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이 한때 강성 노동 투쟁가 얘기에 귀 기울인 까닭은?
삼성 사장단이 한때 강성 노동 투쟁가 얘기에 귀 기울인 까닭은?
  • 이경원 기자
  • 승인 2020.06.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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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초청 특강...이재용 부회장 무노조 경영 철회 후속 작업 일환
지난 1일 삼성 사장단이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을 초청해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삼성 사장단이 노사 문제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회를 선언한지 한 달여 만으로, 업계에서는 약속한 내용을 현실에 어떻게 접목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일 삼성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을 초청해 사장단을 대상으로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강연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등 계열사 CEO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강연은 삼성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삼성 사장단이 함께 모여 외부 강사의 강연을 들은 것은 3년 만이라는 점에서 재계에서도 관심이 쏠렸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은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사장단 회의는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해 특정 주제의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자리다. 주로 삼성의 주요 현안이나 미래 먹거리 등이 주제로 선정되고, 사장단이 그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마지막 강연은 2017년 2월 15일로, 특검발 오너 리스크 속에서 삼성은 이우근 중국 칭화대 마이크로나노전자과 교수로부터 '중국의 ICT 기술 동향과 한중 협력 방향'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들었다.

3년 만에 열린 강연 주제로 ‘노사 문제’가 꼽혔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재계 얘기다. 

지난달 6일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무노조 경영 철회를 선언했다. 앞으로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큰 변화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강연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노사문제에 관심을 갖고 전사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과거 민주노청 시절 강경투쟁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강연을 재계에서는 파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강연에 대해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한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는 후속조치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사장단 강연에 앞서 삼성 계열사 인사팀장들은 지난달 7일 문 위원장으로부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 방안'에 대한 특강을 듣고 의견을 나눴다.

왜 문성현 위원장 초청했나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뉴시스>

이날 초청된 강연자가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라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문성현 위원장은 현재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노사정위원장에 위촉된 뒤 노사정위원회를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개편하면서 경사노위 위원장에 취임했다.

문 위원장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합의를 이뤄내는데 기여하는 등 노사관계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그가 싸움을 잘 말리는 이유는 과거 싸움을 많이 해 봤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한 때 ‘문전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강성 투쟁을 벌여 온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한국 노동계의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전국노동조합협의회·민주노총 등에서 활동했으며, 민주노총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꼽히는 금속노조위원장을 지냈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대표를 역임했다.

다만 투쟁이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 변화에 따라 현재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합의를 이루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간 무노조 경영을 해 왔던 삼성에서 노사 문제 경험이 풍부한 핵심 인물을 초청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으며, 그 얘기를 듣겠다는 것은 노사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날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형성’을 주제로 ▲한국노동운동의 특징과 역사 ▲노사관계의 변화와 전망 ▲건전한 노사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방향 ▲삼성 노사관계에 대한 외부의 시각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위한 제언 등을 강의하며, 노사관계에 대한 삼성 경영진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문 위원장은 경영진이 직접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먼저 변화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노사관계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 위원장과 삼성 사장단은 강연이 끝난 이후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관계 확립 방안 등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문 위원장은 ‘노사관계에 대한 삼성의 입장과 계획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는 평소의 생각을 밝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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