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만든 '코로나19 전과 후'] 모든 산업서 승자독식, 과점시장 형성된다
[롯데가 만든 '코로나19 전과 후'] 모든 산업서 승자독식, 과점시장 형성된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5.13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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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서용구·이병태·최재천 교수, 최원식 맥킨지코리아 대표 등 인터뷰
코로나19가 가져올 정치·경제·사회 혁명적 변화 예측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주문 아래 지난 10일 롯데그룹이 코로나19 전과 후 도서를 사내 임원들에게 배포했다.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주문 아래 지난 10일 롯데그룹이 이른바 '코로나 지침서'인 <코로나19 전과 후> 도서를 사내 임원들에게 배포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롯데그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지난 10일 롯데는 전 그룹사 대표이사와 기획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과 후(BC and AC)>라는 제목의 사내용 도서를 배포했다. 이미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고 있던 유통업계는 이번엔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큰 변화에 직면했다. 이것은 비단 국내 업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전 세계가 업계를 불문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변화에 맞닥뜨리고 있다. 도서 발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을 위해선 임직원들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지난 3월 신동빈 롯데회장 소집한 비상경영회의에서 “지금도 위기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가 더 중요하다”며 철저한 대비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전과 후 책 표지.롯데그룹
<코로나19 전과 후> 책 표지.<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지침 아래 롯데인재개발원과 롯데지주는 지난 3월부터 정책학·사회학·경영학·사회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국내외 관련 도서와 논문 등 문헌도 동시에 연구했다.

인터뷰엔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생물학과 교수,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 최원식 맥킨지코리아 대표 등 9명이 참여했다.

해당 도서에는 20세기 경제 위기 등을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비교하고 정치, 국제관계, 경제, 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예상되는 변화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담았다.

롯데는 이 도서가 그룹 내 임원들이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그 영향력과 대책을 모색하는데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인재개발원은 이번에 발행한 도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영상 교육자료를 추가로 제작해 사내에 전파할 계획이다.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 원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조언은 이번 사태를 두려워하지만 말고 대한민국의 정치·경제·문화의 구조 자체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보라는 것이었다”며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면 오히려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구조적 변화를 이루고, 기업들도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 소집한 비상경영회의에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의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변화시켜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멈춰 선 오늘날의 세계 경제도 문제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불어닥칠 전방위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객들의 소비 행태가 바뀌면서 국내외 유통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하길 기원하면서도 이후 변화될 미래에 대해선 두려움이 팽배하다. 국내 유통 1위 롯데가 ‘코로나 지침서’를 낸 것 역시 이 같은 분위기와 중요도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책은 이번 ‘코로나19’가 세계사적인 대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산업혁명이나 컴퓨터·인터넷이 등장한 정보화 등 국면사적 변화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가 종결된다고 해도 정치·사회·경제·문화적으로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고, 경험하지 못했던 제3의 자리로 이동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세계는 그 이전과는 전혀 같지 않을 것이다. 보건 위기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정치와 경제의 격변은 세대에 걸쳐 이어질 수 있다.” -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세계는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와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으로 나뉠 것이다.”-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코로나19 사태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돼야 완전한 종결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독감 예방 백신을 개발하는데 70여년이 걸렸고, 코로나19가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 가운데 가장 신속하게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RNA바이러스’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백신이 개발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국내외 학자들의 전망이다.

다만 치료제의 경우엔 이미 개발된 유사 바이러스 질환 치료제를 기반으로 전개되고 있어 빠르면 1년 이후 약효가 보장되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 때문에 1년 정도는 현재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봉쇄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의 ‘산불 지연작업’으로 비유되며, 일정 기간 동안 활동의 전면적 중지는 사회 전반이 리셋(Reset)되는 계기가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충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회문화적 백지상태가 되는 ‘쇼크 독트린 현상’을 통해 이미 진행되고 있던 변화의 추세가 급속히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경제적 정지기간 내 생활습관이 크게 변화돼 본격적인 DT(Digital Transformation) 세계로 급속히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언택트 현상이 강화되면서 DT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화 50여년만 후퇴국면 맞을 것...한·일 관계 악화 전망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변화는 탈세계화·비대면·케인즈주의로의 회귀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세계는 상당수준 반세계화로 갈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로 각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나빠지게 되면 정치인들은 자기 나라부터 살리겠다는 태도로 나올 것이고, 국경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이 막히면서 각국 경제가 크게 후퇴할 것이란 분석이다.

