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돈 쓰는 방식이 확 달라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돈 쓰는 방식이 확 달라진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6.01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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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주도하는 ‘빅 테크’ 확산…전통 금융업 생태계 ‘위협’

코로나19가 세상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세기의 끝이 인터넷과 IT로 대별되는 디지털화였다면, 21세기의 시작은 ‘언택트(Untact)’로 대표될 전망이다. 언택트는 가장 보수적인 금융업에도 적지 않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금융업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지 살펴봤다.

사진=픽사베이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세계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분석·예측하고 있다. 그 핵심엔 ‘언택트’가 있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이 붙은 이 용어는 대면 없이도 경제활동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첨단기술이 그 수단이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언택트로 인한 생활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업은 모든 업권 가운데 코로나19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곳으로 언급된다. 기업의 생산과 판매, 개인의 소비와 저축 등 모든 활동이 ‘돈’과 연결돼 있고, 그걸 다루는 곳이 바로 금융업이기 때문이다. 금융업에서의 언택트 영향을 짐작하기 위해선 우리 생활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먼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언택트, 돈 쓰는 방식을 바꾸다

언택트 경제는 대중이 돈을 쓰는 방식을 바꿔놨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이 주요국 지급수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했다. 거래에서 지급 능력을 갖춘 모든 수단을 뜻하는 지급수단에 대한 분석은 그 자체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택트 추세 변화를 확인할 기초 자료가 된다.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비접촉결제 증가다. 온라인 유통업제 매출은 지난 1월 10,2%에서 2월 34.3%로 무려 24.1% 포인트 늘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지급수단의 안정성에 대한 경각심과 온라인 소비 증가 등의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온라인 업체 결제금액이 증가했다. 이 기간 쿠팡이 1조4400억원에서 1조6300억원으로 늘어난 것을 비롯해 이베이코리아(1조2600억원→1조4400억원), 11번가(7300억원→8200억원), SSG닷컴(3900억원→4500억원) 등 대형 업체들의 결제액이 모두 뜀박질했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 L.E.K컨설팅 설문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온라인 소비는 10~30% 늘었고, 독일 신용에이전시(German Credit Agency)는 독일 내 전체 카드 사용액 중 비대면 비중이 코로나18 확산 이후 50%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리포트에선 돈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현금 사용에 따른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과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점 봉쇄 등을 통해 현금 사용 자체가 확 줄어버린 것이다.

영국 ATM 네트워크 운용기관인 링크(LINK)는 영국 내 현금 사용이 최근 절반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아마존(Amazon) 인디아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 코스타 커피 등 일부 관광지와 상점은 현금 결제 자체를 막아버렸다. 러시아의 경우 중앙은행 차원에서 시중은행에 ATM 서비스 제한을 권고하기도 했다.

민간기관 조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삼성증권이 지난 3월 발표한 ‘코로나19가 앞당긴 언택트 시대의 금융’ 리포트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집콕 생활(집에 틀어박혀 소비활동을 하는 현상’ 보편화가 언택트 시대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포트에 따르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의 온라인 구매가 양질 측면에서 모두 바뀌었다. 지난 2월 온라인 쇼핑몰 구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15.6% 증가했는데, 이는 재택근무가 보편화함에 따라 직장인들이 밖을 나가지 않게 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 20~30대의 전유물이던 신선제품 구매가 중장년층까지 확대되면서 온라인 유통산업이 구조적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됐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무역협회가 발표한 ‘코로나19로 주목받는 중국 언택트 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3월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의 소비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0.5% 감소한 반면 온라인 상품 판매액은 3.0% 증가했다. 특히 원격근무와 온라인 쇼핑,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 등에서 사용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IBK경제연구소가 낸 리포트에선 이 같은 변화가 은행업에 타격이 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서지원 대리는 리포트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비접촉 거래 일상화, 소비행태의 변화와 이로 인한 산업 구조 변화로 은행의 강점인 대면 영업이 위축될 것”이라며 “향후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은행은 ‘넥스트 노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금융업, ‘코너’에 몰리나

크리스 스키너 더파이낸서(The Finanser) 대표는 2017년 쓴 저서 <금융혁명 2030>에서 10년 뒤 미래사회에서 “뱅크(은행)는 사라지고 뱅킹(은행업무)만 살아남는다”고 예측했다.<게티이미지뱅크>

돈 쓰는 방식이 바뀐다는 것은 금융업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과거처럼 은행에 돈을 맡기고 실물 카드로 결제를 하는 시대가 지났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의 정보 비교가 쉬워지면서 사람들은 대출이나 보험 등 금융상품을 살 때 가격 비교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금융사들을 가격 경쟁으로 몰아간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 발간한 리포트에서 “코로나19로 야기된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질병 종식 이후에도 영구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트랜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금융회사별 성장성과 수익성에 큰 차이로 귀결될 것”이라 강조했다. ‘극단적 언택트 시대’에 적응하는 금융사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곳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제연구기관들은 코로나19가 전통적 금융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본다. 대표적 변화는 바로 금리 하락이다.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0.00~0.25%로 내렸고,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8일 0.50%로 금리를 낮췄다. 소비 축소에 따른 경제 둔화가 ‘제로금리’ 시대를 부른 것이다.

