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부당 개입 혐의 국민연금 전 실장 해고무효 승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부당 개입 혐의 국민연금 전 실장 해고무효 승소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7.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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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 행사 혐의로 해고…법원 “수사‧기소 대상 아닌데도 징계권 행사 이뤄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혹에 개입됐다는 이유로 해고된 국민연금 전 실장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다. 뉴시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국민연금 전 주식운용실장이 최근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해고된 채 아무개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2부(부장판사 박성인)는 지난달 말 채 전 실장이 국민연금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에서 채 전 실장의 해고 무효와 함께 해고 시점부터 복직 시점까지의 급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채 전 실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두 회사의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를 작성한 리서치팀장이었다. 두 회사 합병의 캐스팅보트로 불리던 국민연금은 같은 해 7월 개최한 투자위원회에서 이 보고서를 근거로 합병 찬성을 의결했다. 얼마 뒤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두 회사 합병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18년 3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국민연금 내부 특정감사 결과 당시 채 실장이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를 임의적으로 부당하게 산출했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 과정에서 당시 실무자가 “채 전 팀장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문구를 수정 지시한 적이 있다”며 불리한 진술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실무자도 채 전 실장이 두 회사의 합병비율을 산출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키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7월 인사위원회를 열고 채 전 실장을 해임했다. 이에 채 전 실장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국민연금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섰다.

채 전 실장은 당시 합병 관련 가치 산출 보고서에 일부 오류가 있었지만 이는 실수에 불과했고, 투자위원회에서 해당 보고서가 찬성 의결에 미친 영향은 알려진 것보다 미미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 관련 수치 조작이나 관련 증거 인멸한 적 없다"

무엇보다 합병 관련 수치를 조작하거나 관련 증거를 인멸한 적이 없고, 감사팀에서 조사한 징계사유가 전부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채 전 실장은 자신의 해고가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수세에 몰린 국민연금이 관련자들을 회사에서 몰아내기 위해 부당하게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당시 합병 문제로 인해 직권남용죄와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전 본부장이 합병 찬성의결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채 전 실장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해고는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채 전 실장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관한 사건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고 법정 증언을 했을 뿐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은 점, 그가 수사‧기소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징계권 행사가 이뤄진 점 등을 들어 국민연금의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채 전 실장이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불법적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실행했다는 국민연금의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합병 과정에서 부당함 또는 위법사항이 없어 무고하다는 채 전 실장의 주장에 대해선 재판부가 여지를 남긴 셈이다.

kawskhan@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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