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時 국회’, 21대 국회의 자세
‘戰時 국회’, 21대 국회의 자세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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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임기는 1988년 13대 국회부터 4년 주기로 5월 30일 개시된다. 그런데 임기만 이날 시작될 뿐 회의는 제때 열리지 않았다. 여야가 국회의장과 부의장 등 의장단 선출에는 대략적으로 합의하는 반면 핵심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티격태격해서다.

이에 국회는 1994년 국회법을 개정해 총선 이후 첫 회의를 임기 개시 7일 뒤로 못 박았다.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도 의장단을 뽑는 첫 본회의는 6월 5일, 이로부터 사흘 이내인 8일이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이다.

하지만 이 규정도 지켜진 적이 없다. 21대 국회도 법정시한 내 원(院) 구성이 염려된다. 국회 법안 심사의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 배분과 체계·자구 심사권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어서다. 역대 국회는 개원일부터 국회법을 어기며 국민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민의 의견과 이해를 대변하는 단순한 ‘대리인(delegate)’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의 존속과 번영이라는 중장기 비전 아래 국민에게 위임받은 입법·예산 심의권을 성실히 수행할 ‘수탁인(trustee)’ 책무도 지닌다. 

21대 국회는 당장 코로나19 사태 극복용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이 코로나 치료제이자 백신이라며 ‘전시(戰時) 재정’을 주문했다. 이미 집행중인 1차 추경과 2차 추경이 24조원, 3차 추경은 30조~4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재정으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며 내년에 두자릿수 증가율의 ‘울트라 예산안’ 편성을 예고했다. 경기침체 속 세금이 덜 걷히는데 재정지출은 확대되자 국가채무가 급속도로 불어난다.

2011년 30.3%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지난해 38.1%로 높아졌다. 올해 세차례 추경 편성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45%에 다가서는데 이어, 내년에는 50%에 육박하리란 전망까지 나온다

코로나 후폭풍이 심각한 당장은 재정 투입을 늘려 기업도산과 대량실업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급격한 국가부채 증가는 원화가치 하락과 경제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코로나 위기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확장 재정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국회의원이 수탁인으로 부여받은 예산심의권을 깐깐하게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전시 재정’을 주문한 행정부 수반에 당리당략이나 지역구 민원 해결이 아닌 합리적 근거와 논리로 맞서는 ‘전시 국회’ 자세가 요구된다.

급증하는 국가부채가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것을 불구경하듯 바라보지 않고 증세 문제도 고심해야 한다. 21대 국회 임기 4년(2020~2024년)은 격변의 연속일 것이다.

최대 현안인 코로나19 퇴치부터 침체일로의 경제 회생, 비대면(Untact)산업 육성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4차 산업혁명 대비, 미국과 중국 간 신(新)경제냉전과 자국이기주의 국제질서 대응, 남북관계 변화 모색 등 의원들이 국민의 대리인이면서 동시에 수탁인으로서 수행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삼권분립의 핵심 원리인 입법부와 행정부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유지시켜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면 국회부터 ‘공부하는 자세’ ‘일하는 자세’로 무장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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