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 때 고객 투자성향 조작 의혹
[단독]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 때 고객 투자성향 조작 의혹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5.18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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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투자성향 직원 임의로 작성...펀드위험등급 작성 란 비어 있어"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12월에 설립한 인력관리 전문 자회사 'IBK서비스'에서 아무개 현장소장이 노동자의 수당을 갈취하고 고정근무를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원청인 기업은행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뉴시스
IBK기업은행이 팔았다가 환매 연기가 된 '디스커버리 펀드'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를 팔면서 불완전판매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주로 기존 예·적금만기가 된 고객을 작은 금리 차이로 끌어들였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 직원 일부가 고객들의 투자성향을 임의로 고위험 투자자로 맞췄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식 투자 경험 전혀 없는 고객 투자성향은 '공격투자형'?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 판매 과정이 단순한 불완전판매가 아닌 '사기'라 강조하고 있다.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객의 투자등급을 임의로 조정했다는 것이다.

18일 <인사이트코리아> 취재에 따르면,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들 대부분은 펀드 청약서상 ‘부적합(부적정) 금융투자상품 거래내용 확인’란을 작성하지 않았다.

해당란에는 고객 투자성향과 펀드 위험등급을 적게 돼 있다. 투자자들이 이 내용을 적었다면 해당 상품의 위험도(초고위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재생략’이라고 출력돼 있다. 기업은행이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잡아놨기 때문이다. 투자성향 상 공격투자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펀드의 위험 내용을 적지 않아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대부분의 고객투자성향, 펀드위험등급 작성 란은 공란으로 돼 있다. 고객의 투자성향이 '공격적투자자'로 잡혀있기 때문이다.<제보자 자료>

문제는 이들이 실제 고위험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본지가 취재한 투자자들은 이전까지 펀드에 대한 지식도 없고 과거 주식과 같은 금융투자상품에는 투자해본 적도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의 투자자정보확인서에는 ‘고객님께서 투자 경험이 있는 상품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선물옵션이나 주식형 펀드와 같은 원금 손실 위험이 확실한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고 돼 있다. 기업은행 직원의 임의로 작성했을 개연성이 높다.

한 투자자는 ‘기업은행 직원이 하라는 대로 체크했다’ ‘직원이 임의로 체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사실일 경우 모두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

디스커버리 펀드에 2억원이 묶인 한 투자자는 “청약서에 있는 내용 중 형광펜으로 체크한 서명과 펀드명 외에는 직접 작성한 게 없다”며 “기업은행이 고객들을 해당 상품에 가입시키기 위해 투자성향을 임의로 세팅해놓지 않고선 이 같은 투자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상품 판 직원이 펀드 위험등급도 몰라"

판매 직원 일부가 투자자에게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시인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직원이 해당 상품을 판매하면서 상품의 위험등급(1등급)도 몰랐고, 또 청약서상 투자성향 부분을 직원 본인이 직접 작성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들의 청약서에는 원금 손실이 가능한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체크한 적이 없다'고 했다.<제보자 자료>

한 투자자는 “상품을 판 PB에게 수차례 따져 물은 결과 해당 직원이 '투자 위험등급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품을 팔았다' '고객 투자성향 작성란을 본인이 직접 작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상품 투자 과정에서 투자성향을 임의로 작성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된 불완전판매다. 또 펀드 판매 직원이 펀드의 위험등급도 몰랐다는 건 기업은행의 펀드 판매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있음을 시사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투자 청약서상 위험등급을 직원이 임의로 기재하는 건 당연히 불완전판매”라며 “상품 판매 케이스가 각각 다르고, 일부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확인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지난 4월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일부 선지급을 제안한 데 대해 보류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선지급은 확정된 게 아니며 여러 안 중에 하나의 안”이라며 “투자 손실 규모가 확실하게 책정돼야 지급률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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