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전국민 고용보험’, 40만 보험설계사는 왜 떨고 있나
문재인표 ‘전국민 고용보험’, 40만 보험설계사는 왜 떨고 있나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5.26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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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수익성 떨어져 고용보험 부담...구조조정 가속화 요인 지적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포함한 전 국민 고용보험에 대해 업계와 학계, 노동자들 간 의견이 분분하다.<뉴시스>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보험 전 국민 의무화를
강조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킬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전국민 고용보험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수고용직 노동자 고용보험 가입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필드에서 뛰고 있는 40만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들은 정부의 이 같은 공약을 불편해하고 있다. 고용보험이 이들의 고용 안정성을 깰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용보험 의무화, 보험설계사가 꺼리는 이유

고용보험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공동 부담해 마련한 사회보험이다.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 생활안정을 위해 일정 기간 급여를 지급하는 실업급여사업, 구직자에 대한 직업능력개발·향상과 적극적인 취업알선을 통한 재취업 촉진과 실업예방을 위해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하는 게 고용보험의 핵심 골자다.

근로자로선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몇몇 직군의 노동자들은 이 같은 고용보험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사업자와 개인 간 도급계약 형태로 일하는 특수고용직이다. 총 9개 직종(보험설계사·골프장 캐디·택배기사·화물차 운전기사·학습강사 등)에 77만명이다. 이 가운데 보험설계사가 40만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보험설계사들 가운데 고용보험 도입시 무조건 가입하겠다는 비율은 전체의 23.0%에 불과하다.<국회입법조사처>

문제는 비용이다. 현행 보험료율은 근로자 보수의 1.6%로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0.8%씩 공동 부담한다. 고용보험이 법제화할 경우 보험업계는 이들에게 줘야 할 보험료가 실적에 부담을 초래할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7년 9월 발간한 ‘보험설계사의 4대 보험 적용 쟁점 및 향후 과제’ 리포트에서는 특수직 보험설계사의 4대보험 가입 관련 추가비용을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고용보험 의무화 시 총 435억원(생보 273억원, 손보 161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보험사에 속한 전속설계사만을 대상으로 한 액수로, 법인보험영업대리점(GA)에서 일하고 있는 설계사들은 뺀 것이다.

리포트를 쓴 김창호 박사는 “보험업계는 4대보험 적용 시 보험설계사 채널의 관리비용 급증으로 보험회사의 생존을 위한 비용 절감 대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월 소득 100만원 이하 저능률설계사 5만7624명(2016년 기준)에 대한 구조조정과 영업현장 일자리 축소로 직결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용이 보험업계에 구조조정을 일으킬 요인이라 보긴 무리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보험회사들은 1조46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6조원으로, 고용보험이 의무화될 경우 비용의 무려 140배에 달하는 액수다.

보험업계 비용 부담 우려...학계는 '이윤 비례 방식' 제안

그럼에도 보험업계가 고용보험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보험산업이 성숙기를 지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쉽게 말해 돈을 벌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는데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험업계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26.1%나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폭락으로 보증준비금 전입액이 급증했다고는 하나, 보험영업손실(2조3958억원)이 순이익을 압도할 만큼 사업 구조가 나빠진 것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저금리 장기화로 운용 수익이 발생하기 어려워지는 점은 장기적으로 보험업황을 악화시킬 요인이다.

보험설계사들의 근무 특수성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보험설계사는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이며, 다른 업종에 비해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다. 타 회사가 주는 고액의 정착지원금 등을 이유로 소속을 옮기는 ‘메뚜기 설계사’도 적지 않다. 고용보험을 도입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로금리 시대에 보험업계에 드리우는 구조적 리스크를 고려할 경우 보험업계는 계속 사업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며 “보험설계사들이 다른 업종 종사자들보다 자발적 이직률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계사들 또한 고용보험 의무화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고용노동부의 2013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들 가운데 고용보험 도입 시 ‘무조건 가입하겠다’는 비율은 23.0%에 불과했다. ‘원하는 사람만 가입’하는 걸 선택한 비율은 77.0%에 달했다.

이에 대해 김창호 교수(국회입법조사처)는 “보험설계사의 이직 사유는 소득상승 등을 위한 자발적 이직이 대부분으로 설계사 본인의 의사에 따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선택권 존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6일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보험 관련 토론회에서
소득을 기반으로 한 보험료 부과 모델을 제안했다.<뉴시스>

보험설계사 고용보험의 비용 현실화 논의는 학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26일 한국산업노동학회와 양대 노총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보험은) 피보험자의 보험료 납부와 실업급여 수급 기준을 소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을 기반으로 일정 비율의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덴마크 모델’을 강조한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고용주가 부담하는 보험료 방식을 바꾸자”며 “이윤에 비례하는 방식, 즉 법인세와 사업소득세로 (보험료를) 기여하는 방식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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