민족주의가 급속도로 고양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980년대에 시작된 글로벌화는 50여년만에 본격적인 후퇴국면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완전 단절이 아닌 ‘과세계화’로부터 일보 후퇴하는 정도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의 경우 사드 이후 악화된 한·중 관계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한·일 관계는 더 멀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림픽이 연기되고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근린국가 때리기로 위기 국면을 탈출하려는 시도가 나올 가능성 높다. 이때 한국 언론이 맞받아치면서 양국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큰 정부', 시장 플레이어 등판 가능성 높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요 중앙정부들은 매사에 개입하는 전능적 존재로 바뀔 가능성 높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도 강해지며, 정부의 개인정보 개입과 감시기술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각국 정부들이 감시사회를 구축하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과정에서 상당한 기술과 데이터들이 파생돼 나오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국민기본소득을 기본으로 한 포퓰리즘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 고소득자와 기업에 대한 세율과 법인세율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민간 투자가 극도로 부진할 경우 덩치가 커진 정부가 시장 플레이어로 직접 등판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 정부의 경우 평균 금리가 매우 낮은 장기 침체 시대 극복을 위해 ‘ICT 인프라’에 대한 공적 투자로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는 복합 위기...대공황 이후 세계 경제 최악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병에 걸려 죽거나 굶어 죽거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표현을 언급한다. 각국 정부는 방역과 경제라는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벌이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의 위력은 스페인 독감 이후 100년 만의 최고 수준인데다가 촘촘하게 연결된 글로벌 환경 때문에 경제의 충격이 폭발적으로 커지게 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확연히 다르다는 분석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과 서구의 금융기관에 국한된 문제였고 공급 쪽에서 발생한 위기였던 반면, 코로나19는 투자와 소비수요를 중심으로 한 복합위기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코로나19에서 시작된 경제위기엔 과잉공급과 과잉유동성, 인구가 감소하면서 노쇠해진 경제 체질, 미·중 경제 갈등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IMF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기준 83개국이 구제금융을 신청한 상태로 이는 IMF 창설 이래 최고 기록이다. 코로나19로 발생한 경제적 타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최고점 시점이 아직 아닌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 평균적으로 지난해 10월 3.5% 상회할 것으로 관측했으나, 지난 4월 6.3%포인트 하향조정한 -3.0%를 제시했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전망치이며, 이마저도 전제조건은 코로나19가 상반기에 고점을 찍고 하반기에 정상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이 전제와 다르게 흘러갈 경우다. 2021년에 다시 유행을 하면 2021년이 최저점이고 세계 경제 성장률은 -5% 수준이 될 전망이다. 더 큰 충격이 오면 -8%까지 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유통업 핵심역량 '물류' 자리 잡을 것...기업의 사회적 가치 평가 기회

먼저 그 동안 억제됐던 대규모 경제구조 재편이 순차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부터 대규모 실직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선 CEO가 전면에 나서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빠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해서 가벼워진 몸집을 유지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있는 지문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방식이 아닌 안면인식과 홍체인식에 기반한 보안장치가 빠르게 확대되고, 모바일 화폐와 신용카드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통업계의 경우엔 노인층의 기술 학습 효과로 더 빠른 속도로 온라인과 모바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고, 유통업의 핵심역량이 부동산에서 ‘물류’로 이동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하락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선 거대한 변화가 아닌 작고 사소하며 빠른 대응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과도했던 국내 자영업 식당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배달앱 플랫폼에 기반을 둔 공유주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비용이 싼 공급처보다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과도한 집중에서 일정 수준 벗어날 확률이 높으며, 중국 외 최소한 하나 이상 별도의 공급망을 확충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IMF 외환위기 당시 많은 기업들이 사라졌지만 살아남은 기업들은 불과 5년여만에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었듯, 이번 위기상황에서도 원가경쟁력 강화를 비롯한 ‘체질’을 바꾸고 살아남은 기업에겐 엄청난 기회가 존재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럴 경우 앞으로 모든 산업 내에서 승자독식 현상이 증가해 경쟁자가 확실하게 줄어든 과점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대면 기술의 발전이 기존 사회질서를 재편하면서 권위주의가 사라지고 평등한 경기 조건이 열려 실력 있는 승자독식이 펼쳐질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기에 기업은 ‘구조조정’과 ‘새로운 기회 모색’이라는 두 종류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지금 기업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향후 수십 년 동안 기억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해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것이다. ‘안전과 보호를 제공하는 기업’ 이미지가 중요해지면서 두려움과 외로움에 대응하는 마케팅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책은 ‘구체적인 판단은 각 업종과 그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 경영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는 구절과 영국 역사상 가장 큰 위기 상황서 국가를 지휘했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로 마무리했다.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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