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2차 사고, 삼각대 설치만으로 안전주의 소홀 책임 못 면해
고속도로 2차 사고, 삼각대 설치만으로 안전주의 소홀 책임 못 면해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6.04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각대 설치‧방향지시 점등 조치도 했는데…‘피신’ 안 하면 안전주의 의무 소홀에 해당
고속도로 사고 시 안삼각대 설치‧방향지시 점등 조치를 취했을 지라도, 운전자가 안전한 장소에 몸을 피하지 않으면 안전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에 해당한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고속도로 사고 시 안삼각대 설치‧방향지시 점등 조치를 취했을 지라도, 운전자가 안전한 장소에 몸을 피하지 않으면 안전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에 해당한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고속도로에서 차량 고장에 따른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삼각대 설치 등의 조치를 취했더라도, 고장 차량 운전자가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지 않은 채 2차 사고를 당했다면 안전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7월 어느 날 오후 8시경 A씨는 자신의 차를 몰고 경기도 시흥시 금오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주변이 어두운 상황에서 A씨는 차로 전방에 정지해 있던 B씨의 차량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사고 직전 이 도로에서는 B씨가 운전 중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겨 차량을 2~3차로 사이에 세워둔 채 차 옆에 서 있었다. 또 견인차량이 와서 B씨의 차량에 대한 견인작업을 한창 하던 중이었다. 

당시 충돌사고로 B씨는 곧바로 응급실에 실려 갔지만 얼마 뒤 사망했다. 또 견인차량 기사는 심한 부상을 입었고, B씨의 차 그리고 견인차량 모두 심한 손상으로 폐차 처리됐다.

이후 B씨의 유족들은 A씨 차량과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던 D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당시 사고로 인해 B씨 그리고 유족들이 입은 손해액 3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사실 이 사고는 고속도로에서 전방주시를 소홀히 한 채 운전한 A씨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당시 저녁 8시로 도로주변이 어두운 상태였고, B씨가 차량을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세워놓고 있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었다.

다만 B씨는 당시 자신의 차량 후면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해두고 있었다. 또 흔히 운전자들 사이에서 말하는 ‘깜빡이’ 즉 방향지시등을 켜둔 상태였다. 그렇다면 이는 도로교통법 66조에 따른 올바른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이 사건 재판은 전적으로 A씨의 책임으로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은 당시 사고의 원인이 B씨에게도 있었다며, B씨 유족들이 D손보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금액의 일부 지급 판결을 내렸다.

안전삼각대 설치보다 더 중요했던 ‘안전한 장소로에 피신’

이 사건 재판부는 B씨가 사고 당시 차량을 정지한 뒤 후속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했을 뿐, 나머지에 대해서는 안전주의 의무를 다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사실 당시 B씨는 차량 후면에 안전삼각대 설치 그리고 방향지시등 점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가장 중요한 ‘안전한 장소로 몸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지키지 못했다.

그는 차량 옆에 바로 선 채 견인차량이 견인 작업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법 66조 등에 따르면, 차량의 고장으로 인한 조치는 안전삼각대 등의 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차량을 가능하면 도로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등’에 해당하는 조치는 운전자 자신을 도로 한가운데가 아닌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도 포함한다는 의미였다.  

재판부는 “B씨가 후행차량에 의한 후속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이럴 경우 운전자와 동승자는 사고 장소를 벗어나 무조건 안전한 장소로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가 당시 견인차량 옆에서 견인 작업을 지켜보는 등의 잘못된 행동으로 스스로 사고 발생과 손해 확대해 기여했다는 판단이었다. 이어 “B씨가 사고 당시 안전삼각대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야간이었던 사정을 고려했을 때 다른 경고조치를 하는 것도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야간 상황에서 후방에서 다가오는 운전자들이 안전삼각대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B씨와 같은 고장차량 운전자가 갓길 등에서 전방 사고사실을 미리 알리는 등의 조치도 필요했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의 책임을 85%로 제한했다. 

kawskhan@insightkorea.co.kr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