를 했음에도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데 이어 수사심의위가 ‘수사중단·불기소’ 의견을 냈다. 검찰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대 기업 총수와 관련된 사안이라 수사심의위 결정 이후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적 상식에 반하는 결정이자 국민 감정상 용납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에선 수사심의위 제도를 부정하고 위원들의 역량을 폄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사심의위 의결은 권고사안으로 검찰이 꼭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심의위 운영 지침에는 “담당 검사는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우리는 수사심의위 취지나 관례를 봤을 때 검찰이 심의위 의견을 수용하는 게 옳다고 본다. 검찰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더라도 심의위가 의결을 한 이상 존중하는 것이 맞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나 부당한 수사를 견제하기 위해 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다. 문무일 전 총장이 제안해 2018년 대검찰청 예규로 운영지침이 만들어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8번의 심의위 의견을 모두 수용했다. 검찰이 자체 개혁을 위해 만든 제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재용 부회장 건의 경우 심의위 표결에 참여한 13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심의위의 전문성을 문제 삼고 있다. 20만 쪽에 달하는 수사 결과를 50쪽으로 요약한 보고서를 보고 짧은 시간에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이는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수사심의위원은 검찰총장이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 중에서 위촉한다. 이번 심의위에는 변호사 4명을 포함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회계 전문가, 중견 언론인, 종교인 등 명망과 식견을 갖춘 인물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9시간 동안 보고서를 검토하고 표결을 거쳤다면 그 결과는 신뢰를 받기에 충분하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의견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역풍이 우려된다. 검찰이 스스로 만든 심의위를 무시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심의위의 권위는 무너지고, 심의위 존폐 논란이 가열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나 명망가들이 심의위 참여를 꺼릴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마음대로 하는데 뭐 하러 들러리를 서냐는 거다. 국민은 검찰의 자체 개혁 의지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그간의 수사를 통해 상당 정도의 증거가 확보됐다”고 했는데 심의위는 “기소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검찰로서는 법리적 판단을 받아볼 수 없게 된 터라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수사심의위를 둔 목적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자는 것인 만큼 대승적으로 판단하길 바란다. 삼성이라고 봐줄 이유도 없지만, 삼성이라고 가혹하게 대해서도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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