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무심코 던진 말, 홍보실장은 뒷수습에 진땀 흘린다
CEO가 무심코 던진 말, 홍보실장은 뒷수습에 진땀 흘린다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0.07.01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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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기업 최고경영자는 ‘24시간 뉴스 메이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종합신문의 경제면이나 경제신문의 1면을 보면 종종 기업 관련 특종 기사를 만나게 된다. 서두에 굵고 진한 활자로 ‘본지 단독 보도’란 언급이 있는 기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기업 홍보실의 입장에서 볼 때 특종 보도는 결코 반갑지 않다. 왜냐하면 최종 결정이 늦어져 대외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시기가 아직 안 되었다든지, 사업 전략상 당분간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종 기사란 기자가 취재를 열심히 해서, 소위 이곳 저곳 부지런히 발로 뛰어서 성공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본다. 그러나 감나무에서 떨어지는 감 줍듯이 손쉽게 얻는 경우도 간혹 있다. 사업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기업의 관계자가 퍼즐 맞추기에 나선 민완 기자의 유도 질문에 넘어가 그만 실수로 답변한 것이 예기치 않은 특종 보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마다 기업 홍보실에서는 제보자를 반드시 찾아내 징계하라는 상층부의 지시로 야단법석을 떨곤 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추상 같았던 수색작업(?)이 용두사미 격으로 허무하게 돌연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정보 누수의 발원지가 다름 아닌 바로 그 기업의 CEO일 경우이다.

특종기사의 발설자

얼마 전 모 중견그룹 홍보실장인 후배를 만났다. 점심 식사를 하는데 그의 표정이 영 밝지가 않다. 그룹의 최근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이유인 듯 했다. 그래서 “회사의 대변인 격인 홍보실장이라면 아무리 위기 상황 일지라도 언제나 밝고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홍보계 대선배 입장에서 훈계 한마디를 했다. 그랬더니 그 정도는 자기도 안다고 하면서 후배는 슬며시 속내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최근 모 경제신문 1면에 후배 회사의 기사가 보도되었다고 한다. 누가 보아도 분명한 특종이었다. 문제는 그 기사 내용이 아직 보도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는 데 있었다. 그 동안 수많은 언론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을 애써 막아오며 ‘노 코멘트’로 일관해 왔던 홍보실의 노력이 일거에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한다. 이후 그 기사를 보고 밀물 닥치듯 쏟아지는 다른 언론 기자들의 추궁성 확인 전화에 며칠 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도대체 그 기사의 제보자, 아니 발설자는 과연 누구란 말 인가. 이번엔 힘들여 찾아낼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후배가 바로 그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마치 ‘임금님의 당나귀 귀를 임금 자신이 폭로’한 셈이라고 했다. 점점 흥미를 느낀 필자는 자초지종을 들어 보았다.

평소 미디어들과 원만한 관계를 바라는 그 기업 CEO는 몇 년 전부터 주요 언론의 데스크들과 정기적인 만남의 자리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래서 홍보실장은 이번에도 모 경제신문 데스크와의 점심 식사를 주선했고 자신과 출입기자가 배석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식사 자리에서 나온 일부 대화 내용이 며칠 후 그 신문 1면과 산업면에 대서특필된 것이다.

홍보실장의 치명적 실수

물론 전체 언론에 일제히 보도자료를 뿌리면 대부분 작게 취급될 것을 우려해 특정 언론에서 크게 기사화 해주길 바라는 등 목적을 갖고 만나는 자리는 예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다수가 아닌 한 언론과의 만남의 자리, 그것도 식사하며 나눈 이런 저런 대화 중에 나온 내용을 가지고 특종기사화 시키는 경우는 필자의 경험을 비추어 보더라도 매우 드물었다.

계속 후배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10여일 전인가 점심 식사 일정을 주선하는 전화통화에서 분명히 이번 만남에는 특별한 사안은 없으며 단순한 인사 차원의 식사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일 식사 자리에서 비록 CEO가 관련 사안에 대해 몇 마디 했지만 설마 그것을 보도할 지는 정말 몰랐다고 하며 아직도 억울해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바로 그 대목에서 후배의 치명적 실수를 발견했다. 기업의 최고책임자인 CEO는 출입기자 입장에서 보면 24시간 뉴스 메이커이다. 때문에 기자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그를 만나게 되면 자신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해 질문을 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진행 중인 비즈니스의 핵심 정보도 우연찮게 나올 수 있고 기자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보충취재를 한 후 바로 기사화 하는 것이다. 이번 케이스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보면 된다.

사후약방문 격 이지만, 만일 그 식사 자리에서 CEO가 관련 내용을 언급하자 마자 홍보실장이 실례를 무릅쓰며 대화 도중에 끼어들어 “방금 하신 CEO의 말씀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절대로 보도되어서는 안 된다”고 데스크와 출입기자에게 정중히 부탁하는 동시에 “며칠 후 최종 결정이 나오면 반드시 먼저 알려 특종의 기회를 드리겠다”는 식으로 분명한 마무리를 했더라면 아마도 그런 예기치 못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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