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기로...삼성 경영공백 리스크 커지나
이재용 부회장 구속 기로...삼성 경영공백 리스크 커지나
  • 이경원 기자
  • 승인 2020.06.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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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시 선제적 투자, M&A 차질...8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에 촉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기소된 2017년 어느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뉴 삼성’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초유의 글로벌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총수의 경영 공백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삼성 미전실 전략팀장 3명이다.

최 전 실장과 김 전 팀장은 삼성의 전직 임원들이지만 그간 삼성에서의 역할이나 비중이 컸던 인물들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신병 처리 문제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계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부동의 1위이며, 삼성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대한민국 경제 주춧돌인 삼성 총수는 한 기업의 대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서 세계적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총수가 도덕적으로 상처를 입고, 영어(囹圄)의 몸이 돼 그룹 미래전략을 짤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2년 4개월 만에 또 다시 구속 위기

기업 총수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미래 먹거리 발굴이다. 삼성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총수의 리더십과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기업의 미래에 중요한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이 이뤄질 때 장기적인 시각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단기적 성과를 내야 하는 전문경영인의 한계다. 

그간 이재용 부회장은 투자가 필요한 순간에는 주저하지 않고 통 큰 배팅을 해왔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 이건희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의 삼성이 있었던 것은 창업주부터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경쟁사들에 앞선 투자와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했던 덕분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2019년 4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 8월에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주문에 3년간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화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의 경우 임기가 정해져 있고, 단기실적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자칫 회사의 경영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시행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총수의 부재는 기업 경쟁력에 치명타로 작용한다. 2017년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을 당시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AI)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석방된 이후에서야 AI 육성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018년 2월부터 경영 활동을 재개한 이 부회장은 유럽, 북미 등 해외 행보를 이어가며 미래 사업 기반을 다지는데 집중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AI를 삼성의 주요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고 핵심 인재 영입에 직접 나서는 등 진두지휘해왔다. AI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5개국에 AI 연구센터도 설립했다.

'뉴 삼성' 위한 광폭행보에 제동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의 인수합병에도 영향을 미쳤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 총수 역할을 한 2014년부터 구속되기 전인 2016년까지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이 이뤄졌다. 2년 동안 30여건에 달했다. 2016년 11월에는 세계 최대 전장기업인 하만 인수에 9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구속된 후부터 현재까지는 대형 인수합병이 이뤄진 게 없다.

재계 관계자는 “대형 인수합병에서는 총수 존재 자체가 신뢰도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며 “2017년 이재용 부회장이 없을 때는 인수가 막판에 틀어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은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상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신속하게 투자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6일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강조하고, ‘뉴 삼성’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도 그 일환이다.

총수의 인적 네트워크는 기업의 네트워크나 마찬가지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오랜기간 경영 수업을 받으며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온 총수들과 비교했을 때 한계가 분명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글로벌 인맥이 막강하기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2002년 국내 인사로는 처음 미국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선밸리 콘퍼런스)’에 초청받았고, 이후 거의 매년 행사에 참석했다. 이 콘퍼런스는 글로벌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로, 정보교류나 인수합병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간다.

그간 이 부회장은 이 콘퍼런스에서 애플 CEO 팀 쿡,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IBM CEO 지니 로메티 등 글로벌 기업 CEO들과 교류하며 인맥을 쌓아왔다. 이 부회장의 인적 네트워크는 삼성의 위기 때 힘을 보태기도 했다.

‘초협력’이 중요 화두로 떠오른 글로벌 시장에서 총수의 리더십과 글로벌 네트워크는 더 중요해졌다. 2018년 석방 후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 행보에 전력을 다했던 것도 공백기 동안 챙기지 못했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의 힘이 삼성의 위기 극복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사업의 방향성을 이끌 수는 있지만 미래 먹거리 발굴이나, 글로벌 네트워크 등 큰 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며 “삼성에 다시 총수의 공백이 생길 경우 글로벌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구속 여부는 8일 밤 또는 9일 새벽 결정될 예정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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