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덜미' 잡혔나...당신의 퇴직연금 안녕하지 못하다
코로나19에 '덜미' 잡혔나...당신의 퇴직연금 안녕하지 못하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5.25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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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수익률 ‘곤두박질’…DC형 기준 업계평균 2% 넘는 곳 ‘전무’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 폭락이 퇴직연금에도 드리워졌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에도 자기책임이 반영되는 만큼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픽사베이>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 공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 2%는 넘을 줄 알았던 연금 수익률이 0%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올해 초 한 보험사 직원의 권유로 가지고 있던 퇴직연금 금융사를 갈아탄 게 화근이었다. “은퇴 자산 수익률이 은행 예·적금만도 안 나와 황당하다”며 A씨는 한숨을 쉬었다.

국민 노후 자금의 한 부분을 담당해야 할 퇴직연금 수익률이 신통치 못하다. 코로나19로 지난 3월 주식시장이 폭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리금 비보장형이 다수 포함된 상품의 수익률 하락폭이 컸고 금융사 간 수익률 차이도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내 퇴직연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 공부하며 스스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5일 본지가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하는 은행·보험·증권 43개 금융기관의 지난 1분기 퇴직연금 수익률을 따져본 결과 확정기여(DC)형 0.24%, 확정급여형(DB) 1.62%로 각각 나타났다.

수익률 하락은 DC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년 평균 2%를 상회했던 게 올해 2%포인트 넘게 내려앉았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DC형의 경우 자기 책임으로 투자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를 신경 쓰는 근로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업권별로 보면 공격적 투자 상품이 다수 포함된 증권사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13개 증권사의 DB형 평균 수익률은 1.44%였고, DC형 평균은 –2.23%로 원금을 까먹었다.

한화투자증권(0.73%), 현대차증권(0.55%), 하나금융투자(0.29%)를 제외한 10개 금융사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유안타증권(-6.62%)과 신영증권(-7.84%)이 업계 평균 수익률을 대폭 깎아내렸다.

퇴직연금이 다수 쏠린 은행과 보험사 수익률도 신통찮았다. 12개 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DB형 1.50%, DC형 1.16%로 각각 나타났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IBK기업·NH농협은행의 DC형 수익률은 0.96%로 업계 평균보다도 0.20%포인트나 낮았다.

보험업계의 경우 생명보험사보다는 손해보험사가 그나마 수익률이 나았다. 6개 손해보험사의 평균 DB형과 DC형 수익률은 각각 1.95% 1.91%로 나타났다. 11개 생명보험사의 DB형 수익률(1.76%)보다는 0.19%포인트 높았고, DC형(1.25%)의 경우 0.66%포인트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위험자산 다수 담은 DC형·IRP, 코로나19 '직격탄'

1분기 퇴직연금 수익률이 이토록 낮은 이유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보인다. 3월 글로벌 증시가 30%가량 급락하면서 주식형 포트폴리오를 대거 편입한 펀드가 악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전자산을 대거 편입하는 DB형의 1분기 평균 수익률이 DC형보다 1.38%포인트나 높았다.

연 수익률 3%의 연금은 30년 뒤 1억2000만원이 됐는데, 이는 2억원을 기록한 5% 연금보다 8000만원이나 적었다.<기획재정부,KDI>

기획재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자산 수익률이 연 3%일 때는 5%일 때보다 30년 뒤 수익률이 약 40%나 낮았다. 수익이 재투자돼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복리 효과' 영향인데,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1% 수익률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이 가입만 된 채 방치되는 이유다.

과거엔 원금 보호 등을 이유로 퇴직연금에서 DB형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DB형의 낮은 수익률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며 DC형으로 기금이 대거 이동한 상태다. 정부가 ‘사적연금 활성화대책’을 통해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총위험자산 보유한도를 40%에서 70%로 높인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발표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DB형 적립금은 138조원, DC형(IRP특례 포함) 적립금은 57조8000억원이었다. 전체 적립금에서 DC형 비중은 26.1%로 2016년(23.9%) 대비 3년만에 2.2%포인트나 늘었다. 금리 하락으로 예·적금을 통한 자산 증식이 어려워진 만큼 DC형과 IRP 자산 비중은 향후 더 높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 폭락 사태처럼 급락이 이어질 때다. 위험자산이 대거 포함된 DC형의 경우 연금을 보유한 근로자가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안전자산 위주로 옮겨야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받고 퇴직연금을 관리·운용하는 금융사들도 가입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

TDF의 자산배분곡선 예시.<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동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4월 발표한 리포트에서 생애주기형 자산배분 상품인 TDF(Target Date Fund)를 추천했다. 분산투자와 더불어 생애 주기별로 포트폴리오에 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해 장기적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게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퇴직연금 또는 연금저축펀드로 투자할 수 있는 펀드는 각각 2000개가 넘어 상품을 고르는 것 자체가 투자자들에겐 어려울 수 있다”며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투자에 자신이 없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TDF 편입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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