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판매사 20곳 참여, 배드뱅크 설립은 '책임 떠넘기기'?
라임펀드 판매사 20곳 참여, 배드뱅크 설립은 '책임 떠넘기기'?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5.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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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내 결성해 출자범위 등 정할 듯...금소원 "투자자 골탕 먹는다" 반발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펀드의 자산을 회수하는 역할을 할 ‘배드뱅크’ 구성원이 판매사 전체로 확정됐다.<라임자산운용>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펀드의 자산을 회수하는 역할을 할 ‘배드뱅크’ 구성원이 판매사 전체로 확정됐다.<라임자산운용>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펀드의 자산을 회수하는 역할을 할 ‘배드뱅크’ 구성원이 판매사 전체로 확정됐다. 이르면 이달 내 배드뱅크가 출범돼 펀드 청산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금융소비자 보호에 필요한 절차인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있는 상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펀드를 판매한 회사 모두 배드뱅크에 들어가기로 했다. 참여사는 은행·증권사를 포함한 펀드 판매사 19곳과 신탁 형태로 판매한 산업은행까지 모두 20곳이다.

배드뱅크는 라임운용의 부실 자산을 회수해 매각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별도의 운용사다. 지난 4월 라임운용의 펀드 자산 회수 과정에서 횡령 등의 논란이 일었던 게 그 이유다. 라임운용을 더는 못 믿게 된 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이 별도의 청산 전문 운용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키코’ 분쟁조정에 6개 은행 중 4곳이 응하지 않거나 연장을 요청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뉴시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운영 주체가 바뀌어야 깨끗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며 배드뱅크 설립을 강조했다.<뉴시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배드뱅크 방식이 적절하다. 운영 주체가 바뀌어야 깨끗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며 “5월 중에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6월에는 라임운용 제재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라임펀드의 주요 판매사가 배드뱅크 결성을 주도했다. 일부 회사들이 ‘법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자체 조치를 검토하는 등 배드뱅크 참여를 주저했지만, 결국 금융당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로 합류하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드뱅크에서 만약 피해가 제대로 파악되기 전 투자자들에게 보상할 경우 배임 소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배드뱅크 출범 때 출자규모, 조직 구성 등과 함께 법적 문제를 최소화하는 부분이 가장 먼저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소비자단체 "득 없다" 반발... 업계도 '의문부호'

배드뱅크 설립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배드뱅크 설립은 결코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닌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방안”이라며 배드뱅크 설립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금융소비자원>

금소원은 특히 이번 배드뱅크 설립이 과거 금융사고 때와 전혀 다른 케이스라는 점을 지적했다. 금소원은 “IMF 때 은행 부실 자산에 대해 배드뱅크를 세울 당시엔 개인과 기업이 대출 상환에 불리해지는 경우가 없었다”며 “반면 이번 배드뱅크처럼 고객 동의 없이 모든 피해자들의 운용사와 인력을 변경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금소원은 “라임펀드 자산은 일반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현금화가 어려운 것으로 구성돼 있어 당장 회수율이 높아지거나 일정이 빨라지지 못할 것”이라며 “신규 영업을 못하기 때문에 우수한 운용인력의 영입도 어렵고, 금융사 간 첨예한 대립으로 투자자만 긴 기간 골탕먹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부실을 개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한곳에서 종합적으로 처리하는 게 신속한 처리가 되지 않을 뿐더러 합리적이고 공정한 처리도 될 수 없다”며 “투자자 관점에서도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배드뱅크 설립으로 자산 회수가 쉬워질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라임운용의 펀드 불법 유출은 막을 수 있겠으나, 그보다는 일부 라임운용 사태에 책임을 가진 판매사들이 배드뱅크에 들어가면서 그 책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드뱅크에 참여할 운용 인력을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배드뱅크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섞여 있어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득보단 실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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