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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르포] “하루 100만원 벌어드립니다"...증권정보업체의 솔깃한 유혹
[르포] “하루 100만원 벌어드립니다"...증권정보업체의 솔깃한 유혹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6.15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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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퍼지면서 '동학개미' 쌈짓돈 노린 유사투자자문업체의 기승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를 계기로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유사투자자문 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사진은 최근 한 달 새 유사투자자문 업체가 보낸 '묻지마'식 투자 권유 문자.<인사이트코리아DB>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하루 100만원 벌어 전업주부 극복 #금거래 수익 255%, 당일 3300만 이윤 # XXX 5300원 이하 추천, 상한가 예상, 신고가 갱신 기대

최근 한 달 새 받은 투자 권유 문자와 전화만 수십 통이었다. 증시에 상장된 특정 종목이 조만간 상한가를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개미들도 하루 수백만원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근거 없는 주장이지만 이 같은 투자 권유 전화나 문자에 속아 넘어가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변동성 극대화 시기에 더 그렇다.

코로나19로 주식시장에서 돈 많이 번 사람은?

지난 12일, 여의도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한 유사투자자문 업체 ○○스탁 사무실을 찾아갔다. 기자는 주식 투자자문 텔레마케팅(TM) 채용 공고에 지원해 합격했다. 유사투자자문 세계에선 소위 ‘텔레’라 부르는 그 조직이다. 과거 차량 긴급출동서비스 콜센터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받아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사무실 문턱을 채 넘기 전부터 전화로 투자를 권유하는 수십 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객님, 주식 투자하시죠? 저희가 좋은 정보 있어서 무료로 알려드리려고 해요.” 일하다 무심결에 받은 수화기 너머로 들리던, 패턴화 돼 있고 불쾌한 바로 그 목소리다.

들어가 보니 수십 명의 직원이 전화통을 붙잡고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말을 꺼낸 지 10여 초 만에 수화기를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직원은 끝끝내 통화를 이어가며 달콤한 말로 상대방을 꾀고 있었다.

면접관으로 들어온 회사 대표는 이 같은 콜센터가 서울에 두 곳 더 있다고 했다. “아침 여덟시 반부터 오후 다섯시 반까지 근무하시고요, 최저시급이지만 고객 확보하시는 대로 인센티브는 더 드려요. 잘하면 400~500만원은 벌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요즘처럼 돈 벌기 어려운 시대에 이토록 돈을 주며 직원을 많이 쓸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요즘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가장 돈 잘 버는 곳이 어딘지 알아요? 바로 우리 같은 증권정보업체예요. 주식 정보 찾는 분들 때문에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요즘 들어 투자 관련 문자나 전화가 많이 온다고 느낀 게 거짓이 아닌 듯했다.

기자가 면접 본 조직은 ‘그나마 양심적인’ 곳이었다. 자체 앱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매일 같이 주식 정보를 보내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고 했다. 이를 위해 ‘애널리스트’까지 채용했다고 했다. 실제 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양질의 정보를 전달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매출 규모다. 창업 2년차인데, 올해 족히 수백억원은 벌 거라는 게 대표의 발언이었다. “우리나라 업계 1위인 XX경제TV 다음으로 우리 회사가 돈을 잘 벌 겁니다. 앞으로 방송국도 만들고 아프리카TV처럼 주식 전문가 채널도 만들고 돈 벌어서 상장할 거예요.”

이 같은 매출이 실제로 가능할까. 그 회사의 모회사로 알려진 곳의 재무제표를 통해 확인한 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104억원, 올해 1분기는 19억원이었다. 대표자는 유료 고객만 만 명이 넘는다고 자랑했다. 코로나19로 주식 시장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집단은 투자자가 아니라 바로 이들이 아닌가 싶었다.

자문인력도 없는 유사자문 업체, 고객 돈 챙기고 해지 요구엔 '나몰라라'

한 유사투자자문 업체에서 고객 해지 요구시 작동하는 해지방어 매뉴얼.<인터넷 캡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체는 지난 4월 기준 1705곳이다. 그마저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등록됐던 2300여 곳 중 여러 부적격 사유로 600곳을 직권 말소한 게 이 정도 수준이다. 제대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까지 포함하면 유사투자자문 업체는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유사투자자문 업체가 판치는 이유는 등록이 쉽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유사투자자문 업체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 금융투자협회에 등록하는 증권사나 투자자문사가 아니다. 별도의 자격을 갖춘 투자자문 인력 없이도 금감원에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것도 업체들이 난립한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은 고객에게 특정 정보를 무료로 준 뒤 실제로 주가가 오르면 과금을 유도하는 식으로 돈을 챙긴다. 고객 1명 당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약정을 맺는다는 게 업계 종사자와 금융당국의 이야기다.

문제는 이들의 불법행위다. 일정 액수 이상의 수익 보장을 내걸며 고객을 모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본시장법 상 수익을 보장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특히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특정 주식을 사고 팔라는 식의 신호를 주는, 소위 ‘리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불법이다.

개별 고객당 최소 수백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받는 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 데 따른 해지 요구가 많다. 여기서 작동하는 게 바로 ‘해지방어팀’이다. 회사에 유리하게 약관을 만들어놓고 이를 들어 고객의 환불 요구를 막는 게 이들이 하는 역할이다.

특히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법무팀’을 내세워 고객에게 ‘계약상 돈을 주지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래도 돈을 돌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고객은 전화번호를 ‘스팸’ 처리해 일부러 회피한다고 한다. 하루라도 시간을 더 끌수록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투자자문 업체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개인투자자가 될 수밖에 없다. 금감원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매년 부적격 업체들을 직권말소하는 한편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의무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불법 유사투자자문 업체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금감원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폐업 여부와 금융융법령 위반 이력, 의무교육 이수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해 부적격 유사투자자문 업자를 신속히 퇴출할 것”이라며 “신규 업체에 대한 신고요건을 엄격하게 심사해 부적격자의 진입을 차단하는 등 건전한 영업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tom@insightkorea.co.kr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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