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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5-27 19:30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피보험자의 ‘계획적 사망’ 정황 있을 때 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의 ‘계획적 사망’ 정황 있을 때 사망보험금은?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6.08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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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자유로운 의사결정 할 수 없는 장기간 심신상실 상태였다면 보험금 지급해야"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계획적 사망'의 정황이 있더라도, 장기간 우울증을 겪었다면 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이다. 뉴시스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계획적 사망' 정황이 있더라도, 장기간 우울증을 겪었다면 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이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피보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주변에 이를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계획적 사망’ 정황이 있었더라도, 장기적으로 정신적 문제가 있어 심신상실 등의 상태였다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남성 A씨는 2016년 여름 대전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밧줄로 스스로 목을 매 사망했다. A씨는 1년 전 불의의 사고로 불면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특히 그 시기 배우자와 이혼을 하는 등 정신적으로 고단한 생활이 이어졌다.

A씨는 사망 직전까지 매주 혹은 격주에 한 번 병원에서 불면증과 우울증 등의 이유로 약물‧정신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악화돼 갔다. 의료진으로부터 매우 위험한 상태로 입원을 권고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A씨에 대한 병원 진료기록에 따르면, 그는 생전 불안‧불면‧우울 등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항우울제와 수면제 등을 복용했다. 또 사고 직전에는 주요 우울장애로 인해 삶을 포기하고자 하는 강렬한 충동이 있었을 정도로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자녀 B씨는 장례 절차를 마무리하고, A씨가 수년 전 계약했던 D손해보험사의 보험상품의 일반상해사망 약관에 따른 보험금 지급 청구를 했다.

하지만 D손보사는 B씨의 청구를 거절했다.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는 사망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인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에 해당하는 데, 만약 피보험자(A씨)가 사망 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것이라면 보험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해야만 한다.

D손보사는 A씨가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 즉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라도 그 상황이 부득이했다고도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B씨는 A씨가 사망 당시 우울증 등을 겪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D손보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B씨는 D손보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자유로운 의사결정 가능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어”

최근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D손보사가 B씨가 청구한 보험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은 D손보사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정황이 있었다. A씨는 사망하기 1년 전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4건의 보험계약을 신규로 체결했다. 이로 인한 사망보험금의 합계액은 무려 10억원에 달했다.

특히 A씨는 사망 직전 보험설계사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경우 보험금이 얼마나 나오는 지 여부, 심실상실과 유서가 존재해야 보험금이 지급되는 지 등에 대해 문의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망 5일 전 가족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사망 당일에도 자신의 동생에게 역시 사망과 남은 재산 등에 대해 알리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D손보사는 이런 정황을 토대로 A씨가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한 준비를 했고, 여러 사망을 암시하는 의사를 지인들에게 알린 것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그가 ‘계획적 사망’을 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해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이 사건 재판부는 D손보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의 사망이 사고 직전의 단편적 사건이 아닌, 1년여 간 지속해 온 우울증과 불면증, 공황장애 상태 등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상당 기간 불의의 사고와 이혼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에 지속적으로 시달려 왔다”며 “적극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악화, 중증 주요우울장애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도 A씨가 사망 직전 사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던 만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인식이나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도 판단했다. 다만 이것이 보험금을 노리거나 멀쩡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 극심한 정신적 고통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봤다.

특히 A씨는 사망 직전 모텔에서 병원으로부터 처방받은 약을 술과 함께 복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위가 판단력 장애 등을 유발해 자해의 위험성을 높였으므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사망 전 4건의 보험가입, 보험설계사와의 사망보험금 관련 상담, 동생에 사후 재산 처리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것 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가입한 4건의 보험계약 중 대부분은 우울증 치료와 이혼 전 체결된 것으로, 해당 보험상품이 사망보험금에 치중된 것이 아닌 다른 보장 내용에 집중돼 있었다.

A씨가 보험설계사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경우 사망보험금 지급 여부 등에 대해 상담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설계사가 A씨에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고 극단적 선택에 대해 만류했음에도 목숨을 끊은 것을 봤을 때 역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동생에게 사후 재산 처분을 부탁한 것 역시 당시 동생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A씨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통스러운 행위는 당시 그가 상당한 정도의 의사능력이나 자의적 판단능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kawskhan@insightkorea.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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