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혁신 이끄는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파괴적 혁신 이끄는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 도다솔 기자
  • 승인 2020.05.0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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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공업계 국내 최초 여성 CEO...신사업 활로 넓혀 글로벌 시장 공략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매일유업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매일유업>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최근 국내 유제품업계는 10년 이상 이어진 출산율 감소와 식품 소비 트렌드 변화, 국제적으로 공급이 넘쳐나는 우유와 경쟁 환경으로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둔화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신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실적 개선 조짐은 미미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매일 유업은 조용히, 그러나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나홀로 선전 중이다. 커피전문점 ‘폴바셋’, 성인영양식 ‘셀렉스’ 등이 소비자에게 어필하면서 사업다각화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유난스럽지 않지만 파괴적 혁신을 만들어가는 매일유업의 변화와 혁신의 한 가운데 김선희 대표가 있다. 1964년 생인 김선희 대표는 고(故)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장남 김정완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김 대표는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씨티은행, BNP파리바 은행, 크레디트 아그리콜 은행, UBS 등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이력을 쌓은 ‘재무통’이다. 김정완 회장의 삼고초려 끝에 그는 2009년 매일유업 재경본부장 전무로 입사했다. 김 대표는 오너 일가 일원임에도 전문경영인으로 분류된다. 매일유업에 첫발을 디딜 당시 매일유업 지분이 하나도 없던 그는 지금도 의결권 있는 주식이 17주뿐이다. 지난 4월 24일 종가 8만1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36만1700원 가량이다.

글로벌 금융회사를 거친 재무 전문가답게 그는 뛰어난 재무관리 능력으로 매일유업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4월 치즈전문 자회사 ‘상하’의 흡수합병을 이끌어 내며 경영효율화를 꾀했다. 2014년 전무이사와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매일유업 창사 이래 첫 여성 대표이자 국내 유제품 업계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김 대표의 최초 기록은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2016년 대표 취임 2년 반 만에 매일유업을 유가공업계 매출 1위 자리에 올려놨다. 반짝 1위였지만 당시 매일유업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8003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을 기록하며 1969년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기준 업계 1위에 오른 순간이었다.  

“파괴적 혁신 통해 선도적으로 변화해야” 

김 대표는 우유 제품군을 세분화해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한편, 중국기업과 합작을 통해 분유 수출 확대에 나섰다. 또 CJ그룹 출신 인사전문가 조성형 부사장과 삼성전자 출신 김신홍 부사장 등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식품업계에선 이례적인 일로, 매일유업의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과감한 결단으로 평가받는다.

내부에선 김 대표 체제 이후 회사 분위기가 변화했다는 말이 나온다. 출산휴가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탄력근무제 도입, 정시퇴근, 패밀리데이 등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다양한 가족친화제도가 운영되면서 유연하고 합리적인 기업문화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매일유업을 유가공 전문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워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특히 “이제 더 이상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을 답습해서는 성공할 수 없고 새로운 방식과 ‘파괴적 혁신’을 요구하는 경영 환경이 됐다”며 “조직 구성원이 만들어 낸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조직이 받아들여 선도적인 변화를 할 수 있느냐가 시장 내에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주창한 이 이론은 차별화된 제품 또는 서비스로 시장 밑바닥을 공략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장악해 메인스트림에 오르는 전략을 말한다.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세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국내시장의 어려움이 전망되는 만큼 매일유업은 분유사업에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내수시장 매출 감소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우유사업 역시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 청소년 수가 줄면서 시장이 정체를 보이고 있지만 건강한 원료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급 제품의 판매는 오히려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기농, 저온살균, 락토프리(유당 제거) 등 다양한 제품연구개발에 투자를 지속하며 신제품 출시로 매출 증가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의 ‘파괴적 혁신’ 경영 전략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상품 중개업을 신규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다양한 유통망의 상품을 온라인몰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 신규 소비자층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최근 3년 매일유업 매출·영업이익 추이.자료=매일유업
최근 3년 매일유업 매출·영업이익 추이.<자료=매일유업, 그래픽=이민자>

사업다각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13년 폴바셋 사업부를 독립 시켜 자회사 엠즈씨드를 설립해 커피전문점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2016년에는 전북 고창에 3만 평 규모 테마파크인 상하농원을 조성해 신규 브랜드를 선보였다. 매일유업은 저출산, 우유소비 정체 등에 따른 업계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1조3917억원, 영업이익 895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책임 경영도 ‘열심히’ 

유제품 업계의 불황과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든든한 먹거리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018년 10월 중 장년층을 위한 영양식 ‘셀렉스’를 출시하면서 영양식 사업에 뛰어든 매일유업은 셀렉스 브랜드로 지난해 2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실버푸드 시장 규모는 2011년 5104억원에서 2020년 16조원으로 9년 사이 31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유업은 2018년 10월 셀렉스 브랜드를 선보이기 3년 전부터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았다. 성인 영양식 사업을 위해 2018년 초 ‘사코페니아(근감소증)’ 연구소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매일유업 성인영양식 전문 브랜드 ‘셀렉스’.매일유업
매일유업 성인영양식 전문 브랜드 ‘셀렉스’.<매일유업>

그동안 영유아, 어린이 등에 집중했던 사업 구조를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시니어 시장으로 확대할 준비를 본격화한 것이다. 나눔 경영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100만명 중 1명 꼴로 태어나는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를 개발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수요가 적어 이익을 낼 수 없음에도 1999년부터 생산·판매를 지속해오고 있다.

또 1975년 국내 최초로 ‘1일 어머니 교실(현 앱솔루트 맘스쿨)’을 개최한 이후 40여년간 임산부를 위한 무료 임신육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임신·출산·육아에 관한 신뢰성 있는 정보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우리나라의 건강한 태교문화를 선도해 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암장학재단, 진암사회복지재단을 중심으로 한 장학사업과 다문화 가정, 북한 이탈주민 등 소외 계층을 위한 무상 분유 지원사업, 육아 지원·출산장려활동 등 다양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대표는 “진정성을 갖고 생산한 좋은 원료로 제대로 만 든 제품을 찾는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국내 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기반으로 새로운 식문화를 창조·선도해 해외사업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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