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품느냐, 포기냐...정몽규의 카드는?
아시아나항공 품느냐, 포기냐...정몽규의 카드는?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4.29 1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 빚 눈덩이...추이 봐가며 정부와 '밀당' 벌일 듯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뉴시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당초 예정됐던 올 4월을 넘기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 회장이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선 오는 5월에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항공업 지원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무기한 연기됐다. 29일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당초 취득 예정일자는 오는 30일이었으나 주식 취득 선행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일자를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변경일은 구주의 경우 구주매매계약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한 날이다. HDC현산은 “주식 취득의 선행조건 충족이 되지 않아 연기했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 인수합병을 위해선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의 기업결합 승인 등이 필요하다. 아시아나는 미국·중국 등 6개국에 기업결합 승인을 요청했고, 현재 러시아의 승인만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업계는 추후 러시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더라도 HDC현산의 장고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자 정몽규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인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HDC현산이 전략적 투자자(SI),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 투자자(FI)를 맡았는데, 정 회장이 인수전 참여를 위해 친분이 두터운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과 직접 만나 긴밀한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에서 나온 후 20여년 간 ‘주택사업’ 한 우물만 파 HDC그룹을 재계 40위권에 진입시킬 정도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여세를 몰아 HDC현산은 정 회장의 지휘 아래, 건설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골프·리조트·호텔·면세점 등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아시아나 인수는 HDC현산이 영위하는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정 회장에게는 매력적인 카드였다. 주택건설업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했고, 아시아나항공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HDC현산이 아시아나를 품을 경우 자산 규모가 2배로 커지며 재계순위 20위권에 진입한다. 무차입 경영 원칙을 고수해오던 정 회장이 2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려는 것도 그룹 외형 확대는 물론, 실리까지 챙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이 극도로 심화됐고, 현재 HDC현산은 인수 절차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1조7000억원 정부 추가 지원, 부채도 2배로 불어

당초 4월 안에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려 했던 정 회장이 인수 확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고심이 깊다는 뜻이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항공업계 전반이 침체의 늪에 빠졌고, 재정 상태가 악화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행할 경우 동반 부실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의 차입금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는 지난 1분기 수천억원의 손실은 물론 올해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 내부에서는 이미 ‘인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 인수 이후 자금지원 등이 이뤄지면 HDC현산 임직원의 기존 급여·성과급 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거론된다.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올 상반기를 넘어 장기화할 것이란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인수를 확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지원했으나 HDC현산은 아시아나 인수 절차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였던 아시아나가 급한 불은 껐으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고 HDC현산은 판단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의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3조2600억원에 달한다. 기존 1조5600억원 보다 2배 이상 불어났다. 아시아나가 연말까지 버틸 체력은 회복했으나, HDC현산이 갚아야 할 부채는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인수 늦추며 원하는 조건 제시할 가능성 커

일각에선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늦춰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나의 재무 상태를 감안했을 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채권단 입장에선 어떻게든 HDC현산과의 거래를 마무리 짓고 싶어 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이 채권단에 인수조건과 관련해 재협상을 요구했고 산업은행이 이를 수용해 비공식적으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산은과 수은이 최근 아시아나에 1조7000억원 추가 지원을 결정한 뒤 “HDC현대산업개발이 기업결합승인 절차 등을 완료하고 정상적으로 인수합병를 종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업계는 향후 HDC현산이 대출금 상환 연장과 금리 인하, 채권단이 보유한 아시아나 영구채 5000억원의 출자전환 등 실효성 있는 추가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하고 인수를 접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지만, 그럴 경우 정부와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어 최대한 원하는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