업권별 영향은 어떨까. 가장 비중이 큰 은행업은 부정 전망 일변도다. 은행의 전통적 수입원은 예금과 대출 간 이자 차이에 따른 수익(예대마진)과 채권 등 유가증권에서 발생한 이자를 포함한 순이자마진(NIM)이다. 은행 이익 가운데 NIM 비중은 아직도 전체의 70~80%를 차지할 만큼 높다.

금융투자업계는 코로나19로 은행 NIM이 0.15% 포인트 줄었을 것으로 본다. NIM이 0.03% 줄면 개별 시중은행 연간 수익도 1000억원 가량 줄어든다. 단순 산술로 은행 순이익이 연간 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조적으로 이자 이익을 늘리기 어려운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금리 하락은 보험업에도 부정적이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는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역마진 확대와 신용리스크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 환율 급등에 따른 환헤지 비용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험 업황이 이미 성숙기를 지난 것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변화는 중소형사의 존립 자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지난 3월 발간한 ‘코로나19에 다른 기업의 대응방안’ 리포트에서 “보험업은 저금리 장기화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까지 인하 시 보험사의 자산 운용수익률 악화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카드업계의 경우 자금 조달엔 긍정적이나 소비심리 하락에 따라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금융상품에서의 부실이 우려된다. 삼정KPMG는 ‘코로나19에 따른 산업별 영향 분석’ 리포트에서 “(지난 3월) 카드사 신용카드 승인액은 전월 대비 20% 감소했다”며 “경기 위축 시 카드대출 연체 심화로 건전성 악화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증권업계는 증시 급변동으로 리테일 수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리 변화에도 비교적 둔감한 업종으로 분류된다. 다만 대부분 증권사의 수수료 제로 정책으로 그 효과는 제한적이며, 나아가 경기 침체로 인해 투자은행(IB) 부문에서의 수익성 악화가 더 커진다. 특히 지난 3월 주요 증권사들이 ELS 마진콜 사태를 겪으며 1분기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변수가 산재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의 역습, 은행이 사라진다?

글로벌 핀테크 권위자 크리스 스키너 더파이낸서(The Finanser) 대표는 2017년 쓴 저서 <금융혁명 2030>에서 10년 뒤 미래사회에서 “뱅크(은행)는 사라지고 뱅킹(은행업무)만 살아남는다”고 예측한 바 있다.

스키너 대표는 핀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결제 활동은 모두 자동화할 것이며,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은행 업무에 수수료를 부과하며 수익을 거둔 은행의 영업방식이 종말을 맞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아마존은 2011년부터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사업자들에게 단기 소액대출을 해주는 ‘아마존랜딩’을 운영하고 있다.<뉴시스>

그의 전망이 최근 들어 가시화하고 있다. 금융산업 내 IT기업이 틈입하면서 전통적 금융사들을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가파(GAFA,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와 중국의 ‘바트(BAT,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 대표되는 빅테그 기업들은 우월한 IT기술로 차별화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대출 사업인 아마존 랜딩을 시작했다. 자사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에 있는 소매상을 대상으로 단기 대출을 제공해준 것이다. 구글, 바이두는 자체 지급결제 플랫폼을 선보였고, 페이스북은 디지털 자산인 리브라(Libra) 출시를 준비 중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마이뱅크와 위뱅크로 아예 은행업에 뛰어들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양대 포털 사업자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각각 페이 사업에 뛰어든 게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카카오톡 플랫폼에서의 결제와 송금을 지원한다, 네이버는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네이버페이를 선보였는데 지난 1분기 기준 거래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자사 플랫폼 내 쇼핑을 탑재한 이들은 결제까지 끌어안음으로써 유통사와 금융사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온라인을 이들 두 회사가 양분하고 있다면, 오프라인은 삼성전자가 지배적 사업자로 등극했다.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2015년 미국 루프페이를 2500억원에 인수해 ‘삼성페이’를 만들었다. 2019년 기준 삼성페이는 1400만 가입자를 기반으로 누적 거래액 4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오프라인 결제에서 삼성페이 비중은 24%로 타사(카카오페이 7%, 신한FAN페이 5% 등)에 월등히 앞섰다.

핀테크 사업자 중에선 ‘토스’가 각광받고 있다. 2015년 간편 송금으로 사업을 시작한 토스는 이후 각종 금융상품을 판매하며 고객에게 ‘리워드’를 주는 전략으로 1700만 고객 몰이에 성공했다. 2018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반열에 올라선 토스는 내년까지 증권업과 인터넷은행업에 진출해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부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이 금융사에 앞서는 이유로 사업 방식의 차이를 지목한다. 지점(임대료)과 인력(인건비)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금융사와 다르게 빅테크 기업들은 제한된 자원으로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를 집중 공략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금융 서비스로 돈을 벌기보단 자사 플랫폼으로 고객을 유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금융사들과 가격 경쟁에서 앞서는 상황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로 불리는 디지털 자산도 주목된다. 현재 디지털 자산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주도(CBDC·Central Bank Decentralized Cryptocurrency)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현실화할 경우 디지털 자산 관리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사업자들과 전통 은행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테크핀 시대에 돈을 보관하는 기관으로서 은행의 지위마저 위협당하는 것이다.

여밀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7월 발간한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현황과 대응방안’ 리포트에서 “금융산업에서 빅테크는 후발주자이지만 고객기반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해 틈새시장에서 우위를 확보, 진출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며 “핀테크와 빅테크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금융생태계 및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규제와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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